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지 연구 선봉 조원일 KIST 박사팀 도전문화 '주목'
'리튬금속전지' 상용화 한걸음 성과 연달아 발표
"논문 넘어 시장서 필요한 연구할 것"

조원일 KIST 박사는 폭발위험 등으로 이차전지 활용이 어려웠던 리튬금속전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조원일 KIST 박사는 폭발위험 등으로 이차전지 활용이 어려웠던 리튬금속전지 상용화를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주말에는 합창단 멤버로, 평일에는 과학자로 이차전지(지속 충전 사용이 가능한 전지)를 연구하는 사람이 있다. 조원일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에너지저장연구단 박사다.
 
"일주일에 두 시간 남짓 짧은 연습을 하는게 전부"라고 머쓱하게 웃은 조 박사. 합창단 활동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매년 연주회에 참석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합창단 활동은 연구로 복잡한 머리를 식히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재충전 시간을 갖게 해준다. 조 박사에게 최고의 활력소다.
 
그런 그가 최근 폭발위험 등으로 이차전지로 활용이 어려웠던 '리튬금속전지'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성공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루미늄으로 말이다.
 
조 박사는 지난해 리튬이온전지의 에너지밀도 2배 이상, 1200회 충·방전에도 80% 이상 성능이 유지되는 리튬금속-이온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해당 기술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과학뉴스'로 선정됐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에 이은 후속 연구성과다.
 
리튬금속전지는 이차전지 대명사격인 리튬이온전지보다 에너지밀도가 ~2배가량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기술확보로 리튬금속전지의 상용화 개발에 속도를 더 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실패 뻔했지만, 도전할 수 밖에 없었죠"

연구실의 다양한 전지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연구실의 다양한 전지 모습.<사진=김지영 기자>
"90년대부터 리튬이온전지연구를 했지만 에너지밀도가 높지 않다는 단점은 늘 아쉬웠습니다. 리튬금속전지를 연구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죠."
 
KIST에서 90년대부터 이차전지를 연구개발한 초창기 멤버 조 박사는 리튬금속전지 연구 계기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리튬금속전지는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전지다. 이 음극 물질은 현재까지 최상의 에너지밀도를 갖는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리튬금속 표면에 발생하는 비정상적 결정인 덴드라이트로 전극 단락과 폭발 가능성이 제기돼 상용화가 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흑연' 음극을 사용하는 리튬이온전지가 먼저 상용화됐다.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한 3명의 과학자가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리튬이온전지는 최근 단위 무게당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어렵다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그는 "이차전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넘어 전기자동차나 드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더 높은 성능의 고용량 전지가 요구되고 있다"면서 "에너지밀도가 높은 리튬금속전지라면 고용량 전지를 요구하는 기술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기롭게 연구계획을 세웠지만 성공확률이 높지 않아 우려되는 점도 많았다. 정부 연구과제지원에 조 박사팀 외에 없던 경우도 있다. 그만큼 연구실패 낙인은 연구자들에게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조 박사는 "실패가 뻔히 보이는 과제였지만 출연연 연구자로서 차세대전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각오가 있었다. 실패해도 좋으니 도전해보자! 연구자로서 죽기를 각오하고 도전했다"고 당시 심정을 털어놨다.
 
부족한 예산과 예기치 못한 정전사고로 연구가 무용지물이 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조 박사팀은 리튬금속전지의 상용화 발판이 될 다양한 성과들을 냈다. 최근에는 알루미늄을 통해 리튬-알루미늄 합금을 만들어 기존 순수 리튬금속 음극을 대체해 불안성을 제어했다. 또 황화몰리브덴(MoS2) 기반의 초박막 인조보호막을 형성해 음극 표면에 전지 용량과 수명을 급격하게 저하하는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했다.
 
특히 초박막 인조보호막의 실제 양산성 확보를 위해 그래핀 대신 이황화몰리브덴과 리튬-알루미늄 합금으로 가격을 낮췄다. 복잡한 제조공정을 단순화 및 전지의 안정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했다.
 
조 박사는 "알루미늄에 대한 아이디어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논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서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하기 위해 다양한 배합을 시도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구 초반보다 많은 연구원에서 리튬금속전지를 연구하고 있다. 협업을 통한 시너지 촉발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구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

그의 연구성과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사진=김지영 기자>
그의 연구성과는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됐다.<사진=김지영 기자>
 
◆ "안전한 연구환경 집중...후배들 마음 놓고 실험할 수 있길"
 
"좋은 논문도 중요하지만, 응용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성과가 후배연구원들이 가는 길에 밑거름이 되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 박사팀은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실제 기업에서 상용화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복잡한 공정과정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어 상용화에 한발 다가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상용화로 이어지는 연구가 부족하다는 현장 이야기는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며 "기업의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브릿지역할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연구는 투자 대비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면서 당장의 성과만을 요구하는 연구정책에 대한 개혁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조 박사와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인 연구자들.<사진=김지영 기자>
조 박사와 함께 연구를 수행 중인 연구자들.<사진=김지영 기자>
최근 ESS(에너지저장장치)와 스마트폰, 노트북 폭발 사고가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안전한 이차전지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박사에 따르면 연구를 하면서 매일 만지는 유기물은 연구원들의 건강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조 박사도 건강이 나빠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시작한게 노래다.
 
조 박사는 "젊은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할 수 있도록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정년이 5년 정도 남았다. 기존 이차전지연구의 노하우를 통해 안전성 개선에 중점을 두고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박사는 지난해부터 12대 전기화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막전지 연구를 통해 얻은 소재로 주민등록 위변조 방지막 코팅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증에 그가 개발한 코팅막 기술이 적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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