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 유사도 80%···"기저질환 환자에게 위험"
"신속하게 바이러스 샘플 확보해 질병 치료 확산 막아야"

중국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2019-nCoV)'이 한국과 일본, 태국 등 아시아를 넘어 미국까지 확산됐다. 사람 간 전염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감기바이러스 중 하나다. 이번 신종 바이러스까지 합쳐 총 7건이 보고됐다. 사스와 메르스 등의 원인으로 알려진 만큼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도 사스·메르스와 유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박사의 염기서열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간 사스와 우한 폐렴의 유사도가 80% 내외로, 박쥐 사스와는 89% 가깝다는 결과를 얻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와 마찬가지로 비말(침, 분비물)로 전염이 가능하며, 치사율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범태 한국화학연구원 CEVI 융합연구단장은 "우한 폐렴의 발생지인 중국 화난 해물도매시장에 간 적이 없는 사람이 걸렸다는 것은 사람 간 전파를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구자들은 사람 간 전염되면서 바이러스 변종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코로나바이러스는 동물끼리 옮기면 동물은 죽지 않지만 문제는 바이러스 변형 가능성"이라면서 "가끔 변종이 일어나면서 사람에게 번지고, 사람과 사람 간 전염이 되면서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돌연변이는 사람들에게 전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화학연 박사도 "사람간 전염을 통한 바이러스 변종은 치료를 악화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한 폐렴에 걸리면 치사율은 어떻게 될까. 아직 바이러스 샘플을 받지 못해 추후 확인이 필요하지만 메르스 사태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김성준 박사는 "메르스로 사망한 환자들의 공통점은 기저질환을 앓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 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인데, 코로나바이러스에 기반한 우한 폐렴도 이런 사람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일 표준연 박사도 "기저질환 환자의 경우 감염 시 위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한 폐렴 발생을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표하고 초기 검진을 하고 있어 급속하게 퍼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2일 기준 우리나라 유증상자는 총 16명이다. 1명은 확진, 4명은 검사 진행 중, 11명은 검사결과 음성으로 확인됐다. 국내 전파속도가 빠르진 않지만 신속하게 바이러스 샘플을 확보하고 분석해 질병을 치료하고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연연에서도 우한 폐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오랫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를 연구해 온 화학연 신종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이 중심이다.

연구단 관계자는 "동물모델이나 세포배양, 바이러스 증식 등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를 시작한 상황"이라며 "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를 해왔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우한 폐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 솔루션 개발을 위해 '화학연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단은 기존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모아 우한 폐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화학연 홈페이지>
2016년 신종 바이러스 감염 대응 융합 솔루션 개발을 위해 '화학연 신종바이러스 융합연구단'이 출범했다. 연구단은 기존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전문가를 모아 우한 폐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사진=화학연 홈페이지>
바이러스는 최근들어 2년 주기로 꾸준하게 발생하며 국가적 재난을 일으키고 있다. 2014~2016년 에볼라, 2016년 태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바이러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다시 발생한 에볼라가 그 예다.

바이러스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을까. 전문가들은 감염병 관리 진단에 대한 시스템 구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영식 화학연 박사는 "동물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계속 옮겨져오는 등 해마다 빈번하게 바이러스 재난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제한된 연구개발비와 임상환자확보 등 어려운점이 많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기초기반 연구에 연구비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도 "이번 우한 폐렴은 신종바이러스라 조금 다르지만 WHO 등에서 바이러스를 지속 보고하기 때문에 어떤 바이러스가 국내에 언제쯤 들어오겠구나 예측을 미리할 수 있다. 아프리카 돼지열병도 2년 전부터 국내 유입이 예측됐다"면서 "우리나라 감염병 예방은 방역 위주라 발생한 다음 살처분 하자는 식이 많다. 과학적으로 제대로 감염병을 관리하고 진단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소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시스템이 유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22일 긴급회의를 통해 우한 폐렴이 국제적 비상사태에 해당하는지 결정할 계획이다. 비상사태로 지정되면 WHO회원국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보유한 방역체계를 통해 우한 폐렴 방지를 위한 최선을 노력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에볼라, 지카바이러스 등으로 총 5번의 국제적 비상사태가 지정된 바 있다. 하지만 당국이 이를 거절하면 방지체계가 가동되지 못한다. 폐쇄적인 중국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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