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내 '이웃 연구실은 토요일에 쉽니다' 문구 보고 충격
"아직 해야할 일 많아"···연구 현장에서는 주 52시간으로 혼란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20일 모 과학 관련 행사에 참석해 건배사를 했다. 이날 그는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이른 축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20일 모 과학 관련 행사에 참석해 건배사를 했다. 이날 그는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이른 축배를 들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우리가 너무 이른 축배를 들었다."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20일 모 과학 관련 행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25개를 지원·육성하는 기관으로, 원 이사장은 출연연 전체를 아우르는 수장이나 다름없다.

원 이사장은 "연구회 이사장이지만 아직 KAIST에 연구실이 있어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학교를 찾는 때가 있다"면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최근 옆 연구실에 '주말에는 연구실 나오지 않아도 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쇼킹했던 사실이 있다"며 "아직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너무 이른 축배를 들었다"고 했다. 

원 이사장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과학기술 분과 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인연으로 현 정부 들어서며 그해 10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취임식 없이 직원들을 찾아가 상견례 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 일성으로 "변화는 스스로 해야 한다. 혁신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바 있다.  

연구 현장은 지난 7월 주 52시간 제도가 일괄 적용되며 혼란 양상이다. 연령·보직 여부를 떠나 자율적 시간 활용이라며 선호하는 목소리와 연구 연속성 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나뉜다. 이런 상황에서 주 52시간 여파가 사회를 넘어 학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 이사장은 행사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KAIST가 면학 분위기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라고 했다.

지난달 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에 따라 3대 품목과 관련한 기업은 주 52시간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원 이사장이 "너무 이른 축배를 들었다"고 발언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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