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알츠하이머 정복 위한 바이오 합주 '바이오오케스트라'

[인터뷰]류진협 대표 "환자에게 희망주는 연구 연주"
RNA 활용한 알츠하이머 '근본적 치료' 목표
인류가 겪고 있는 가장 절망적인 질환 중 하나로 꼽히는 '알츠하이머(Alzheimer)'. 육체적인 고통과 달리 가장 소중한 기억을 하나하나 잊어간다는 점에서 정신적인 고통이 심한 질환이다. 때문에 이전부터 알츠하이머 치료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하지만 번번이 중요한 문턱에서 발목을 잡혔던 게 사실이다.

글로벌 대형제약사들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 대전의 한 바이오 기업이 새로운 출사표를 던지며 관심을 받고 있다. 호흡을 맞추며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연구를 하겠다는 뜻으로 지어진 '바이오오케스트라', 류진협 대표는 알츠하이머 정복을 위한 연구화음을 맞춰가고 있다.

◆ RNA,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선택

류진협 대표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빨리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았고,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창업으로 이어졌다.<사진=이원희 기자>류진협 대표는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빨리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찾았고,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창업으로 이어졌다.<사진=이원희 기자>

신약의 트렌드는 세포 밖에서 세포 안으로 옮겨왔다. 항체와 같이 세포 밖에서 항원에 작용하는 것이 아닌, 세포 안에서 문제점 자체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이때 크게 DNA와 RNA, 단백질로 물질이 구분되는데, 바이오오케스트라는 RNA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RNA를 활용할 경우 걸림돌은 크게 두 가지다. 혈액 내에서의 작용시간과 뇌혈관장벽의 침투율이다. 류 대표는 "혈액은 외부의 치료물질에겐 가혹한 환경"이라며 "보통의 RNA는 5분 전후로 분해되기 때문에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알츠하이머라는 퇴행성뇌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선 뇌혈관장벽을 통과해야하지만 이 역시 보통 항체 평균 0.1~0.2%의 침투율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OTV(Oligonucleotide Transport Vehicle) 적용해 RNA의 생존시간을 반감기 100분 가량으로 늘렸다. 동시에 표면 뇌혈관장벽에 과발현되어 있는 수용체가 선호하는 작은 분자를 코팅해 침투율을 높였다. 

침투가 이루어진 후 뇌에서 활동하는 치료물질에도 주목했다. 알츠하이머는 β-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에 이상이 생기며 기억력 감퇴의 모습을 보인다. 비정상적인 응집단백질(독성단백질)을 제거하기 위해 바이오젠(Biogen)과 릴리(Lilly) 등 기존 치료 방식은 타깃항체를 이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선택한 방향은 '면역세포'. 류 대표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독성단백질을 스스로 제거하게끔 한다"며 "환자 본인의 선천성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기에 지금까지의 알츠하이머 치료방향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제약업계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날리(Denali)와 알렉토(Alector)가 면역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초기단계에 있지만 해결해야하는 문제점들이 있다. 면역세포 표면에 표현되어 있는 TREM2라는 단백질은 독성단백질을 인식하는 수용체다. 이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약물을 투여하면 대식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되는데, 이때 IL-1β와 TNFα라는 물질이 발생하게 된다. 이 두 물질은 염증인자로서 정상 신경세포를 공격하며 독성을 일으키게 만든다. 즉 TREM2라는 수용체를 활성화시킴과 동시에 면역인자발생을 억제시켜야 최적의 치료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신약개발에 뛰어들었다.

류 대표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뇌질환이 갖는 패턴에 주목했다. 그는 "알츠하이머는 독성단백질이 쌓이면서 면역세포가 기능이 저하되기에 증상이 심해진다"며 "면역세포의 기능을 떨어트리지 않거나 혹은 대체할 수 있는 치료물질을 찾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microRNA를 활용한 치료제 연구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갖고 있던 침투율, 치료효과 등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사진=이원희 기자>바이오오케스트라의 microRNA를 활용한 치료제 연구는 기존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갖고 있던 침투율, 치료효과 등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찾아낸 해결책은 microRNA였다. microRNA는 두 가지 유전자의 제어효과를 갖고 있는데, 하나는 TREM2와 같이 대식작용을 하는 CD**이고, 다른 하나는 염증을 억제하는 S****다. microRNA를 제거할수록 CD**와 S****는 활성화되기 때문에 대식작용과 염증억제작용이 활성화되는 원리다.

류 대표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독성단백질은 사라지고 염증은 발생하지 않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며 "뇌혈관장벽을 침투하는 기술(OTV)과 하나의 microRNA를 분해하는 기술(RNAi)로서 두 가지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이 우리 치료제의 핵심이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특허진입 단계에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와 같은 패턴을 보이는 다른 퇴행성뇌질환에도 적용을 한 것이다. 류 대표는 "루게릭병, 파킨슨병, 헌팅턴병과 같은 퇴행성뇌질환 역시 독성단백질이 누적되며 나타나는 질병"이라며 "루게릭병 실험쥐를 대상으로 같은 치료물질을 투여한 결과 굳어있던 뒷다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모으기 어려웠던 연주자···이제 함께 연주할 차례

"연구집약적인 분야이다 보니 필요한 도움을 줄 사람을 모으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섭외에만 반년을, 전임상 전략 구축에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일본 도쿄대 의대에서 병리면역미생물학 박사과정을 마친 류 대표의 선택은 스타트업이었다. 그는 "과연 내 바로 앞에 알츠하이머 환자가 있을 때,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고민했다"며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 등 다양한 길이 있었지만 스타트업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고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사명처럼 내부 직원들 간, 그리고 협력기관과 기업 간 합주를 통해 알츠하이머 정복이란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사진=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바이오오케스트라는 사명처럼 내부 직원들 간, 그리고 협력기관과 기업 간 합주를 통해 알츠하이머 정복이란 목표를 이뤄나가고 있다.<사진=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

2016년 말 도쿄에서 창업 후 2017년 4월 한국에 본격적으로 둥지를 틀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문제였다. 높은 수준의 연구인력은 물론 조언을 구할 네트워크도 부족했다. 그런 가운데 큰 다리역할을 맡아준 곳이 바이오헬스케어협회(BHA)였다.

류 대표는 "BHA를 통해 네트워크를 늘려나가고, 동시에 관련분야의 동향도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제는 BHA가 시리즈 B에 합류했고, 덕분에 추가 펀딩으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시리즈 B는 BHA를 비롯 데일리파트너스, CKD창투, LSK인베스트먼트, NHN인베스트먼트, 이앤벤처파트너스 등이 참여하며, 국내 대형 제약사인 종근당의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가 50억원 규모로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총 유치 규모는 200억원이다.

류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보완과 검증을 통해 라이센싱 아웃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보스턴에 해외지사를 설립하는 것 역시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는 정말 슬픈 병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제약사들과 연구기관, 대학 등이 노력하고 있죠. 바이오오케스트라 역시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구를 연주해나갈 예정입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가 함께 마련했으며, 대전 BIO융합센터 매거진(VOL.1)에 실렸다.
이원희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