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평균 40.2 점에 한국은 70.2 점으로 '9위'
코로나 19 관련 긴급 세션‧‧‧"인공 아닌 자연 진화"

AAAS가 긴급하게 마련한 코로나 19 관련 세션의 모습. 제이미 야시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AAAS가 긴급하게 마련한 코로나 19 관련 세션의 모습. 제이미 야시프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석봉 기자>
우리나라의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방역 수준이 세계 최고 선진국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과학진흥협회(AAAS) 연차 총회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19)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폭하는 것을 감안해 지난 14일(현지시각) 긴급 전문가 세션을 마련했다. '코로나 19: 대재앙(Pandemic)으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바이러스 관련 연구자와 싱크탱크 연구자, 대학교수, 소설가 등이 참가해 논의했다.
 
이 가운데 비영리 싱크탱크인 NTI(핵 위협 연구소) 소속 제이미 야시프(Jaime Yassif) 박사는 기관에서 조사한 전 세계 방역 수준 분류표를 발표했다.
 
이 분류표는 각국을 3단계 수준으로 나누었다. 가장 준비가 잘된 나라, 더 준비해야 하는 나라, 준비가 미흡한 나라 등이다.
 

NTI가 존스 홉킨스 대학 등과 만든 세계 방역 지표. 노란 부분이 가장 준비가 잘된 나라 표시인데 동북아에서 우리나라만 노랗게 표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NTI가 존스 홉킨스 대학 등과 만든 세계 방역 지표. 노란 부분이 가장 준비가 잘된 나라 표시인데 동북아에서 우리나라만 노랗게 표시돼 있다.<사진=이석봉 기자>
이 가운데 한국은 미국, 서유럽, 호주 등과 함께 가장 준비가 잘 된 나라로 분류됐다. 전 세계 평균이 40.2점인데 한국은 70.2점으로 전 세계 195개 국가 가운데 9위를 기록했다. 1위는 미국으로 83.5점, 2위는 영국 77.9점 3위는 네덜란드 75.6점을 기록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중국과 함께 더 준비해야 하는 나라에 포함됐다. 일본은 59.8점으로 21위, 중국은 48.2점으로 51위였다. 현재까지의 코로나 19에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이해된다. 
 
야시프 박사는 "존스 홉킨스 대학의 건강 안전 센터(Center for Health Security)와 NTI가 공동으로 작성한 이 지표는 195개국 2만7000개 데이터, 5000개 이상의 자료 등과 1만5천 시간 이상의 연구를 통해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예방, 탐지, 대응, 시설, 규정, 위기 감지 수준 등의 6가지 분야를 종합해 각국 수준을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표는 지난해 10월에 발표됐다. (www.ghsindex.org)
 
야시프 박사는 이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염병에 대한 대비는 미흡한 단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 19는 대재앙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나 언제든지 수백만명의 목숨을 희생시킬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에 대비하기 위해 각국은 물론 유엔 등 국제적 협력 체제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각국 지도자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예산을 편성해 대응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시프 박사는 특히 코로나 19와 관련된 전문가들의 제안 3가지를 발표했다.

1.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료 요원들에 대한 지원 규모 확대
- 감염 방지와 사례 대응을 위한 훈련과 안내
- 위기 상황 시 수술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안내와 수단 지원

2. 개인용 예방 장구와 위기용 의료 장비들의 제조 능력 확대와 현재 공급망 강화

3. 신뢰받는 전문가들을 통한 대중과의 정기적 소통
-공포, 혼란, 잘못된 정보와의 싸움

이날 발표에서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도 나와 최신 연구결과를 밝혔다. 세계적인 암 연구기관이자, 신종 바이러스 연구 분야에서도 유명한 시애틀에 있는 프레드 허친슨 연구소의 컴퓨터 생물학자인 트레버 베드포드 박사는 "이번 바이러스가 정상적 진화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일부에서 이번 바이러스가  생물무기 프로그램에서 파생됐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베드포드 박사는 "총감염자 수가 20만 명을 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수치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의 전염병 모델 협업 센터 연구원들이 발표한 수학적 모델에 기초한 추정치와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박쥐에 의해 20~70년 전 다른 포유류에게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 정체불명의 중개인은 지난해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우한시에 있는 최초의 인간 숙주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켰다.
 
베드포드 박사에 따르면 글로벌 협력망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고, AI 등의 도움으로 분석 속도도 빨라졌다. 바이러스 게놈은 시료 채취 후 3~6일 만에 공개돼 GISAID(모든 인플루엔자 데이터 공유에 대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다. 2013~2016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의 경우 첫 번째 서열은 1년이 걸렸고, 지카 바이러스는 몇 달이 걸렸다. 
 
베드포드 박사는 코로나 19 연구를 위해 'Nextstrain'이란 국제 연구망이 가동되고 있다며 연구진을 소개하기도 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긴급 구성된 연구망인 Neatstrain 참가자들.<사진=이석봉 기자>
코로나 19 바이러스 연구를 위해 긴급 구성된 연구망인 Neatstrain 참가자들.<사진=이석봉 기자>
한편 시애틀은 바이러스 연구 및 백신 개발에 있어 세계적 중심지로 알려졌는데 코로나 19 대응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표를 지켜본 카렌 에머리 (Karen Emmeri) 샌디에이고 대학교수는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 주었다"며 "과학자이지만 분야가 달라 코로나 19에 대해 많이 궁금했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학계가 기민하게 대응하며 일반인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성적 대처를 하는데 도움을 주어야 한다"며 "트위터로 지인들에게 발표 내용을 바로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의사 출신의 일본과학진흥기구 하마구치 토시나리 이사장은 "미국 과학자들의 긴급 대응 능력이 놀랍다"며 "AAAS가 과학계가 해야 할 일반인에 대한 설명 의무 역할을 적절하게 잘했다"고 밝혔다.

시애틀은 세계적 바이러스 연구지로 알려졌다.<사진=이석봉 기자>
시애틀은 세계적 바이러스 연구지로 알려졌다.<사진=이석봉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