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국방과학연구소) 폭발 사고로 만 30세 연구자 세상 떠나
과학고-KAIST 학·석사 취득 후 ADD로 입사···올 1월 선임 승급
16일 국립현충원 안장···지인들 "전도유망···차분했고, 잘 웃었다"

꿈 많은 청년이었다. 과학고를 나와 KAIST에서 학·석사를 마친 전도유망한 인재. 그는 대학원 시절 기계 모터와 관련한 시스템 규명(System Identification) 연구를 하며 기계 구동에 필요한 지식을 쌓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도 만났다. 석사 학위 취득 두 달만에 ADD(국방과학연구소)로 갔다. 국가에 자신의 재능을 바치기 위해서다. 13일 ADD에서 로켓 연료로 쓰이는 젤 추진제의 유량을 확인하는 시험에서 사고를 당한 A 씨 얘기다. 향년 30세. 

갑작스러운 이별이었다. 빈소와 영결식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그의 동료들은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고인의 가족들은 부축 없인 이동하기 어려워 보였다. 갑작스레 세상을 등진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조문이 이어졌다. 배우자와 어린 자녀를 걱정하며 애통해했다. 15일 오후 2시부터 ADD, KAIST에서 영결식이 거행됐다. KAIST에선 고인이 머물렀던 공간을 20분가량 돌아보며 추모했다. 고인은 16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의 지도교수였던 박영진 KAIST 교수는 "굉장히 차분하고 자기 맡은 일을 잘하는 친구였다"면서 "연구실에선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터의 전류를 측정해 에어 갭(간극)을 알아내는 연구를 했다"고 기억했다. 익명을 요구한 ADD 연구자는 "고인은 로켓 엔진을 구동하는데 필요한 알고리즘 설계, 액체 연료 분야에선 유량 제어를 하는 모델을 연구하며 능력을 발휘했다"며 "심성이 그렇게 착할 수 없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평소 속 깊은 얘기를 못 나눈 게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은 2013년 2월 KAIST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두 달만인 2013년 4월 ADD에 입사했다. 제4기술연구본부 5부에 소속해 시스템 제어, 유량 제어, 노즐 구동 제어 등을 책임졌다. 2019년 1월, 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승격하며 실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ADD 관계자는 "굉장히 빨리 승급한 케이스"라며 "탁월한 연구역량은 물론 인사평가(상향·하향·동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만 고속 승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인의 안장식은 16일 대전 국립현충원에서 열렸다. 국가보훈처는 고인을 대전 국립현충원 순직공무원 묘역에 안장하며 예우했다. 규정상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인 ADD 연구자는 공무원 신분은 아니지만, A 씨의 경우 직무의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게 올바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A 씨는 ADD의 '선행 핵심 과제'를 수행하며 세상에 없던 로켓 추진제 개발에 기여했다.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고 원인 규명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ADD 측은 "연소시험이 아니고 통상적으로 위험성이 크게 없는 유량 시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량 시험 자체가 위험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폭발성을 지닌 니트로메탄(CH3NO2)을 다루는 과정에 대해 이같은 진단을 내린 것을 두고 물질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경찰은 전담 수사팀을 꾸리고 원인 분석을 진행 중이다. 현장 폐쇄회로(CC)TV와 서류 분석을 이어가는 중이다. 조사 과정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는 만큼 원인 분석이 장기화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도 작업 과정에서 안전 기준을 지켰는지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3일 ADD(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만 30세 선임연구원 A 씨가 숨졌다. 그는 로켓엔진 제어 분야의 전도유망한 연구자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지난 13일 ADD(국방과학연구소)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만 30세 선임연구원 A 씨가 숨졌다. 그는 로켓엔진 제어 분야의 전도유망한 연구자였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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