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일본통]일경비즈니스, 페이스북 '리브라' 통해 디지털 통화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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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페이스북이 발표한 디지털 통화 '리브라(Libra)'.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 결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 본질은 통화발행권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에 대한 도전이다.

'신용'만 있으면 사기업이라도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통화는 각지에서 발행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국가는 어디로 향해가는가? 일경비지니스가 지난 9월호 특집기사로 리브라가 열어버린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소개했다.

◆ 프롤로그 '리브라'의 도전장
잠재적 이용자 24억명의 충격

미국 페이스북이 구상을 밝힌 디지털 통화 '리브라'가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으로부터는 경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것은 돈을 뒷받침해 온 '신용'을 둘러싼 암투이기도 하다.

"최고 수준의 규제를 충족해야 하고 신뢰받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7월 중순, 프랑스 샹티이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프랑스의 브루노 르메르 재무장관은 폐막 후의 기자회견에서 회의 과제 중 하나였던 '리브라'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리브라'는 이용자 수가 세계에서 24억명에 달하는 SNS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이 6월 18일에 구상을 발표한 디지털 통화다. 그 잠재적인 수를 무기로 독자적인 통화권을 구축하면 기존의 법정 통화 제도를 흔들지도 모른다.

Part 1. 발흥하는 독자의 통화경제권
디지털기술이 낳은 리브라의 '닮은꼴'

블록체인, QR코드 등의 기술 진화로 일본에서도 디지털 통화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현재는 일본 엔으로 가치를 보증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엔에서 '독립'할 수는 없을까? 해외에서는 민간의 디지털 통화에 정부가 대항하는 움직임도 부상하며 경쟁이 시작되었다.

9월 중순, 관광지로서도 유명한 기후현 다카야마시(市)에 세계 21개국 100명의 지역통화 연구자들이 모였다. 시민문화회관을 개방해 만든 회의장은 열기로 가득했다. 핀란드 대학에서 지역통화를 연구하는 Marcus Petz 씨는 "일본의 민간 기업이 발행하는 지역통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연구의 힌트가 된다"라고 말했다.

지역통화 연구기관인 'RAMICS'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지역통화국제회의다. 5회째를 맞는 올해 일본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지금 해외에서는 ESG 활동에 지역통화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각국의 지역통화 대책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회의에서는 다카야마시를 지반으로 하는 히다신용조합이 스마트폰과 QR코드를 이용해 17년부터 운용하고 있는 지역통화 '사루보보코인'의 소개, 삼림의 간벌 작업의 사례로서 다카야마시의 NPO가 발행하는 지역통화 '에네포' 견학회가 열렸다.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통화가 활발한 일본에서도 언젠가 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이미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통화가 속속 생겨나고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은행 이외의 사업자는 물론이고,  다카야마시와 같이 고정자산세나 경자동차세 등의 지불에 지역통화를 받는 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디지털 통화는 자금결제법상에서는 현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전자머니, 프리페이드 카드, 기프트 카드와 같은 선불식 지불 수단, 은행 이외의 업자가 제공하는 결제∙송금 서비스, 가상통화 중의 하나로 분류된다. 2001년에 JR동일본이 비접촉형 IC카드를 사용한 개찰시스템 'Suica'를 도입한 이래 일본인에게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최근 10년 동안 전자머니 결제 금액은 약 7배인 5조엔(17년)까지 증가했다.

전자머니뿐 아니라 스마트폰을 사용한 QR코드나 바코드 결제도 증가했다. 'LINE페이' '페이페이' '메르페이' 등 새로운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결제 금액의 20% 상당을 포인트나 전자머니의 형태로 이용자에게 환원하는 등 유저 확보를 위한 경쟁이 활발하다.

편의성의 향상도 보급을 지원한다. 은행 등의 금융기관보다 낮은 송금 비용에 주목해, 소액 송금이나 개인간 송금 등 지금까지 묻혀 있었던 송금 수요가 현재화되고 있다. LINE페이의 이케다(池田) 실장은 "아직은 점포 등에서의 결재 금액이 크지만 개인간 송금도 인지도 향상과 함께 증가하기 시작했다"라고 말한다.

Part 2. 국가에 대항하는 반역자들
통화와 국가의 경쟁에 시민도 참여

MMT로 상징되는 '큰 국가'에 반발해 새로운 '국가' 건설을 추진하는 집단이 있다. '자유시장' '최소국가' '사회적 관용'을 중시하는 미국의 자유지상주의자(Libertarian)다. 소규모 주(州)의 '탈취'와 해상 도시 구상. 리브라 등장의 이면에서는 기존의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

'이단'의 학설일까, 아니면 현대의 '지동설'일까? 이번 봄 이후에 정치가부터 경제학자, 금융 당국자까지 다양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격론을 불러일으키는 이론이 있다.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enetary Theory)이다.

MMT의 기본적인 주장은 '자국통화표시환율로 정부가 돈을 빌려도 높은 인플레이션이 되지 않는 한 재정적자는 문제가 없고, 인플레이션이 됐더라도 증세나 정부 지출 감소로 컨트롤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성공적인 사례로서 일본이 거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와 지방의 재정적자가 GDP(국내총생산)의 2배의 규모로 늘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혼란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천동설'과 '지동설'이라는 비유가 나오는 것처럼 MMT는 주류파 경제학의 상식에서 떨어져 있다.

주류파 경제학의 컨센서스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은 건전해야 하며, 재정적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MMT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통화발행권을 보유한 국가는 채무 변제를 위해 화폐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의 규모는 특별히 문제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리브라 구상을 계기로 '돈=법정통화'라는 현대인의 상식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전개되는 MMT 논의. 그것은 돈과 관련된 권한을 혼자서 담당해 온 국가의 존재의의를 되묻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국가의 통화발행,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MMT가 이렇게까지 주목을 받은 이유는 미국 민주당 좌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이 MMT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29살에 하원의원에 당선, 최연소 하원의원이 된 정치가다.

간판 정책은 화석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목표하는 그린뉴딜정책이다. 그 이외에도 미국의 젊은이들은 옥죄는 학비 대출의 탕감이나 전국민 보험제도의 도입 등을 주장하고 있다. 초선 의원이면서도 혁신적인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좌파를 대표하는 존재가 되었다. 미 정계에 나타난 신성이 지지했기 때문에 일약 MMT는 논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MMT라는 이단의 이론이 이목을 끄는 '무대'도 점점 정비되고 있다. 미국의 채무 비대화다. 미국의 연방 채무는 GDP 대비 리먼 쇼크 전의 35%대에서 약 78%로 증가했다. MMT의 채용 여부와는 상관없이 앞으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인프라 노후화는 심각하고, 연금이나 메디케어(고령자나 장애자용 공적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관련 급부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재정 지출의 여지가 한정적인 가운데 재정적자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으로서 MMT가 등장한 면도 있다.

그러나 재정적자의 확대도 국가의 통화발행권에 대한 신용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신용에 의존한 통화발행이 한없이 팽창하게 되면 국가의 과도한 권한에 비판적인 사람들이 국가를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Part 3. 세계에서 '관계 인구'를 증가시킨다
'가상국가'를 만드는 에스토니아의 도전

사람들이 국가에서 벗어나 유동화되고 있는 세계에서 '선택 받는 국가'를 목표하고 있는 것이 에스토니아다. 에스토니아 최대 무기는 온라인에서의 전자 거래를 원활화하는 '신용 인프라'다. 자국민을 위해 구축해 온 행정서비스를 세계에 개방해 가상적인 시민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던 벨트 3국 중에 하나인 에스토니아 공화국 인구는 132만 명, 면적은 4만 5227㎢(남한의 절반)다. 중세부터 근세의 거리 모습이 남아 있는 수도 탈린의 구시가지는 관광객으로 붐비지만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삼림이나 농촌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런 작은 나라가 2017년 8월에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기관의 하나인 'E-Residency'가 국가가 발행하는 첫 가상통화 '에스토코인' 구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에스토코인'이라는 이름은 현시점에서는 이치에 맞지만 장기적으로는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에스토니아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E-Residency의 집행 책임자를 맡았던 Kaspar Korjus 씨는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 '개인과 관련된 통화'를 구상 
에스토코인은 어디까지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정부가 정식으로 개발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소국이 발행한 독자적인 통화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확산된다'라는 구상은 큰 충격을 줬다. 발표한지 1개월 후에는 유럽 중앙은행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EU가맹국은 독자의 통화는 도입할 수 없다"라고 못을 박았다. 현재 검토는 거의 정지된 상태지만 에스토코인을 계기로 에스토니아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나 개인은 적지 않다.

E-Residency의 마케팅 책임자 알렉스 웰만 씨에 따르면, 에스토코인 구상의 핵심은 '공적인 개인 ID(신분증명서)와 관련된 가상통화'라는 아이디어다. 에스토코인을 신분증명서 대신에 사용하는, 이용자 간의 자금 흐름을 가시화하는 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러한 통화를 에스토니아가 요구한 배경에는 정부가 2014년에 개시한 '전자거주권(E-Residency)'이라는 계획이 있다. 에스토니아 국민이 가지고 있는 전자적인 개인 ID를 타국의 주민에게도 부여해, 외국에서 에스토니아에서의 법인등기나 세무신고, 법적 문서의 교환 등을 온라인에서 가능하도록 했던 것이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가에 관계 없이 서비스의 관점에서 나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웰만 씨는 전자거주권의 이념을 이렇게 표현한다. 국토와 국민으로 구성되는 현실의 국가와 겹치도록 해서, 전세계의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는 국경 없는 가상국가를 만든다. 현실국가의 통화는 유로지만 가상국가의 통화는 반드시 기존의 통화일 필요는 없다. 이러한 '2층의 국가' '2층의 통화'라는 미래상에서, 전대미문의 국가발행 가상통화인 '에스토코인' 구상은 탄생했다.

에필로그. 돈이 사라지는 날
가시화되는 '신용'

데이터가 물건의 가치를 해석해 거래를 기록하게 되면 통화의 역할은 변한다. 무기적인 숫자에 지나지 않는 돈에 사용하는 사람의 '신용'이 반영되게 된다. 국가에 의존하지 않아도 신용이 담보되는 사회가 실현되면 '돈'은 필요 없게 될지도 모른다.

컴퓨터에 의해 세계를 지배 당한 인류는 '자이온'이라는 커뮤니티에 속해, 서로 협력하면서 스스로의 해방을 위해 싸운다. 1999년에 개봉했는데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시대의 도래를 예언한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관에는 미래 사회를 읽는 힌트가 담겨 있다.

자이온에서 사람과 사람, 조직과 사람을 연결하고 있는 것은 '신용'과 '신뢰'다. 영화에서 통화를 사용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자이온은 국가라기 보다 가정과 같은 유대가 강한 공동체로 그려져 있다. 매트릭스에서 통화가 등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언급은 없지만 미래 세계에서는 통화가 불필요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컨설팅회사 시그마크시스의 시바누마(柴沼) 상무는 "화폐경제의 확대는 도시화에 따른 무연 사회의 확대와 관계가 있다"라고 지적한다. 서로의 얼굴이 보이는 촌락공동체는 돈 거래보다 분배나 협조를 바탕으로 한 증여사회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도시화로 인해 모르는 사람들이 같이 모여 살게 되고, 서로를 신용하는 수단으로서 돈과 계약의 개념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공통의 척도로서 신용도가 높은 법정통화의 중요성이 증가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통화가 앞으로도 계속 신용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은 법정통화에 영향을 준다며 리브라와 같은 통화를 경계한다. 그러나 통화의 신용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국가이기도 하다. 국가는 수출 산업을 후원하는 목적에서 통화약세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대규모 양적 완화 정책으로 스스로 발행하는 통화의 가치를 해치고 있다.

<해동일본기술정보센터는 故김정식 대덕전자 회장의 기부금으로 설립된 비영리 일본 기술정보센터입니다. 후학들이 선진 일본기술을 습득해 기술강국을 만드는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2010년 3월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공과대학 내에 개소했습니다. 다양한 일본 기술 서적과 일본 정부·산업계 백서, 기술보고서 등을 보유, 온·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주 발행되는 주간브리핑 신청은 hjtic@snu.ac.kr 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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