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 감사 선진화 방안·국회 개정안 발의연구개발 특성 반영, 사전 점검해 감사 유발 요인 감소"자체감사 연구회 이관, 연구몰입 환경 조성"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자체감사 업무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로 일원화하자는 움직임이 커지는 분위기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 발의에 나서며 출연연 감사 일원화의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9월  23일 변재일 의원을 포함해 11명(이후삼·김병기·신창현·오제세·박정·한정애·김경진·소병훈·고용진·이석현) 의원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고 나섰다. 같은 달 24일 노웅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의원 10명(전현희·김민기·송옥주·이후삼·박광온·김철민·안호영·신창현·안규백)도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연구기관(출연연)의 감사(監事)설치 조문을 삭제하고, 연구회에 출연연 자체감사 전담조직을 둬 자체감사를 실시함으로써 독립성·전문성을 확보하자 것이다.

국회에서 이처럼 발의에 적극 나선 이유는 한가지다. 소관기관별로 실시하는 자체감사가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위축시키고 연구자들의 연구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자체감사는 연구회로 이관해 감사 활동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연구몰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출연연 감사 일원화는 연구회에서 연구몰입 환경 조성을 위해 2015년부터 '출연연 연구행정 효율화 추진위원회(2016년 출연연 연구행정 선진화 추진단으로 변경)'를 구성하고 추진해 온 과제 중 하나다.

◆ 출연연 인력 부족으로 연구자·행정인력 동원, 외부 감사는 정권 전유물?

현재 출연연의 감사 거버넌스를 살펴보자. 출연연은 상임, 비상임 독임제 감사를 통해 외부감사(감사원, 국정감사)와 자체감사(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관내부 감사)에 대응한다.

외부감사는 연 1회 국회 국정감사와 4~5년에 한 번씩 이뤄지는 감사원 감사가 있다. 자체감사는 주무부처의 종합감사가 2~3년에 이뤄지고 특정감사는 수시로 이뤄진다. 기관내부 자체 감사는 일반감사(연 1회), 특정감사(사안 발생 시), 일상감사(수시), 복무감사(연4~5회)를 받게 된다. 연중 내내 감사가 이뤄지는 셈이라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R&D 기관의 특성을 배제한 감사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R&D 감사에 사업집행 중심의 감사기준을 적용, 연구비 집행과 과제관리에 치중된다. 실제 2013년 국가 R&D 감사백서에 의하면 R&D 영역의 감사 적발 사례 중 70% 이상이 연구비 집행 및 과제관리에 해당된다.

연구회 자료에 의하면 출연연의 자체 감사 부서 인력은 평균 4.4명. 하지만 최근 3년간 출연연은 각종 감사로 기관당 연평균 53.68일에 13.4명의 인력이 투입됐다. 내부 인력으로는 당연히 일손 부족현상이 빚어진다.

그 부담은 연구자나 다른 인력에게 전가된다. 국가 R&D 감사를 경험한 출연연 연구자의 51.4%가 소명자료 작성 등 감사 관련 행정업무에 투입돼 연구 지속성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연구회의 설명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특정감사는 짧게는 2일, 길게는 200여일 이상 진행되기도 한다. 이처럼 불규칙적인 특정 감사를 위해 별도의 전담인력을 상시 유지하기는 어렵다"면서 "또 내부 감사는 부서 이동시 상사, 동료가 될 수 있고 기관장의 영향 등으로 독립적 감사에 애로가 있다"고 호소했다.

출연연 감사는 상임감사와 비상임감사로 구분된다. 기관의 연간 예산이 1000억원 이상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4개 기관이 상임감사를 두고 나머지 기관은 비상임감사를 두고 있다.

감사의 임기는 3년. 비상임감사는 ​보수를 지급받지 않고 예산범위 내에서 감사활동비 또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실비를 지원받는다. 상임감사는 고액의 연봉(1억원 이상)과 차량, 비서, 사무실, 관사가 제공된다. 감사 임면은 연구회 이사장이 한다.

그동안 출연연 감사직은 전문성과 무관하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두고 정권의 전리품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회자됐다. 연구현장에서는 전문성 없는 감사로 연구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호소가 반복됐다. 또 시대의 흐름과 달리 회계 중심 감사체계로 연구현장의 자율성을 저해, 실효성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출연연 감사 일원화는 현재(또는 미래) 감사 인력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으로 반발과 반대 의견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학기술 기반의 미래가 더욱 중요해지며 국회에서도 출연연 감사 일원화에 힘을 모아주는 추세다.

노웅래 위원장은 대표 발의와 함께 "출연연과의 간담회, 연구행정선진화를 위한 공청회 등 현장 목소리를 듣고 준비한 입법안"이라며 "출연연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는 지금 꼭 필요한 법안인 만큼 조속한 통과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출연연 감사 일원화로 기대되는 것은

출연연 감사 선진화 방안은 출연연의 특성을 반영하고 연구자의 부담을 줄여, 연구몰입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개별 출연연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연구회에서 해결하면서 전문성은 높이자는 데서 시작된다.

구체적 방향은 출연연 자체 감사를 연구회 이사장 직속 감사단으로 일원화하고 사후가 아닌 사전감사(일상 감사)로 윤리경영을 강화하자는 의미다. 출연연에는 기관장 소속의 윤리 감사부를 신설하고 2~3년 감사 경력자로 인력을 구성해 일상과 복무감사만 전담토록 한다.

연구회로 일원화된 감사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를 지원하고 이후 감사원 감사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토록 할 예정이다. 연구회에 의하면 출연연 감사단은 기획감사부와 전략감사부를 두고 협동감사제도 운영과 감사정보 관리, 특정감사와 외부감사 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구개발의 특성을 반영한 감사단 운영을 위해 출연연 특성을 반영한 감사제도와 규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감사인의 연구개발 특성 이해는 중요하다. 때문에 국가연구개발 사업과 출연연의 특성이 반영된 감사를 위해 특화된 교육프로그램도 개발하고 운영키로 했다.

연구회 관계자는 "감사 일원화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연구자의 연구몰입환경 조성과 불합리한 감사 규정을 개선해 연구자의 규정위반을 줄이고 사전점검으로 감사 유발 요인을 선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면서 "무엇보다 감사 대응 일원화로 동일내용 지적과 중복자료 제출을 최소화해 출연연과 연구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연구개발 분야 감사 통합 사례는 영국을 들 수 있다"면서 "영국은 2012년 개별 연구회의 자체 감사를 일원화했다. 2015년에는 재무부 산하 독립기관인 정부자체감사기구로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를 통합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번 사례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른 분야도 확산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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