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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프리카돼지열병···"반짝연구로 백신 개발 못해"

17일 오전 파주 농장서 바이러스성 돼지 전염병 양성 확정
치사율 100%, 치료제 無···대응책은 살처분, 출입통제뿐
"주요 감염병 사전에 해외 공동연구, 국산 백신 정부 공공구매 해야"
국내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했다. ASF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과 동물이 걸리면 치사율이 100%다. 현재 ASF 백신과 치료약은 없다.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이같이 갑작스러운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 백신 연구와 생산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는 경기도 파주시 소재 양돈농장에서 폐사된 어미돼지 5두를 정밀검사한 결과 17일 오전 6시 30분 ASF 양성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SF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발생 시점부터 48시간 동안 전국 돼지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출입차량 등을 대상으로 전국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발생 농장과 농장주가 소유한 2개 농장에 있는 돼지 3950마리는 살처분된다.

우리나라는 ASF를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제1종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5월 중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된 ASF 발생국은 유럽과 아프리카 14개 국이다.

바이러스 전문가 김성준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ASF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로 약 180kb(염기 쌍 18만개) 크기다. 지카나 일본뇌염 바이러스의 100배 정도다. 크기가 크다는 것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단백질이 많다는 의미다. 단백질은 병을 유발하는 물질로, 이에 맞춰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

김 박사는 "크기가 작은 바이러스에는 백신의 타깃이 되는 단백질이 1~2개로 정해져 있지만 큰 바이러스에는 단백질이 많아 백신 타깃 물질을 찾기가 어렵다"며 "세계적으로 ASF 백신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나 단백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실험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살아 있는 ASF 바이러스를 BL3 수준의 특수 시설에서 연구하는 연구자가 국내에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감염병 치료제 개발, 해외 공동연구로 데이터화 필요"

감염병 치료제는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양하고 언제 어떻게 닥칠지 예상하기도 어렵다. 김범태 화학연 박사(CEVI융합연구단장)는 해외 공동연구로 위험 바이러스의 정보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연구환경은 많은 바이러스 연구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슈에서 밀리면 연구비 확보에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또 개발을 하고도 기술을 이전할 기업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연구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한다.

김 박사는 "모든 감염병을 대비할 수는 없지만 해외에서 창궐하는 주요 위험 질병의 바이러스의 유전정보, 발병 특징, 사람 전염 여부 등을 파악해 연구해놓으면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조금이라도 일찍 치료제 개발에 돌입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사전연구 채널이 거의 없는데 미국과 일본은 해외 각지에 나가 바이러스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박사는 국내서 개발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국가가 공공구매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희귀한 감염병은 발병 당시에 주목을 받다가 곧 사라지기 때문에 연구소에서 오랜 시간을 들여 치료제를 개발해도 기업이 이를 제품으로 만들려 하지 않는다"며 "공공성 있는 백신을 어느 정도 국가가 비축해서 연구와 상업화가 순환이 되게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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