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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그룹 상무
2019년 현재 국내 바이오산업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타 있다.

폐암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기술이전 소식과 면역항암제를 등에 업은 미국 바이오산업의 활황으로 기대 속에 시작한 한 해였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검찰 수사,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허가 취소, 신라젠의 미국 임상시험 3상 실패, 에이치엘비의 미국 임상3상시험 결과 등 악재가 연거푸 나오면서 바이오 주식 시장은 폭락하여 바이오텍 회사들의 주가가 반토막 아래로 추락하였다.

반면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에서 기술이전하여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오토택신 저해제가 7월 글로벌 제약사인 베링거 인겔하임에 1.5조원 규모로 기술이전되었고, 올 9월까지 국내 벤처캐피탈의 바이오투자는 약 9천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산업 기반이 탄탄히 다져지고 있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의 사례는 단일프로젝트(Single Project)에 의존하는 기업의 리스크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확률로 귀결된다.

비상장기업이라면 단일프로젝트에 집중하든,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든, 기업의 전략에 따른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상장기업의 경우에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기업의 생존확률을 최대한 높이고자 하는 노력이 일반적이라고 본다. 기업공개(IPO; Initial Public Offering), 즉 상장은 계속기업으로서 일반인들이 그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도록 사업 안정성을 갖추겠다는 사회적 약속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신뢰는 더욱 중요하다. 임상시험의 실패는 최선을 다해도 실패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미 이러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나 재무정보를 속이거나 감추는 일은 기업이 미리 알고 있거나 의도가 개입되어 있기에 임상시험 실패와는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바이오사업, 특히 신약개발사업은 약물이 규제기관에서 최종적으로 허가를 받아 제품으로 출시되기 이전에는 그 가치가 데이터의 형태로 존재한다. 데이터는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이기에 이를 감추거나 속이는 것은 바이오산업의 근간인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기업들에 관용을 베푸는 일은 산업 전체의 공멸을 가져올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대표적인 코스닥 상장 경로인 기술특례상장제도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신뢰의 문제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아웃을 적용하여 퇴출을 시켜야 한다고 본다. 이후 문제가 해소되고 사업성장을 시현할 때 재상장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바이오기업들의 주가 역시 논란이다. IT나 제조 분야 등 비바이오 기업들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등 신약개발을 제외한 헬스케어 분야의 다른 기업들에게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이므로 원칙적으로는 옳고 그름을 따질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기업가치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는 기업과 투자자 모두 생각해볼 일이다. 일부 기업의 비상식적으로 높은 주가는 실패할 가능성을 영(0)으로 보았기에 가능한 수치이며, 이는 기업의 선택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는 독소가 되기도 한다. 또한 혹시라도 거품이 꺼지게 되면 그 거품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튀어 산업생태계를 교란시키게 된다.

2000년대 중후반 주식시장에서는 바이오기업들의 우회상장이 붐을 이루었다. 바이오주식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바이오주의 공급이 적다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주식 가격이 폭등한 사례가 줄을 이었으나, 많은 경우 부실한 껍데기기업(Shell)과의 합병(M&A)으로 바이오기업(Pearl)은 충분히 자금 조달을 하지 못했고, 너무 이른 개발단계에서 시장에 진입하여 성과를 제시해야 했기에 셀트리온, 차바이오텍 등 소수의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상당부분 이름을 감추게 되었다.

그리고 후유증은 만만치 않았다. 늘 그렇듯이 생태계는 한 번의 사건으로도 오염이 되지만 이를 정화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된다.


생태계는 다층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바이오생태계는 바이오연구개발(R&D) 생태계와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아우르고 있으며 의료생태계와도 연결이 된다.

바이오산업 생태계에서 주인공은 당연히 기업이다. 하지만 벤처투자자, 정부의 역할이 다른 산업 생태계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뛸 수 있는 운동장, 즉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기의 규칙, 즉 규제를 정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기업들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벤처투자자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공하여 기업들을 보육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보육 역량이 벤처투자자 간 경쟁력의 지표가 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부와 벤처투자자는 자본시장에 대한 공급자로서 자생력 있는 바이오기업을 주식시장에 데뷔시키는 역할도 맡고 있다. 

정부는 상장 제도를 보다 예측가능성이 높게 운영하여 기술력 및 성장잠재력을 갖춘 기업들을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 공급하고, 문제 있는 기업들은 바로 솎아낼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업은 먼저 신뢰를 잃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겠다. 이럴 때 사업의 리스크는 온전히 데이터 기반의 사이언스(Science, 과학)로 귀결될 것이고 바이오산업은 과학 기반의 산업으로 널리 인정받고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오 시장은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시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세분화된다. 개인별 맞춤의료, 맞춤형 건강관리라는, 사람 하나하나가 개별 시장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학연병 협업은 물론이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브릿지바이오가 마주 잡은 손과 같이 기업과 기업 간 서로 교류하고 제휴하며 나아가 합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환우 및 일반인들에게 더 높은 편익을 제공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시리즈는 대덕넷과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가 함께 마련했으며, 대전 BIO융합센터 매거진(VOL.3)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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