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ST, 쇠구슬 굴려 그래핀에 질소 도핑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질소 기체 분해 가능

국내 연구팀이 그래핀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UNIST(총장 직무대행 이재성)는 백종범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팀이 쇠구슬을 이용해 공기 중에 있는 질소기체를 분해하고 질소가 도핑된 그래핀을 만들었다고 3일 밝혔다.

탄소가 육각형 그물 형태로 배열된 소재 '그래핀'은 전기를 잘 통하지만 밴드 격차를 조절할 수 없다. 밴드 격차는 전자의 에너지 영역 차이로, 전류를 결정한다. 그래핀은 전류를 조절하는 반도체 같은 전자소재로 쓰이지 못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래핀의 탄소 사이에 질소를 집어넣어 전자의 에너지 구조를 바꾸는 '도핑' 방법이 연구된다. 질소를 도핑하려면 질소기체(N₂)를 질소원자(N)로 쪼개야 한다. 그런데 질소는 원자 간 결합이 매우 강해 고온과 고압을 가해야 한다. 도핑을 해도 질소 함유량은 1% 내외에 그친다. 질소의 함유량을 조절하면서 반응 조건이 단순한 공정 개발이 필요하다.

백종범 교수팀은 저온·저압에서 질소를 도핑하는 데 '쇠구슬'을 이용했다. 통 안에 질소, 그래핀, 쇠구슬 여러 개를 넣고 강하게 회전해 반응을 일으켰다.

통이 회전하면서 쇠구슬끼리 부딪혀 표면이 활성화되고, 이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쇠구슬의 탄성 에너지로 바뀐다. 이 에너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팽창한 쇠구슬 표면에 질소 기체가 붙으면서 질소 원자 사이의 결합이 끊어진다. 팽창했던 쇠구슬이 압축하면 질소가 원자 상태로 떨어져 나가는데, 이때 그래핀에 질소가 도핑된다. 통이 회전하면서 반응이 반복되고 그래핀에 더 많은 질소가 도핑된다.

쇠구슬을 이용한 질소기체의 결합분해 방법 모식도. 쇠구슬끼리 부딪히면 쇠구슬 표면이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표면에 질소 기체(N2)가 붙어 질소 원자(N)로 분해되고, 일시적으로 팽창되어 있던 쇠구슬이 수축하면서 질소 원자 쇠구슬에서 떨어져 그래핀에 도핑된다. <그림=UNIST 제공>
쇠구슬을 이용한 질소기체의 결합분해 방법 모식도. 쇠구슬끼리 부딪히면 쇠구슬 표면이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표면에 질소 기체(N2)가 붙어 질소 원자(N)로 분해되고, 일시적으로 팽창되어 있던 쇠구슬이 수축하면서 질소 원자 쇠구슬에서 떨어져 그래핀에 도핑된다. <그림=UNIST 제공>
연구를 주도한 가오-펑 한(Gao-Feng Han) 박사는 쇠구슬의 재질, 크기, 회전속도, 시간을 조절해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하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냈다. 그 결과 40℃에서 1바(bar, 압력 단위)도 안 되는 압력으로 16%의 질소를 그래핀에 도핑했다.

백종범 교수는 "낮은 온도와 낮은 압력에서 간단한 공정으로 질소가 포함된 탄소체를 만드는 방식이라 대량생산에 적합하고 경제성이 높다"며 "방법이 쉬워 다양한 물질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에는 중국 지린대학교의 칭 지앙(Qing Jiang) 교수와 시앙-메이 시(Xiang-Mei Shi) 연구원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11월 1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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