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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20분 주파 '하이퍼튜브' 꿈꾸는 과학자들

[대한민국 대표 연구실-16] 철도연 하이퍼튜브연구팀
일론 머스크 앞서 연구 "독자기술로 세계 최고속 상용화 목표"
KTX보다 빠르면서 설치 유지 비용이 절반으로 예상되는 미래혁신 5세대 신교통 '하이퍼루프'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으로 전세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철도연의 하이퍼루프연구팀이다.<사진=김지영 기자>KTX보다 빠르면서 설치 유지 비용이 절반으로 예상되는 미래혁신 5세대 신교통 '하이퍼루프'는 일론 머스크의 발언으로 전세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철도연의 하이퍼루프연구팀이다.<사진=김지영 기자>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대 주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 하이퍼루프는 시속 1000km 이상으로 질주할 수 있는 '미래혁신 5세대 신(新)교통'이다. 자기부상열차가 진공에 가까운 튜브 터널 안에서 공기저항 없이 달려 초고속 이동이 가능하다. 2013년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이같은 개념을 언급하면서 세계 주목을 받았다.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하이퍼루프 연구개발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하이퍼루프는 빠른 속도도 매력적이지만 저렴한 건설비와 운영비가 큰 장점이다. 전철의 경우 큰 몸집, 교차하는 순간 일어나는 바람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선 간격 유지가 중요하다. 반면 하이퍼루프는 튜브 속을 달리기 때문에 가깝게 붙여 설치할 수 있고, 전차선이 없어 구조물도 얇아 공사비와 토지보상비가 적게 든다. 무인운전을 통해 인건비도 절약돼 운영유지비가 저렴하다. KTX 대비 건설 및 운영비가 절반 수준이어서 기존 KTX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장거리 이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언급 이전인 2009년,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하이퍼튜브연구팀 주도로 '튜브트레인'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기관 고유사업으로 연구원 자체적인 투자를 통해서다. 상용화 사례가 없는 하이퍼루프 분야에서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한발 앞서 연구했다.
 
▲공력통합설계및 안전기술 ▲냉동기분리형 초전도부상기술▲아음속추진기술(1200km속도내는 기술) ▲주행안정화기술 ▲초고속 무인 운행제어기술 ▲튜브의 기밀을 만드는 기술 등을 대표성과로 꼽을 수 있다.
 
철도연 초창기 멤버이자 연구팀의 리더인 이관섭 신교통혁신연구소장은 "튜브트레인은 이미 100년 나온 개념"이라며 "기술이 부족한 과거와 달리 소형화 기술, 소재기술, 제어기술, 통신기술 등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기술을 잘 접목하면 차세대 교통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그게 되나?' 의심 많던 연구과제 "신 교통수단 선점위해 해야만했죠"
 
"개념만 존재할 뿐 상상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보니 가능하냐는 의혹이 많았죠. 오히려 일론 머스크 발언 이후에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였으니까요. (웃음)"(이관섭 소장)
 
하이퍼튜브연구팀의 모토는 2005년 조직된 자기부상연구팀이다. 자기부상연구를 통해 얻은 다양한 성과는 하이퍼튜브 연구의 기본이 됐다.하이퍼튜브 연구에 사용되는 부상 전자석과 제어시스템, 선형동기 모터 추진시스템도 이때 개발된 것들이다. <사진=철도연 유튜브 캡쳐>하이퍼튜브연구팀의 모토는 2005년 조직된 자기부상연구팀이다. 자기부상연구를 통해 얻은 다양한 성과는 하이퍼튜브 연구의 기본이 됐다.하이퍼튜브 연구에 사용되는 부상 전자석과 제어시스템, 선형동기 모터 추진시스템도 이때 개발된 것들이다. <사진=철도연 유튜브 캡쳐>

하이퍼튜브연구팀은 2005년 조직된 자기부상연구팀이 모토다. 당시 팀장으로 활동하던 이관섭 소장과 팀원들이 미래이동수단에 대한 고민 끝에 튜브트레인 개념을 접목한 연구를 시작했다. 신 교통 R&D의 트렌드를 선점하자는 것이 목표였다.
 
시장을 선점하는 기술은 1, 2등의 각축전이다. 3, 4등 설 자리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세계 4번째로 고속철도 국내 모델 개발에 성공했지만, 아쉽게 수출하지 못한 것도 이같은 배경이 짙다.
 
이관섭 소장은 "철도기술은 이미 높은 수준까지 와있다. 시장을 사로잡기 쉽지 않아 보였다"라며 "새로운 교통수단의 필요성을 고민하고 조사하면서 현재까지 나온 최신기술을 모으면 충분히 튜브트레인 개념을 우리가 선점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연구계기를 설명했다.
 
하지만 개념 제대로 돼 있지 않다 보니 의심의 눈빛이 많았다. 사람의 이동수단을 다루는 연구인만큼 안전과 실용성이 완벽하게 보장돼야 하기에 우려는 당연했다.
 
하이퍼튜브연구팀은 철도 관련 학회나 강연 등을 통해 하이퍼루프 개념을 알리기 시작했다. 남은 연구비를 끌어모아 영상을 제작했다. 해당 영상은 유튜브 이곳저곳에 업로드되며 조금씩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즈음 일론 머스크의 발언으로 튜브트레인 연구가 국내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6년 철도연은 하이퍼루프에 '하이퍼튜브'라는 우리나라 고유명사를 붙이고 본격 연구 시작을 알렸다. 자기부상연구팀 대신 하이퍼튜브연구팀으로 이름도 바꿨다. 팀명은 바뀌었지만 "자기부상연구에서 얻은 성과가 없었다면 하이퍼튜브 연구도 없었을 것"이라는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하이퍼튜브 연구에 사용되는 부상 전자석과 제어시스템, 선형동기 모터 추진시스템도 이때 개발된 것들이다.
 
◆ 연구원끼리 싸움? '다양한 설전=더 나은 연구'
 
"처음하는 연구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하죠." 하이퍼튜브연구팀에 소속된 연구자들. (왼쪽부터) 이진호, 임정열, 최수용 박사.<사진=김지영 기자>"처음하는 연구인만큼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하죠." 하이퍼튜브연구팀에 소속된 연구자들. (왼쪽부터) 이진호, 임정열, 최수용 박사.<사진=김지영 기자>

"처음 하는 연구가 많다 보니 누굴 따라 할 수도, 물을 수도 없죠. 그래서 더 자부심을 품고 일합니다."(이진호 박사)
 
하이퍼루프 연구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버진하이퍼루프원, HTT, 아리보 등 여러 업체가 뛰어든 상태다. 버진하어퍼루프원은 최근 미국 네바다 사막에 터널을 만들어 수백 차례 모의 주행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HTT는 스페인 남부 항고 도시 산타마리아에 실물 크기 하이퍼루프 캡슐 시제품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 사례는 없다. 어떤 기술이 최종 선택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다양한 시도와 실패, 연구원끼리 설왕설래는 흔한 일이다.
 
120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엔진(추진)을 연구하는 최수용 박사는 하이퍼튜브 테스트트랙을 만들며 연구원끼리 수없이 논쟁을 벌였던 때를 회상했다.
 
그는 "자기장을 이용해 1200km로 달리는 테스트트랙을 만드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쉽지 않아 시뮬레이션과 스터디를 하는 실험에만 1년 반 정도 걸렸다"며 "테스트트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정말 많은 설전이 오가면서 정말 많이 싸웠다.(웃음) 그 덕에 시뮬레이션 결과 오차범위 5% 내로 정상 운행이 가능한 테스트트랙 20m를 만들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 박사는 "아무도 해본 적 없는 시스템들이 많아 자신 있게 도전하거나 조언을 구할 곳이 없어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가 많지만 얻은 것도 많다"며 "차근차근 실력을 쌓은 덕분에 테스트배드 없이도 이론적 설계를 통해 하이퍼루프 설계와 운영 예측 가능한 기술을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오송에 약 130m 테스스트랙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전도전자석을 통해 하이퍼튜브 부상 주행연구를 진행하는 임정열 박사도 "하이퍼튜브에는 초전도전자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기 때문에 일반 자석으로 했다가 실패도 많이 했다"면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 많다.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아 어렵지만 다양한 도전을 통해 재밌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를 둘러쌀 튜브 소재를 찾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값이 싸고 만들기 쉬운 콘크리트로 튜브를 만들었지만, 진공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 철재로 재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고강도 콘크리트가 개발된 상태. 연구팀은 콘크리트 튜브 연구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초전도 전자석 실험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사진=철도연 제공>초전도 전자석 실험을 하고 있는 연구자들.<사진=철도연 제공>

이관섭 소장은 "FRP, 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로 튜브를 만들 수는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개발된 만큼 다시 개발해보려고 한다"면서 "하이퍼튜브를 설계하다 실패도 많이 해 처음부터 다시 연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모든 경험이 우리의 좋은 연구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크고 작은 성과도 나왔다. 연구팀은 진공 튜브 안에서 운동체와 차량이 빠르게 달리는 상황을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설비를 구축했다. 하이퍼튜브 속 최적 압력과 튜브 크기 설정, 차량 크기 등을 결정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성과들이다.
 
냉동기 없이 장시간운행 가능한 초전도전자석도 개발했다. 이 전자석은 최고시속 1200km로 달릴 하이퍼튜브 차량 엔진에 해당하는 부품으로 초고속 주행에 필요한 자기장을 만드는 핵심 장치다. 초전도전자석은 작은 전략으로 강한 힘을 낸다. 저소비 전력이나 초고속 활동이 필요한 발전기, 슈퍼컴퓨터,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에 사용된다.
 
이 소장은 "전자석의 초전도 현상은 영하 240도 내외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커다란 냉동기가 필요하지만 무거운 냉동기는 추진력을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면서 "우리는 장시간 사용할 수 있어 기지에서 초전도전자석을 교체하면 된다. 기존에는 없는 개념이었지만 우리가 처음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하이퍼루프 핵심 장치인 1/1000 기압튜브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이 튜브는 총길이 10m, 내경 2640㎜, 두께 23㎜의 압력용강재(ASTM A516 Grade 70)로 제작했다. 이음부 시험을 위해 길이 6m와 4m인 두 개의 챔버로 연결돼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튜브 안의 압력이 10-5 기압으로 미국버진하이퍼루프원의 10-4기압에 비해 기술이 우수하다.
 
◆ 비행기보다 안전한 하이퍼튜브 "철도기술 산업혁명 위해 최선 다 하겠다"
 
철도연 초창기 멤버이자 하이퍼튜브연구팀 초대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 총괄을 하고 있는 이관섭 소장<사진=김지영 기자>철도연 초창기 멤버이자 하이퍼튜브연구팀 초대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연구 총괄을 하고 있는 이관섭 소장<사진=김지영 기자>

"지금까지 나온 각각의 연구성과를 내년부터 하나로 엮어나갈 계획입니다. 내년엔 더 할 일이 많을것 같아요."(이진호 박사)
 
하이퍼튜브 연구는 철도연을 중심으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ETRI) ▲한양대학교 ▲UNIST 등 기관과 MOU를 맺고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원의 특징을 살려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노하우를 한 대 모으고 있다.
 
여기에 철도연은 하이퍼튜브 연구를 대형국가 R&D로 만들어 연구에 속도를 더할 계획이다. 내년 국토부 예비타당성조사에 통과되면 2021~2022년 본격 하이퍼튜브 프로토타입 개발을 시작한다. 8년 후 7km이상 노선을 구축해 시속 1200km로 달리는 시스템 개발이 목표다.
 
최수용 박사는 "선제적 기술개발을 통해 특허를 만들고 이를 기업에 이전하면서 우리 기술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미래 먹을거리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이퍼튜브 주행안정화연구를 하는 이진호 박사도 "지금은 실험실 내에서 연구를 세팅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내년부터 단품 수준이 아닌 연구성과를 모두 조합해 본격적인 하이퍼튜브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실험에 기대감이 크다. 철도연구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이 많은데 우리가 하는 연구는 남이 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연구들이 많아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관섭 소장은 "하이퍼튜브는 고속이고 진공에서 움직여 안전하지 않을 것 같지만 기상조건과 이착륙 등을 하지 않아 비행기보다 안전한 이동수단"이라며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2030년 자체독자기술로 세계 최고 빠른 하이퍼튜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철도기술의 스마트화와 철도 4차산업혁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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