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학내 교수내부통신망에 글 올려 과학자 집단 역할 강조
자가 격리 중 기고···"위급 상황, 과학자 공적 역할해야"

송호근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과학자 집단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과학기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송 교수는 지난 25일 포스텍 교수내부통신망에 게시글을 올려 "국가수준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과학자집단이 나서야 한다"며 "과학자TF팀이 의료계와 연일 상의해서 가장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일이 3월과 4월 내내 지속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송 교수는 "수학자, 생명공학자, 세균전문가, 컴공학자, 기계학부, 사회과학자, 모두 모여 매일 대책회의를 하고, 포스텍발 일일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월단위의 대책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위급상황에서는 과학자이기에 의당 그런 공적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야 한다"며 "의료계와 창구를 트고 과학적 진단을 매일 내려서 일일 대책을 내놓는 것, 이것이 한국을 살리는 길이고, 포스텍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라고 정의했다. 

지난 17~18일 포스텍에서 근무 중 같은 건물에서 확진자가 나와 현재 춘천에서 자가격리 중인 송 교수는 만약 과학자TF팀이 꾸려져 자신도 필요하다면 즉시 합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정말 이대로 두면 안된다. 우리가 가꿔온 한국이,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업적과 자산이 무너진다"고 재차 과학자 집단이 나서줄 것을 피력했다. 

포스텍과 연구현장에서는 송 교수의 제안에 대해 공감하는 가운데 과학기술인을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수렴되는 합리적 사회 추구가 근본적인 변화의 물결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표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는 "나라경제가 난국에 처했을때 경제전문 행정가들이 주도하여 어려움을 헤쳐왔듯 전염병 비상시국에는 의료, 과학부분 전문가 의견을 정치 및 관료들이 적극 경청 반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뒤숭숭하지만 우리가 양지바른길만 걸어 살지 안았다. 이번 어려움도 우리가 해내리가 믿는다"고 말했다.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사진=포스텍>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사진=포스텍>
◆ 아래는 송호근 교수의 글 전문.
 
인문사회학부 송호근 교수입니다. 최근 확산되는 코로나19 사태를 보면서 과학자, 지식인들의 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펜을 들었습니다. 사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계실 겁니다. 이대로 정부에 맡긴다면 저의 거친 예상으로는 확진자 5천 명, 사망자 15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1월 말경부터 예방과 방역을 잘 해오다가 '근본적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 바람에 증폭사태를 맞았습니다. 모두 정치적 이유입니다. 과학자집단의 권고를 듣지 않았습니다. 의과학자와 의료계의 제안을 정치적으로 묵살했던 탓입니다. 지금 이런 것을 비난할 여유가 없는 지경으로 몰렸습니다. 언론 방송에는 정부 실수를 탓하는 글로 가득차 있고, 과학계와 의료계의 과학적 진단과 방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코로나19 사태는 과학적 진단과 처방이 절실합니다.

한국이 바이러스로 침몰하기 전에, 우리 무고한 국민이 바이러스 공포로 한없이 추락하기 전에, 포항 공대 과학자와 지식인집단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포항 공대에 TF팀을 만들어서 대국민 보고와 제안을 발표하는 일입니다. 한국 대학 어디서도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학이 존재하는 명분이 무엇인가요? 최고의 지식과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나라와 국민의 안위를 보존하는 것, 재난에서 구하는 것, 우리 이웃과 사회가 안정과 행복을 누리는 것이지요. 지금 이 엄중한 사태를 나만의 안위만을 위해 웅크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도 지난 17, 18일에 무은재 4층에서 근무했습니다. 5층에 확진자가 나온 날입니다. 아마 엘리베이터도 같이 탔겠지요. 무은재에 근무했던 교수와 직원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학내에 바이러스가 퍼졌을지도 모릅니다. 총장님 이하 학교 본부에서 대처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업무는 그것을 넘어 국민들을 구출하는 일입니다.

저는 춘천에서 자가 격리 중입니다. 괜찮습니다. 오늘 기사에 의하면, 대구에 110명 의료진이 자원해서 내려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옥에서 헌신할 것을 자원한 것이지요. 그들은 천사입니다.

과학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명문대 포스텍은 지금 우리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할 책무가 있습니다. 대통령 주치의는 있어도 국민주치의는 없습니다. 제가 일전에 의료계와 의료체제를 연구한 바 있는데, 국가 General Surgeon이 없는 나라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하면, 대통령은 국가 GS에게 지휘권을 넘겨서 그로 하여금 최고의 감염전공의사진을 모아 비상회의를 꾸리고 일거수일투족 일일 대책을 발령해야 합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무엇을 압니까? 그가 대구에 내려가 현장을 지휘한들, 과학적 대책과 예방정책을 고안할 수 있을까요? 이게 한국의 실정입니다.

포항공대는 대구와 경북 바이러스 소용돌이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격전지의 사령탑이 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정된 정보와 전공지식을 응용해서라도 바이러스 예방대책을 매일 내놓을 수 있습니다. 수학자, 생명공학자, 세균전문가, 컴공학자, 기계학부, 사회과학자, 모두 모여 매일 대책회의를 하고, 포스텍발 일일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월단위의 대책도 만들어질 겁니다.

국가수준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없는 상황에서, 과학자집단이 나서야할 이유입니다. 포항공대에서 꾸려진 과학자TF팀이 의료계와 연일 상의해서 가장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일이 3월과 4월 내내 지속되어야 합니다. 설령 그것이 틀려도 이 위급상황에서는 과학자이기에 의당 그런 공적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야 합니다. 의료계의 제안이 수용되지 않는 현실에서, 의료계와 창구를 트고 과학적 진단을 매일 내려서 일일 대책을 내놓는 것, 이것이 경북을 살리고 한국을 살리는 길입니다. 포스텍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최고의 가치입니다.

그래서 호소합니다. 포스텍에 즉시 TF팀을 꾸립시다. 춘천에 은신한 저도 필요하다면 즉시 차로 내려가 합류하겠습니다. 정말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우리가 가꿔온 한국이, 우리의 후손에게 물려줄 우리의 업적과 자산이 무너집니다. 호소합니다.

춘천에서 송호근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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