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진협 대표 "환자에게 희망주는 연구 연주"RNA 활용한 알츠하이머 '근본적 치료' 목표
글로벌 대형제약사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 대전의 한 바이오 기업이 새로운 출사표를 던지며 관심을 받고 있다. 호흡을 맞추며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연구를 하겠다는 뜻으로 지어진 '바이오오케스트라', 류진협 대표는 알츠하이머 정복을 위한 연구화음을 맞춰가고 있다.
◆ RNA,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선택
RNA를 활용할 경우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혈액 내에서의 작용시간과 뇌혈관장벽의 침투율이다. 류 대표는 "혈액은 외부의 치료물질에겐 가혹한 환경"이라며 "보통의 RNA는 5분 전후로 분해되기 때문에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알츠하이머라는 퇴행성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뇌혈관장벽을 통과해야하지만 이 역시 보통 항체 평균 0.1~0.2%의 침투율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OTV(Oligonucleotide Transport Vehicle) 적용해 RNA의 생존시간을 반감기 100분 가량으로 늘렸다. 동시에 표면 뇌혈관장벽에 과발현되어 있는 수용체가 선호하는 작은 분자를 코팅해 침투율을 높였다.
침투가 이루어진 후 뇌에서 활동하는 치료물질에도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는 β-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며 기억력 감퇴의 모습을 보인다. 비정상적인 응집단백질(독성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 바이오젠(Biogen)과 릴리(Lilly) 등 기존 치료 방식은 타깃항체를 이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선택한 방향은 '면역세포'. 류 대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독성단백질을 스스로 제거하게끔 한다"며 "환자 본인의 선천성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기에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방향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제약업계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날리(Denali)와 알렉토(Alector)가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초기단계에 있지만 해결해야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면역세포 표면에 표현되어 있는 TREM2라는 단백질은 독성단백질을 인식하는 수용체다. 이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대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IL-1β와 TNFα라는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이 두 물질은 염증인자로서 정상 신경세포를 공격하며 독성을 일으키게 만든다. 즉 TREM2라는 수용체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면역인자발생을 억제시켜야 최적의 치료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류 대표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뇌질환이 갖는 패턴에 주목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는 독성단백질이 쌓이면서 면역세포가 기능이 저하되기에 증상이 심해진다"며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트리지 않거나 혹은 대체할 수 있는 치료물질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독성단백질은 사라지고 염증은 발생하지 않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뇌혈관장벽을 침투하는 기술(OTV)과 하나의 microRNA를 분해하는 기술(RNAi)로서 두 가지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이 우리 치료제의 핵심이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특허진입 단계에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 다른 퇴행성뇌질환에도 적용을 한 것이다. 류 대표는 "루게릭병,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퇴행성뇌질환 역시 독성단백질이 누적되며 나타나는 질병"이라며 "루게릭병 실험쥐를 대상으로 같은 치료물질을 투여한 결과 굳어있던 뒷다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모으기 어려웠던 연주자···이제 함께 연주할 차례
"연구집약적인 분야이다 보니 필요한 도움을 줄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섭외에만 반년을, 전임상 전략 구축에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병리면역미생물학 박사과정을 마친 류 대표의 선택은 스타트업이었다. 그는 "과연 내 바로 앞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을 때,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 다양한 길이 있었지만 스타트업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BHA를 통해 네트워크를 늘려나가고, 동시에 관련분야의 동향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BHA가 시리즈 B에 합류했고, 덕분에 추가 펀딩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시리즈 B는 BHA를 비롯 데일리파트너스, CKD창투, LSK인베스트먼트, NHN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이 참여하며, 국내 대형 제약사인 종근당의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가 50억원 규모로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총 유치 규모는 200억원이다.
류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보완과 검증을 통해 라이센싱 아웃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보스턴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는 것 역시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는 정말 슬픈 병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들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노력하고 있죠. 바이오오케스트라 역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연주해나갈 예정입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가 함께 마련했으며, 대전 BIO융합센터 매거진(VOL.1)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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