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투지바이오, 미립구 활용 개량신약으로 미국 임상 공략
이희용 대표 "개량신약 개발시간, 비용 큰 폭으로 줄여"
창업 2년7개월만에 90억원 규모 투자유치

인류가 아직 정복하지 못한 대표적인 질환 '치매'. 많은 제약사와 연구기관, 대학 등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주로 예방 단계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엔 10여 년의 시간과 1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알려져 있는 가운데 창립 2년 7개월이 지난 신생기업이 순항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주인공은 대덕 2세대 바이오벤처인 '지투지바이오'. 이희용 대표를 만나 지투지바이오의 다음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주사 한 번으로 1개월···기존 경구용 신약을 개량하다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가 미립구를 이용한 치매 개량신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이희용 지투지바이오 대표가 미립구를 이용한 치매 개량신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지투지바이오가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개량신약'이다. 개량신약이란 이미 임상을 거쳐 치료효과가 검증된 약물을 개량해 새로운 약품으로 출시하는 형태다. 즉 완전히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것에 비해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크게 절감된다.

이희용 대표는 "이미 시판된 약의 경우 후보물질 발굴과 효력시험, 독성시험 등에서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 또한 임상 3상까지의 과정도 소규모로 진행이 가능하다"라며 "일반 신약이 10~15년 가량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반해 우리의 개량신약은 약 7년 정도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투지바이오가 개량한 것은 약의 복용방식이다. 현재 개발된 치매치료제의 경우 약물의 치료효과와 별개로 약 자체를 먹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입으로 먹는 경구용 약은 시기에 맞춰 복용을 해줘야 하지만 상황상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기억력이 저하되는 치매환자의 경우 복용 자체가 점점 어렵게 다가온다.

지투지바이오는 경구용 약을 약효가 오래 지속되는 주사제 형태로 개량했다. 치료효과가 있는 약물을 생분해성 고분자로 감싸 10~100 ㎛ 크기의 미립구를 만들어 투여하면 체내에서 녹아 약물이 작용하는 원리다. 녹는 시기를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주사 한 번으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6개월까지 약효가 지속돼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특히 지투지바이오는 미립구를 만드는 과정과 실제 체내에서 작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했다. 지투지바이오가 개발한 'InnoLAMP'는 입자는 균일하게 생성하며 제조 과정 중에 사용되는 유기용매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또한 주사제 생산에서 매우 중요한 무균 공정 확보를 위해 미립구의 충전 공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InnoLAMP는 기존 미립구 기술에 비해 간편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약물별 미립구를 균일하게 만들 수 있어 실제 상용화에도 유리하다.

다음 단계는 스케일업(Scale-Up)이다. 이 대표는 "미립구를 이용한 개량신약의 경우 많은 독성시험 항목이 면제되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스케일업이 어렵다"라며 "현재 쥐를 대상으로 한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사람에 맞는 킬로그램(kg) 단위의 스케일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산 및 실험을 위해선 일반 주사공장이 아니라 우리 기술에 맞는 GMP 시설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오송 KBIO(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 전용시설이 건설 중이며 올해 말 완료 후 검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남대학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지투지바이오. 올해 말 오송 KBIO에 지투지바이오의 GMP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사진=이원희 기자>
현재 한남대학교에 자리를 잡고 있는 지투지바이오. 올해 말 오송 KBIO에 지투지바이오의 GMP 시설이 완공될 예정이다.<사진=이원희 기자>

◆ 20여 년 경험 바탕 "미국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지투지(G2G)바이오는 'Good to Globe'라는 뜻으로 시작했습니다. 전 세계 환자들에게 좋은 약품을 제공하겠다는 의미였죠. 그러다 최근 하나의 'G'가 더 추가됐습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Great)' 바이오 기업으로서 거듭나고자 합니다."

'좋은 기업'으로 자리 잡기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은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정도로 어렵다. 특히 비용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선점에 의한 승자독식의 영향력이 큰 바이오 분야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지투지바이오가 자신 있게 세계의 문을 두드릴 수 있었던 데엔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KAIST에서 생물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4년 간 개량신약 연구를 이어왔다. 동국제약 자문을 비롯해 2002년부턴 펩트론에서 제약 R&D를 책임졌다.

이 대표는 "새롭게 도전하고자 한 미립구 개량신약이 기존 펩트론과 분야가 다르다보니 진행하기엔 부담이 있었다"라며 "고심 끝에 지투지바이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펩트론 당시 함께 연구했던 설은영 연구소장과 이수정 상무, 총 세 명이서 창업을 했다"며 "20여 년 간 R&D부터 기술이전, 시판까지 모두 경험했기에 지투지바이오가 신생기업임에도 빠르게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여 년이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지투지바이오를 설립한 이희용 대표. 지투지바이오는 '위대한'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이어나가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20여 년이 넘는 경험을 바탕으로 지투지바이오를 설립한 이희용 대표. 지투지바이오는 '위대한' 기업으로의 발돋움을 이어나가고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투지바이오에 투자 역시 이어졌다. 창업 이후 대덕벤처파트너스와 한남대학교 개인투자조합을 비롯해 13억 규모의 엔젤투자를 유치했으며, 지난해 시리즈A엔 총 8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지투지바이오는 이를 발판 삼아 해외 임상 1상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FDA(미국 식품의약국)와의 PreIND(사전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 미팅을 통해 임상에 필요한 절차 및 규정 확인을 마쳤다"며 "국내 제약사 중엔 지투지바이오가 치매치료제 개량신약으로 가장 빨리 임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바이오 분야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바이오 분야는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보니 청년 창업이 힘든 분야다"라며 "꾸준하게 경험과 노하우를 쌓은 후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학문적인 연구와 사업화를 위한 연구는 성격이 다르다. 창업을 생각한다면 기업운영을 위한 준비가 필수"라며 "정부 및 각 지역의 지원사업과 가이드를 활용하고, 선배 기업인들을 만나 많은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가 함께 마련했으며, 대전 BIO융합센터 매거진(VOL.3)에 실렸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