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창닫기

노벨과학상 연구실 ○○○ 다르다···그들의 저력은?

[특별취재팀 방담]美·日·유럽 연구실 취재 뒷이야기
환경조성 기다리지 않고, 연구자가 주체적으로 움직여
"정부에 의존 않고 펀딩 다각화···기업·국민에게 어필"
대덕넷은 연중 기획 '대표 연구실'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연구실의 연구 철학·문화 등을 조명해 올바른 연구 분위기 조성에 일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취재 기자들은 국내를 넘어 과학선진국인 미국·일본·독일·덴마크 연구실을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이후 현장 기록을 다시금 들춰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칫 단편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각을 다각화하기 위함입니다. 국가별 취재를 종합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의 취재 뒷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편지>

지난 9일자로 노벨과학상 발표가 마무리됐다. 노벨과학상은 올해도 어김없이 과학 강국의 몫이었다. 국가별로는 미국 4명·영국 2명·스위스 2명(상 몫은 1명)·일본 1명. 주목할 점은 수상자의 나이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평균 나이는 63.3세, 노벨물리학상 평균 나이는 71.3세, 노벨화학상 평균 나이는 82세다. 지난해 수상자도 70세가 넘는 고령이 대다수였다. 연구 축적·지속성이 중요한 이유다.

노벨과학상이 나오는 연구실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해외 노벨상 배출 연구실을 취재하고 온 기자들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 기자들은 해외 연구자들이 연구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누군가 만들어주길 기다리기보단, 개인이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연구실도 펀딩이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국민들에게 연구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기업에 펀딩을 받을 만큼 재정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만의 연구 철학·문화를 만들어가며 작은 성과들을 창출해나간다고 밝혔다. 

해외 연구실 특별 취재팀은 ▲길애경 취재팀장(총괄) ▲김지영 기자(일본) ▲강민구 기자(유럽) ▲박성민 기자(미국)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가별 취재 뒷이야기를 종합해 입체적인 시각을 전달하고자 방담을 열었다. 궁극적으로는 올바른 국내 연구실 문화 조성에 일조하기 위함이다. 

◆노벨과학상 연구실···연구 전통 보존하며 지속성 유지

박성민 기자(이하 박): NIH(미국국립보건원) 취재 갔던 연구실에 노벨상이 나왔다. 노벨상 나왔을 때 연구 노트, 실험 장비가 이미 다 보존돼 있다. 당시 노벨상을 받으면서 남긴 정신을 다음 세대가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전파한다.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더라. 정신을 대물림한다. 

강민구 기자(이하 강): 닐스 보어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잘 보존하더라. 닐스 보어가 썼던 칠판도 그대로 있다. 보존해놓은 공간에는 아인슈타인이 준 사진도 있다. 그 공간이 아직도 건재해서 사용해도 이상이 없을 정도로 보존이 잘 돼 있다. 

김지영 기자(이하 김): 교토대의 경우 연구 노트를 다 써놓는다. 후임자가 오더라도 그걸 보고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화를 한다고 했다. iPS(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단도 연구 노트 열심히 쓰고, 검사를 따로 할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기록한다.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다. 

◆ 재정 다각화···"정부에 의존 않고, 기업·국민에 펀딩 필요성 어필"

김: 일본 연구자들도 기초과학 투자가 줄어들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RIKEN(이화학연구소)은 연구비를 외부와 내부에서 8:2 비율로 가져온다. 교토대 iPS(유도만능줄기세포) 연구단도 펀딩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더라. 연구 소장은 대외적으로 '우리 연구가 이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펀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른 연구소 같은 경우는 아예 연구 소개와 펀딩해달라는 홈페이지가 있다. 국민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연구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한다.

강: 유럽 연구실도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구비가 점점 줄어든다고 말했다. 그래서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과 밀착해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유럽은 펀딩을 다변화하고 있다. 정부에 의존해서 예산이 더 많아질 거라는 희망을 별로 품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진취적으로 상황을 바꿔 나가고 있다. 

이석봉 기자(이하 이): 일본이 말하는 외부는 산업계도 포함이다. 정부 기관이 아니라 도요타 등 기업에서 가져오는 것이다. 

길애경 기자(이하 길): 제도, 장치도 필요하지만 연구자들이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연구자들은 PBS(연구과제중심제도)가 없어지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 "점잖은 사람은 필요 없다···'왜' 연구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소통"

박: 미국에서 기록한 내용을 보니깐 겹치는 단어가 있더라. 'Why'라는 키워드다. 미국 연구자들은 왜 해야 하는지 질문을 굉장히 많이 던진다. 연구 주제를 놓고 왜 연구해야 하는지, 구성원 간 생각이 다르면 왜 다른지, 네트워킹은 왜 해야 하는지 등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공감대를 형성해간다. 미국에선 '어떻게' 보다도 '왜'가 더 중요했다.

미국국립소방연구소(NFRL)은 1980년부터 화재 연구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세미나는 매주 화요일 1시간 진행하는데, 이때 '우리는 왜 이 연구를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서로에게 던진다고 한다. 왜라는 질문을 오랜 기간 지속해서 던졌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자기중심을 잡아간다. 

강: 연구실 분위기가 '점잖은 사람은 필요 없다'라는 분위기다. 수줍은 사람은 나가라고 하더라. 그만큼 자유롭게 얘기하면서 의견 교류하고 공유하는 가치를 중요시한다. 'Make people talk', 사람들을 이야기하게 만들라는 말이 있다. 

◆ 해외 연구실 저력은 '개방'···칸막이 없고 다양성 존중

강: 유럽 연구실에선 개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닐스 보어 연구소에 양자컴퓨터 몇 대가 있다. 미국 교수가 온 뒤로 연구실 칸막이가 없어졌다고 하더라. 3개의 연구실을 하나로 만들고, 그 안에서 양자컴퓨터를 운영하고 있었다. 개방이 있다 보니 연구실 구성도 다국적 연합이 가능하다. 해외 연구실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박: 미국은 지하철역 인근에서부터 이곳에서 어떤 연구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테마가 느껴지더라. 우리는 연구실에 들어가야 그런 스토리를 알고 들을 수 있지 않나. 그런 부분이 다르다. 

길: 독일 막스 플랑크의 경우에도 연구소를 가보니 공간 구성이 전부 오픈돼 있더라. 개방, 혁신을 공간으로 보여줬다. 우리는 붙어 있지만 문이 다 닫혀 뭐하는지 서로 모른다. 해외의 경우 연구소를 오픈하는게 자연스럽다. 

◆ 연구자 천국 의미, 워라밸 아닌 "미친 듯 연구할 수 있는 환경"

강: 흔히들 닐스 보어, RIKEN(이화학연구소)을 '연구자의 천국'이라고 한다. 연구자의 천국이 우리와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더라. 그들은 마음껏, 자유롭게 연구하는 환경을 천국이라고 한다. 연구가 좋으면 토요일에라도 나와서 한다. 아티스트는 언제든 일한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경계가 없다. 

이: 하고 싶은 연구를 죽어라 하는 게 천국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위기의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도 없다. 한국의 이공계는 미국, 일본에서 들어왔다. 들어올 당시에는 해야 할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사명감이 있었다. 그 이후부터는 달라졌다. 대다수 과학자들이 과제, 연구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 이공계 수업에서 역사, 철학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대덕넷은 9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미국·일본·독일·덴마크 대표 연구실을 보도했다. 이후 취재 기자들이 현장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대덕넷은 9월 15일부터 10월 3일까지 미국·일본·독일·덴마크 대표 연구실을 보도했다. 이후 취재 기자들이 현장 뒷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김인한 기자의 다른 기사 더보기
독자의견
로그인 독자분들의 소중한 의견은 과학과 국민을 잇는 밑거름이 됩니다
0/ 3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