연구 참여 범위 등 명확한 근거에 의한 저자·기여자 명시
부처마다 다른 연구윤리 지침 통합 필요

'미성년자 논문의 연구윤리' 기고는 최근 이슈로 올랐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현장 연구자(필자의 요청에 따라 익명)가 보내온 글입니다. 연구윤리는 연구자에게 기본 덕목이지만 명확하지 않은 제도와 범위로 연구 현장의 투명성을 흐리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입니다. 

연구윤리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없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의혹 중 자녀의 제1저자 논문에 대한 자격 적절성과 대학 입시에 활용했는지 여부가 큰 쟁점이다. 미성년자인 고교생의 논문 저자 참여에서 그 과정과 기회, 방법과 활용의 공정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가 많은 청년세대들이 비판하는 지점이다. 저자 자격 관련 연구윤리 문제가 황우석 사태 이후 이토록 사회문제로 부각된 적이 있었던가. 미성년 저자에 대해 연구윤리상의 논란점과 개선책을 검토해 볼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된다.

 미성년자 논문은 대학 입시에 활용되는게 대부분이다. 교육부는 2018년 1월과 2019년 5월에 2007년 이후의 실태조사 결과를 3회에 걸쳐 발표한 바 있다. 교육부의 2018년 첫 조사 결과, 29개 대학 교수 50명의 82건 논문에서 미성년 자녀가 포함되었다.

같은해 다시 전수조사한 결과, 50개 대학 87명의 교수가 139건의 논문에 자녀를 저자로 했지만 12건에서 정당하지 않은 저자를 확인했다. 2019년에는 교수 자녀에서 미성년으로 확대(2년제, 비전임자, 프로시딩)해 전수조사한 결과, 56개 대학 255명의 교수가 410건의 논문에 미성년자를 저자로 등재했고 교수와 지인의 자녀 43건이 파악되었다.

그 후 대학교가 문제없는 것으로 판정한 209건에 대해 검토자문단이 검증의 적절성 확인과 서울대 등 15개 대학교에 '특별 사안' 조사도 있었다. 교육부의 조사가 계속되었지만, 사례처럼 고교생을 대학교 소속으로 기재하면서 누락된 경우가 드러났다.

왜 이런 누락이 생겼을까? 우선,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자진신고와 자체조사 결과를 보고하면 이를 취합해 결과의 적절성을 검증 후 발표했다. 교육부가 전문가를 동원해 보고된 결과를 검증했지만, 장관 후보자 부부가 소속된 2개 대학은 모두 자진신고를 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교육부의 조사는 교수의 자진 신고를 포함했지만, 전수조사라는 발표가 무색해졌다.

가장 중요한 제1저자 자격의 적절성은 연구부정 여부와 밀접하다. 2007년 제정된 과학기술부훈령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부터 '부당한 저자'가 규정되었다. 교육부가 이어 시행한 지침 제12조의 '부당한 저자 표시'는 연구내용, 결과에 공헌, 기여가 없음에도 저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행위를 말한다.

교신(책임)저자만 본인의 책임을 언급해 제1저자 자격 문제가 99% 의심되지만, 교신저자가 논문 작성과 실험을 주도적으로 해 다른 공저자의 기여가 미미하다면 1%의 가능성은 있다. 같은 '지침' 제13조에는 해당 학문 분야에서 윤리적, 법적으로 비난받을 행위인지, 행위 당시의 지침과 보편적인 기준을 감안해, 고의나 연구부정행위의 양, 질과 학계의 관행, 특수성 및 행위를 통해 얻은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구부정행위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문 게재 전인 2008년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과 국제의학학술지편집인위원회(ICMJE)의 저자됨(authorship)의 정의도 준수했는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2008년 ICMJE의 저자 자격에는 자료 수집·분석·해석과 논문 작성에 기여하면서 최종 원고에 동의해야만 인정했다. 자녀가 실제 실험과 영어 논문 작성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는 교신저자의 답변과 증거자료가 중요하다.

이 연구윤리 위반에 대한 전체 사실 판단은 해당 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그리고 법적인 판단은 검찰조사를 통한 재판과정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출판사인 학회 측에서 위 논문을 직권 취소해 사태의 진행은 더 지켜 볼 일이다.

그러면 제1저자 문제 외의 연구윤리 문제는 어떤 점이 있고 실상은 어떠한가? 위 논문이 실린 대한병리학회지는 SCIE(Web of Science)와 Scopus에 등재되며 외국인 논문에 2회나 인용되었다. 정부재원의 이 논문은 고교생 자녀가 2주간 대학교에서 인턴 뒤 2008년 12월 투고해 2009년 3월에 게재 승인 후 2009년 8월경에 정식 출판된 것이다. 따라서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저널에 수록된 정식 논문이다.

정부재원 연구사업 책임자가 관련 연구성과로 보고된 논문에서, 책임자의 기여를 가로채거나 저자에서 누락시켰다면 문제이다. 고교생의 소속기관을 대학교로 속인 표기는, 비윤리적 행위로 부정행위가 의심된다. 정부재원 연구사업별 성과 등록에서 저자의 소속 표기와 보고 시점 문제는 행정상 문제, 대학교의 사정, 시스템 자체 문제일 수도 있다.

또한 2004년 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환자 혹은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연구는 반드시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심의를 받아야 했었다. 논문에는 IRB 심의를 거쳤다고 서술했지만, 대학교와 학회에서는 없었다고 하므로 문제이다. 그러나 논문이 많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무료 열람이 가능해 공공연하게 실명이 노출되는, 결과적으로 개인정보 보호가 파기된 점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과정과 기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사회통합을 다진다면,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논문정보와 인사정보를 대조하여 누락이 없도록 해당 대학에 연구부정의 검증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전수조사를 하려면 대학교뿐만 아니라 연구기관을 포함해 국내외 논문의 미성년 저자 후보 데이터 전체를 전문가를 동원해 조사한 후 고등학교·대학교·연구기관에 제공해 교원 저자 등 정상적인 것은 제외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 후 자진신고를 추가해야 대학교의 축소신고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확한 전수조사를 통해 연구윤리 '지침'에서 어떻게 얼마나 기여해야 저자가 되며, 저자표시를 부당하게 하면 어떤 처벌이 주어지는지, 언제까지 소급해 부정행위의 책임을 물을지, 어느 정도를 위조·변조·표절로 보는지 등 사회적 합의를 구체적으로 반영해 규정해야만 한다. 교육부는 2018년부터 연구자의 소속과 직위를 정확하게 밝히도록 지침에 추가했지만, 국내 저널의 수용 정도도 다르고 해외 저널에는 구속력이 없다. 그리고 논문을 작성하는데 참여한 저자와 도움을 준 기여자를 구분하는 기준도 권장하고 있으므로 저자됨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지만 기여한 사람은 감사문에 기여자로 기재하도록 교육해야만 한다. 교육부, 과기부 등 연구개발사업 관리 부처마다 연구윤리 지침을 따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단일하게 운영을 해야만 혼란이 감소된다. 

올바른 실험실이라면 2007년부터 시행된 '연구노트 지침'에 따라 당시의 연구노트를 조사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연구노트와 연구윤리 준수는 불가분의 관계이지만 연구노트가 작성되지 않았다면, 논문 초고나 인턴 과정의 결과 파일 등으로 연구윤리 위반 조사를 정확하게 해야 연구윤리 문제의 불신 해소와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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