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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블라인드, 과학기술 맥 끊기고 국가 피해"

[뒤로가는 연구현장③] 원전산업 무너지고 인력 절벽
"연구 적합성 확인 어렵고 적임자 아닌 사람이 오기도"
"과학계는 서류보다 연구자의 열정 창의성 중요"
탈원전 정책과 블라인드 채용 등이 본격 시행된지 2년반이 지났다. 연구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긍정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많다. 블라인드 채용이 강행되면서 적합한 인재 선발이 어려워지고, 탈원전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서 원자력 분야는 기술단절과 인력 절벽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학기술 특성을 외면한 정부의 정책이 지속되면서 연구 현장 곳곳에서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과학기술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시점에서 과학계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정책으로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A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최근 인공지능 연구 분야 인력 채용을 진행했다. 당연히 블라인드 채용으로 개인정보는 알수 없다. 인공지능 연구의 필수인 코딩, SW 개발 능력도 확인하지 못한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에 평가 항목에서 제외했다. 다만 논문 제목과 공동저자로 유추할 뿐이다.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연구인력이 필요했던 팀의 리더는 아쉬움이 크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며 인력 선발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출신학교, 지역 등 지원자 차별을 없애고 해야할 일, 일과 관련된 능력, 기술, 태도를 중심으로 인력을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2017년 전체 공공기관 331개와 지방공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에 들어갔다.

블라인드 채용의 장점은 평소 서류전형에서부터 피해를 보는 요소들을 제외하고 개인의 능력, 태도 등을 우선한다는 측면에서 분명 강점이 있다. 실제 늘상 피해를 보았던 지방대 출신, 자녀가 있는 여성 등이 출신학교와 결혼여부에 상관없이 취업에 성공한 사례들도 보도된 바 있다.

과학계는 일반적인 업무가 아닌 전문연구분야다. 지원자의 학력, 연구분야, 지도교수 등 다수의 정보를 통해 연구분야 적합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이 아닌 가장 적임 연구자를 찾는 필수 절차인 셈이다.

그러나 블라인드 채용 2년이 지나면서 의외의 인력이 선발되는 등 연구활동에 차질이 일어나고 있다.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신입 연구자를 선발했는데 영어 논문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논문 하나를 붙잡고 진도를 나가지 못하더라"면서 "과학계는 일상 업무가 아니라 연구개발이다. 관련 지식은 기본이고 연구분야를 정확히 알아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블라인드 채용으로는 알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B 연구기관의 블라인드 채용 심사에 직접 참여했던 한 과학계 인사도 답답함이 컸다고 말한다. 어느 연구소보다 핵심 연구인력을 선발하는 과정이었지만 서류 통과 후 볼 수 있는 부분은 자기소개서와 학점, 논문 제목, 가점 등이다.  1차 진행에 참여했던 과학계 인사는 "학점이 높고 자기소개서 등이 깔끔했다. 그런데 논문을 보니 격이 떨어지더라"면서 " 과학기술계는 자기소개서와 성적보다 과학자로서 소양, 창의성, 연구 열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 인력 절벽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탈원전 정책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기술 개발은 1959년 에너지자립과 산업발전의 모토 아래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시작됐다. 연구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더해지며 원자력기술 불모지에서 기술자립을 일궈냈다. 해외에 원전을 수출하며 세계에서도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50년 넘게 이어진 원자력기술개발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로 준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어졌다. 준비없는 성급한 진행으로 산업은 무너졌고 각 대학의 원자력관련 학과는 지원 인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2018년 2학기 KAIST 원자력학과는 전공을 선택한 학생이 아예 없어 원자력계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서울대, 한양대 등 원자력관련 인재 양성이 이뤄졌던 학교 대부분도 학생이 급감하면서 위기론이 확대됐다.

과학계에서 우려하는 점은 탈원전 정책 실시 1년만에 원자력 미래 인재 양성의 맥이 끊기는 점이다. 원자력기술 승계가 단절되며 한국의 미래가 위태롭다는 우려에서다.

관련 산업은 더 어둡다. 지난해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에 의하면 탈원전 정책으로 2030년까지 원전 산업 인력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고 원전 업체의 이탈로 원전 안전도 위협받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과학계의 원로는 "최근 두산중공업도 임원 20%를 감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장급 이상도 순환 휴직에 들어가고 많은 인력이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상황"이라면서 "과학기술 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이번 정권에서 어떻게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국가의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이나 우주사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기술 연계가 중요한데 학생도 안오고 기업이 무너지면 원자력 기술개발은 맥이 끊어질 것"이라며 "국가의 미래를 보며 가야한다.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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