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신문명 개막 선언···미리 본 인류 미래
글로벌 무대서 대덕 존재감 미미···현실 인식 기회
대덕 뭉쳐서 세계 무대 도전, CES 2021을 도약 계기로

CES 2020 현장의 모습. 미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진=이석봉 기자>
CES 2020 현장의 모습. 미래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사람들이 몰려왔다. <사진=이석봉 기자>
CES가 펼쳐진 라스베이거스에서 본 대덕은 작았다. 전 세계가 경합하는 무대에서 존재감을 찾기 힘들었다. 몇몇 스타트업들이 대덕에서 나온 기술력을 기반으로 중소기업들의 무대인 유레카 파크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메인 무대에는 명함도 못 내밀었다. 한국에서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AIST,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등 기관들이 규모도 있고, 실력도 있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글로벌 무대에서는 존재감이 희미했다. 새로운 현실의 인식이었다.

CES 2020은 2000년대 두 번째 10년의 시작이란 의미를 가지며 현란한 미래가 펼쳐졌다. 생활용 소형로봇이, 인공 인간이, 새로운 미래 도시가, 인간과 소통하는 자동차 등이 연일 화제였다. 그 결과 일부에서는 신문명 개막 선언이라고 할 정도이다.

정초임에도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읽기 위해 먼 길을 떠났고, 가서는 그 내용에 놀라 급보를 날렸다. 오죽하면 21세기 신사유람단이란 표현이 나왔겠는가. 끝나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컨설팅 회사나 투자회사 등에서는 연일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고 공유 모임도 곳곳에서 열린다. 그런데 대덕은 조용하다.

CES는 서비스 무대이기도 하지만 그 중심에는 기술이 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반도체 칩이나 AI 등이 존재해 꿈이 실현되는 것이다. 때문에 기술 중심의 대덕 입장에서는 예의 주시해야 할 대상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하는 ETRI나 연구 중심대학인 KAIST, 기술을 사업화하는 스타트업만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가 세상에 없던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고, 화장품 회사가 AI로 피부 측정을 해 고객 특화 처방을 하고, 중장비 회사가 무인으로 공사를 하고, 수중 로봇이 해저 탐색을 하는 등 이제는 전통적인 기술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됐다. 그런 만큼 대덕의 연구소들 모두 다가올 미래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CES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사진=이석봉 기자>
소비자를 최우선 가치로 두는 CES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전시회로 자리 잡았다. <사진=이석봉 기자>
대덕 출연연 가운데 ETRI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현장을 찾은 기관장이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이다. 그에게 물었다. 

CES 2020을 둘러본 소감은?

"인류의 미래를 보았다. 영역이 파괴되는 시대이다. 적과의 동침도 서슴없다. 기존의 연구 영역에서 벗어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상상하기 위해서라도 꼭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과 인간이 함께 사는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음을 절감했다."

한의학연과의 관계는?

"AI 한의사를 만들 계획을 갖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헬스케어 현황, 빅데이터 수집과 플랫폼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아주 유용한 전시회였다. 내년에도 연구원 차원에서 사람을 보내 흐름을 파악할 예정이다."

한의학연과 달리 대부분 연구소는 CES를 자신들과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가고는 싶지만 규정상 못 간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연구 분야와 무관하다, 학회 발표는 허용되지만 전시회 참관은 안된다, 1년에 두 번만 나갈 수 있는데 연초이기 때문에 예산 집행이 어렵다 같은 주제로 두 명 이상이 나갈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참관도 안 된다고도 말한다. 과기부 차원에서도 CES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장관도 이번에 참관을 검토했다가 여러 이유로 안 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최양희 전 장관을 만났다. 혼자서 돌아다니며 부스를 구경하고, 전시 참가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CES에 대한 최 장관의 의견을 묻자 이같은 답이 돌아왔다.

"CES는 기술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그 최전선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됐다. 과학자와 관료들도 와서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각 분야별 학회와 전시회가 있었는데 CES가 소비자란 키워드로 전체를 통합하는 새로운 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소비자란 관점에서 해석한다. 소비자, 곧 사람에게 어떻게 유용한가를 갖고 유용·무용을 판단한다. 때문에 기계나 화학이나 표준이나 지질이나 생명이나 원자력이나 기존의 분야를 초월하고, 이종 분야를 융합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무대이다. AI가 연구 및 서비스의 기본 인프라가 되어 상상이 눈앞에서 구현되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CES 2020의 스타로 주목받은 인공인간 'NEON'(니온)을 만든 천재 과학자 프라나브 미스티리 스타랩스 CEO는 "AI가 일상화된 시대에 과학자들은 새로운 수단을 활용한 연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CES는 많은 과학자들에게 낯선 존재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과 선견력에 대해서는 다녀온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 지난해 CES에는 한국인 8000명, 올해 1만명이 태평양을 건넜다. 다가올 미래를 보고 온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CES에는 주목해도 대덕에는 주목하지 않는다. 대덕은 이 부분을 의미심장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분야를 강조하는 고고함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어필해야 생존하고 번영한다는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해야 한다.

CES 2020은 한국 기업들이 주인공이었다. 그것을 보며 대덕의 출연연과 스타트업들도 주인공이 될 잠재력이 크다는 가능성도 발견했다. CES 2021은 대덕이 잠재력을 세계에 선언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해본다. 그러려면 뭉쳐야 한다. 모든 것을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보다 훨씬 강한 강적을 눈앞에 두고 내 것을 고집하기보다 나를 내려놓고 미래에 초점을 두고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한다. 내가 가진 게 별것 아니라는 현실을 인식해 벽을 허물고 만나고 소통하고 교류하며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CES 2020에 대덕은 작았다. 작다는 현실을 인지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겠다. 2021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 경연장을 찾아 새로운 눈을 갖게 되기를 기원한다. 그러려면 가기 전에 준비해야 한다. 마침 신성철 KAIST 총장과 양성광 특구재단 이사장 등 대덕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대덕 차원에서 CES 2021을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기투합했다. 대덕이 CES란 새로운 무대를 활용해 세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길 기대한다.

우리는 작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이기려면 뭉쳐야 한다. 대덕이 단합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참고로 라스베이거스와 대전의 간단한 비교 하나. 인구 70만의 라스베이거스는 3성급 이상 호텔 객실 15만개고, 150만 인구 대전시는 2000개 객실이란다.)
 

대덕에서의 CES 2020 공유회가 2월 4일과 6일 열린다. 4일 오후 7시에는 대덕테크비즈센터(TBC) 콜라보홀에서 열린포럼이 개최되고, 6일 오후 7시에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오픈홀에서 대전창업포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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