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유·최진석 교수 11일 UST서 '삶의 무기 만들기' 강연
"나는 누구인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물어라"
"종속적 개인 아닌 사유하는 독립적 개인 모여 강한 국가"

11일 '김태유·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 만들기' 행사가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대강당·사이언스홀에서 열렸다. <사진=김인한 기자>
11일 '김태유·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 만들기' 행사가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대강당·사이언스홀에서 열렸다. <사진=김인한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와 철학자가 전한 메시지엔 본질만이 남았다. 국가 흥망성쇠를 좌우한 인류사로 봤을 때,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회를 잡아야 개인·국가 모두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메시지다. 이를 위해 '나는 누구인가' '나의 소명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개개인이 사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개인이 많을 때 국가도 산다고 했다.

11일 '김태유·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 만들기' 행사가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대강당·사이언스홀에서 열렸다. UST는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도 중간 부근에 위치해 주말이면 한적한 공간이 된다. 드문 간격으로 마을버스 한 대와 시내버스 두 대 정도만 도는 동네에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참석자들은 부산, 울산, 광주, 금산,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중학교 2학년부터 올해 수능을 앞둔 학생, 곧 여든을 바라보는 어르신까지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였다.  새해를 맞아 익숙한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운 자신과 마주하기 위한 열망에서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인류 문명사적으로 패권국·종속국을 가른 지점은 산업혁명에 있었다며 국가적 각성을 촉구했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사유, 관찰하는 태도와 개인의 독립적인 태도를 일깨웠다. 특강이 끝난 후에는 참석자들이 질문을 던졌다. 두 거장은 간결하면서도 재치 있는 답변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역사의 속삭임···'4차 산업혁명 거부하지 말고 올라타라'

두 거장은 조선이 겪은 불행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직시했다. 김 교수와 최 교수는 조선은 말기 산업혁명을 거부했지만,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산업혁명에 올라탄 점을 짚었다. 이때 한일의 역사 성패가 갈렸다고 입을 모았다. 과학기술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파고에 올라타는 것만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개인·국가 모두 도약하는 길이라는 했다. 

김태유 교수는 "패권의 비밀은 행복의 비밀"이라며 "대한민국이 4차 산업혁명에 성공하면 우리가 과거에 겪었던 불행과 아픔을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우리 조상은 과거로부터 지니던 지식과 경험을 통해 다가오는 미래를 거부했다"며 "지금 우리 사회 지성인들도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지니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목에서 4차산업혁명이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긴다는 오해는 틀렸다고 주제를 확장했다. 그는 기업활동에 의한 낙수(落水)효과와 불로소득에 의한 낙수효과를 비교했다. 김 교수는 "통계를 볼 때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는 기업 활동으로 인한 산업이 발전할 때 빈부격차가 줄었다"며 "한국은 오히려 기업활동을 하면 위험에 몰리고, 부동산·금융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을 경우 아무 위험 없어 간다. 기업활동으로 고용과 생산을 만드는 낙수효과는 분명하다. 지금이라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발표 시작 전 김 교수 강연에 첨언했다. 그는 "조선 말기만 위정척사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지금도 그 세월을 살고 있다. '나는 정의고 너는 정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끼리 감각적 연대로 뭉쳐 진영을 형성했다. 대한민국에 정치는 사라지고 진영만 남았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사회 지도층에 법률가가 너무 많다"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여전히 법률과 정치에 의해 지배되는 높이에 있다"고 진단했다. 

◆"감각에 빠지지 말고 생각하라···나의 소명은 무엇인가"

최 교수는 생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최 교수는 "과거에 머물고 미래를 열지 못하는 것은 근본적인 면에서 사유 능력, 지적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생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하는 사람은 질문을 던진다. 자신만의 질문이 작동할 때만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예수님과 부처님도 마지막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죽기 전까지 이뤄야 할 소명이 무엇인가'를 물었다"고 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인간은 긴장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으면 생각을 안 하는 쪽으로 간다"며 "감각에 빠지지 말고 사유하자"고 조언했다.
 

이날 참석자들 간 새해 설계와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참석자들 간 새해 설계와 토론이 이어졌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발표 이후 참가자들이 김태유, 최진석 교수와 일문일답을 펼쳤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발표 이후 참가자들이 김태유, 최진석 교수와 일문일답을 펼쳤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행사에는 부산, 울산, 광주, 금산,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어린 학생들도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날 경기도 평택 이충고등학교 윤대건 학생, 평택고등학교 서준상 학생, 평택은혜중학교 윤건 학생은 최진석 교수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왔다. 최 교수는 이들에게 강연 이후 교통비를 주고, 격려의 말도 함께 전했다. 평택은혜중학교 윤건 학생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더 많이 경험하고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행사에는 부산, 울산, 광주, 금산, 평택 등 전국 각지에서 어린 학생들도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날 경기도 평택 이충고등학교 윤대건 학생, 평택고등학교 서준상 학생, 평택은혜중학교 윤건 학생은 최진석 교수를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기차를 타고 왔다. 최 교수는 이들에게 강연 이후 교통비를 주고, 격려의 말도 함께 전했다. 평택은혜중학교 윤건 학생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더 많이 경험하고 도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김인한 기자>
이날 참석자들은 '방관자가 아닌 해결사를 자처하라'는 신년특강 메시지에 감화됐다. 발표가 끝난 이후 김태유·최진석 교수와 일문일답을 진행하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특히 '세대 간 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묻는 말에 두 거장 모두 "기성세대가 양보하고 환경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와 최 교수는 서로에게 궁금한 질문을 던지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최 교수가 '아직까지도 사명감을 가지고 대중을 만나시는데, 진짜 무슨 뜻이 있는지' 묻자 김 교수는 "2008년 셰일 오일이 나오면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실제 그런 사실이 일어났다. 당시엔 아무도 그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며 "당시 에너지 연구의 붓을 꺾고, 이후 산업혁명 연구에 몰두하면서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 교수는 '60분 강의를 발표 자료도 없이 어떻게 물 흐르듯 할 수 있는지' 묻자 "발표 자료를 잘 만들지도 못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한다"며 "강연을 호의적으로 들어주셔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다"고 웃으며 답했다.

한편 이날 김태유·최진석 교수가 주축이 돼 설립한 사단법인 '새말 새몸짓' 오픈채팅방도 개설됐다. 열려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채팅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김태유·최진석 교수는 오는 19일 오후 1시 30분부터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두 번째 새해 설계 강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거장과의 일문일답, 강연 세부 내용은 추후 순차적으로 보도될 예정이다. 
 

책에 자필 사인을 하고 있는 최진석 교수(위)와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태유 교수(아래). <사진=김인한 기자>
책에 자필 사인을 하고 있는 최진석 교수(위)와 지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김태유 교수(아래). <사진=김인한 기자>

 

11일 열린 '김태유 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 만들기' 행사에는 100여 명이 넘게 참가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11일 열린 '김태유 최진석 교수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 만들기' 행사에는 100여 명이 넘게 참가했다. <사진=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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