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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알츠하이머, 실패를 넘어 희망을 잇다


현재 전세계 바이오산업의 관심이 가장 많은 질환은 암과 알츠하이머다. 그만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와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아직은 '치료'보다 '위험', '죽음' 등의 단어가 더 먼저 떠오를만큼 확실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단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험도가 높을수록 치료제 개발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실패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 중 하나다. 이번 BIO Insight에선 전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현황에 대해 소개한다.

◆ 블록버스터 신약 대표주자 '면역항암제'

암은 1940년대 최초의 치료제가 등장한 이후 진단기술 및 치료제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까지 정복되지 않았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완치에 가깝게 치료가 가능하지만, 실제로 특정조직에서 암을 조기 발견하는 경우는 50% 미만이다. 암이 진행된 후, 특히 주변조직으로 전이되는 경우엔 생존율이 급격하게 떨어져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치료제 연구는 지속되어 왔다. 1940년대 개발된 최초의 화학항암제가 그 시작이었다. 화학항암제는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방해하는 효과가 있지만, 일반세포를 무분별하게 공격한다는 점이 단점이었다. 그럼에도 암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막는 치료효과가 높다는 점에서 꾸준히 사용되어 왔으며, 수많은 제네릭(Generic)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화학항암제의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후, 1971년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를 중심으로 차세대 치료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30년이 지난 2000년대엔 2세대 표적항암제가 등장했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가 성장하는데 필요한 원인들을 억제하며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이는 일반세포를 공격하던 기존 화학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암세포는 실제적으로 다양하고 복잡해 제한적인 부분들이 많았으며, 개인별 신체적 특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암세포가 표적항암제에 '약제내성'을 갖기 시작하며 치료효과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한 항암제가 등장했다. 면역항암제는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재주입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거부반응을 낮출 수 있다. 현재 면역항암제의 대표기술이라 할 수 있는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T) 기술은 CAR 수용체와 T세포를 결합시켜 재주입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재주입된 CAR-T세포는 암세포와 항원-항체반응을 통해 암세포를 억제한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역시 단점이 존재한다. 혈액암에선 높은 효과를 보이지만 유방암, 폐암과 같은 고형암에선 'T세포 활성저하인자'에 의해 효율이 낮은 모습을 보이며, CAR-T 자체가 갖는 '사이토카인 방출증후군(Cytokine Release Syndrome, CRS)' 등의 부작용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부작용이 없는 자연살해세포(NK Cell)를 이용한 CAR-NK의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임상비용 및 수익성<자료=EvaluatePharma(2019), "World Preview 2019, Outlook to 2024">임상비용 및 수익성<자료=EvaluatePharma(2019), "World Preview 2019, Outlook to 2024">

일반적으로 적응증의 임상 기간은 평균 6~7년이지만 항암제의 경우 10~11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항암제 연구가 많은 이유는 높은 수익성이다. EvaluatePharma의 'World Preivew 2019, Outlook to 2024'에 따르면 항암제는 건당 임상 비용이 약 7억 달러에 이르지만 순현재가치(NPV)가 782억 달러로 심혈관계, 중추신경계, 근골격계 등 다른 적응증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여기에 13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파이프라인을 구성해 임상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신물질 신약 파이프라인보단 임상 실패 리스크가 낮은 적응증 확대 분야의 파이프라인이 많다. 기술 분야별론 저분자 표적항암제, 면역관문억제제, 치료용 항체 등 출시된 제품이 많은 기술 중심으로 파이프라인이 구성되어 있으며, 세포치료제, 항암백신, 항암바이러스 분야는 없거나 1~2개 정도로 연구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적응증 확대의 경우 2상 또는 3상부터 임상을 진행할 수 있어 임상 3상에 파이프라인이 집중되어 있으며, 신물질 신약의 경우 1상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국내제약기업의 파이프라인 현황'에 따르면 선도·후보물질을 포함한 국내 파이프라인은 573개이며, 이 중 178개가 항암제다. 국내 파이프라인의 구성은 임상 1상보다도 앞선 탐색 및 비임상 단계의 비중이 높다. 적응증 확대의 경우 신약개발 사례가 없어 미보유 상황이다.

국내 주요기업의 임상 1상 이상 파이프라인은 대부분 국내 임상이며, FDA에서 진행 중인 임상은 10개다. 하지만 신라젠과 에이치엘비의 임상이 실패 및 중단되었고, 한미약품의 오락솔과 같은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제외하면 FDA 임상 3상 신약 파이프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내기업이 개발한 항암제 신약이 출시되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의 임상 건으로 인해 2019년 국내 바이오 주가 등이 동반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임상 성공률이 낮은 분야의 특성상 실패는 자연스러운 결과 중 하나이며, 개별기업의 결과가 분야 전반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한다.

◆ 알츠하이머, 1%의 가능성을 뚫어라 

알츠하이머는 뇌세포가 퇴화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뇌질환이다. 1907년 독일 의사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발견하며 이름이 붙여졌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치료제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말해준다. 가장 마지막으로 FDA의 승인을 받은 신약은 2003년 메만틴(Memantine) 성분을 포함한 '나멘다(Namenda)'다. 이후 임상 2상과 3상, 최종허가까지 연이은 실패결과가 전해지며 실패율이 99%가 넘는 최악의 질병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역시 고배를 마시고 있다. 화이자(Pfizer) 지난 2018년 치매치료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2012년 디메본(Dimebon) 임상 실패에 연이은 실패 소식이었다. 이외에도 엘리 릴리(Eli Lilly), 머크(Merck), 액소반트 사이언스(Axovant Sciences) 등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알츠하이머 임상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뇌에 있다. 뇌는 '소우주'라고 불릴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가졌다. 신경세포의 수만 870억개이며, 각각의 세포들은 1,000개 이상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알츠하이머의 정확한 원인 및 과정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베타아밀로이드(Amyloid β)가 알츠하이머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 하에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실제로 apoE 유전자,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단백질 변화, 산화 스트레스, 노화에 따른 미엘린 파괴 등 다양한 뇌손상이 영향을 미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임상의 경우 암세포와는 달리 뇌세포를 추출해 연구할 수 없다. 인간의 알츠하이머 샘플을 사망환자의 뇌에서 추출하기에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이다. 또한 이를 가지고 진행하는 실험대상이 쥐와 같은 동물일 경우 인간의 뇌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실제 치료효과 역시 다른 결과를 보여준다.

하지만 포기는 아니다. 베타아밀로이드 침착 저해제, 결합 항체 등 관련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임상이 중단되었던 바이오젠(Biogen)의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FDA 승인 재검토 예정을 밝히며 치매 인지기능 저하를 저하시키는 최초 치료제 등장의 가능성을 높였다.

또한 베타아밀로이드와 신경섬유 얽힘에 관여하는 타우(tau) 단백질, 5-HT6(세토로닌) 수용체 길항제나 대사치료제(인슐린, 췌장 호르몬 등), 성장호르몬 등 다양한 기전을 이용한 치매치료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종류 및 임상단계별 분포.<자료=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19-13호>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종류 및 임상단계별 분포.<자료=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19-13호>

국내 제약사의 경우 알츠하이머 신약 파이프라인이 대부분 임상 1상과 2상 단계에 있지만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광동제약과 SK케미컬, 환인제약, 한화 드림파마 등이 천연물신약 연구를 진행 중이며 대웅제약과 메디프론, 뉴로테크 등은 합성신약,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특히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알츠하이머이기에 글로벌 제약사, 바이오벤처, 대학, 연구기관 등과의 협력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진단용 조영제에선 국내 기업이 이름을 전세계에 알렸다. 조영제는 엑스레이(X-Ray),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영상 진단 전 조직이나 혈관에 투여해 결과가 잘 보이도록 하는 약물이다. 알츠하이머 진단용 조영제의 경우 2012년 '아미비드(AMYViD)'가 최초 FDA 승인을 받은 후 2013년 비자밀(Vizamyl), 2014년 뉴라체크(NueraCeq)가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 2017년 국내 방사성 조영제 전문 기업 '퓨처켐(FutureChem)'이 4번째로 이름을 추가했다. 퓨처켐의 알츠하이머 표적 진단용 조영제 '알자뷰(Alzavue)'가 식약처에 승인을 받으며 관련 업계 및 학계의 연구활동 증진을 이끌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R&D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연구 관련 예산확대와 인프라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3년 4월 오바마 대통령 당시 'Brain Initiative'를 발표하고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 등이 참여한 뇌지도 개발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10년간 30억 달러가 투자된다.

영국은 2014~2015년 간 치매연구에 1,12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연구기관 간 공동프로젝트(Cross-council)을 통한 연구를 추진했으며, 프랑스는 대형 연구기관과 국립연구청(L'Agence nationale de la recherche, ANR) 및 대학 등에 지난 5년 간 매년 4억 5천만유로를 지원했다. 이외에도 일본,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선 국가 뇌 은행을 운영하며 인프라를 구축했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다양한 기전을 활용한 연구가 이어지고, 여기에 조기진단 기기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학이 알츠하이머 관련 국가 R&D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중소기업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전체적인 연구개발단계는 기초연구가 가장 높은 모습을 보이며, 최근 개발연구 단계가 지속적인 증가모습을 보였다. 

정부R&D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18년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알츠하이머는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매우 높아 국내 기업의 자체적 개발의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인 R&D 지원 및 연구 인프라 구축이 요구되며, 관련 연구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 병원 등의 활발한 융합연구가 이어져야 한다.

참고자료
국내외 항암제 개발 동향 및 시사점(KDB미래전략연구소)
알츠하이머 진단·치료기술(KISTEP 기술동향브리프 2019-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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