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로 바이오 장벽 넘나···10억원 투입, 내부 긴급 공모
30건 접수, 3건으로 추려···전문가 심의 후 4월 중 연구 착수
고유 주파수로 모기 퇴치하듯 '바이러스 치료' 등 연구 추진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내부 공모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세포가 지닌 고유 주파수를 찾아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거나, 초고감도 센서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증폭(PCR)이 필요 없는 진단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내부 공모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세포가 지닌 고유 주파수를 찾아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거나, 초고감도 센서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증폭(PCR)이 필요 없는 진단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정보통신기술(ICT)로 바이오 장벽을 넘어서려는 파격적인 접근법이 나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잡기 위해 ICT 연구자들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세포가 지닌 고유 주파수를 찾아 진단과 치료에 활용하거나, 초고감도 센서 기술을 활용해 유전자증폭(PCR)이 필요 없는 진단 아이디어를 고안했다. 기저질환자가 손목에 밴드를 착용해 실시간으로 체온과 산소포화도를 모니터링하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이러한 아이디어 모두 바이러스와 직접 연관은 없는 전자통신기술이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내부 공모했다. 내부 재원 10억원을 풀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만 추려내기 위해 공모는 오디션처럼 진행됐다. 긴급성이 짙은 사안인 만큼 실현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아이디어 심의는 막바지에 이른 상황이다. 실현성을 높이기 위해 중간설명회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디어는 총 30건이 응모됐다. 92명을 대상으로 내부 무작위 검토를 추진한 결과 30건 중 5건이 선정됐고, 이후 기획전문그룹에서 신속성·재원 등을 고려해 5건 중 3건을 채택했다. ETRI는 앞으로 원내 바이러스 전공자, 외부 생명·의료정책전문가들과 3건의 아이디어에 대한 적정성과 상세 검토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 판단에 따라 3건 모두 진행할지, 1~2건만 추진할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 모기 싫어하는 주파수로 퇴치하듯···바이러스도 진단·치료

AI 연구소 IDX+연구단은 코로나19 세포의 고유 공명주파수를 찾아내 치료도 디지털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예컨대 모기가 싫어하는 주파수를 가동해 모기 퇴치를 하듯, 바이러스도 이 같은 방식으로 퇴치하겠다는 것이다. 고유 주파수로 바이러스도 감지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충남대병원 협조하에 임상시험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당 연구단은 기존 치매 조기 진단용으로 개발해 일부 병원에 상용화한 사이버디엑스(CyberDx)를 활용할 예정이다. 사이버디엑스는 의료데이터 분석 엔진으로 AI를 활용해 환자 질병을 예측하는 플랫폼이다. 기존 체계를 코로나19에도 적용한다는 것이다. 

지능화융합연구소 복지·의료 ICT연구단은 센서 기술을 활용해 코로나19 진단 기술을 제안했다. 환자 진단 과정에서 PCR이 필요 없는 초고감도 검출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다. 코로나19 유전자 특이 시퀀스를 캡처해 유전자를 제작하고, 여기에 초고감도 검출용 표면 검출 시스템을 장착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진단이 가능한 센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 국내 사망자가 150명까지 늘어났고, 대다수가 기저질환을 지니고 있다. 이에 ICT 창의연구소 미래원천연구본부는 기저질환자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손목 밴드를 착용해 발열과 함께 급격한 폐 기능 약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발열과 산소포화도를 자동 모니터링한다. 해당 기술은 현재 손목밴드형 하드웨어 기술과 실시간 측정과 판단지표를 생성·전송하는 기술이 나와 있는 상태다.      

이강주 ETRI 사업기획실장은 "기관에서 10억원이라는 재원을 다른 곳에 안 쓰고 코로나19에 투자한 만큼 관련 전문가들과 실현 가능한 연구를 추려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독립적 대응 가능 배경, '리더십·시스템·기술수익료'

기관 차원에서 연구 공모를 통해 코로나19에 대응하려는 출연연은 ETRI가 처음이다. 김명준 원장이 기관 내부출신 인물로 시스템을 잘 아는 리더이고, 정책결정자·관료 등 외부와도 유연한 관계를 형성한 점이 이같은 도전을 가능케 했다는 현장 관측이 나온다.

시스템 구축도 한 몫하고 있다. ETRI는 전(全)주기 통합사업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과제 기획부터 선정, 선정된 과제를 중간에 평가하고 이후 사업화까지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동료 검토, 공개 성과발표회, 사업화·표준화 등 치열한 내부 성과 경쟁을 독려한다. 이런 시스템 위에서 코로나19 긴급 대응 공모도 가능했다. 

ETRI는 기업을 통해 얻는 기술료 수익이 타 출연연 대비 높다. 김형준 ETRI 기획본부장은 "투입 연구개발(R&D) 예산 총액 대비 기술료 수익을 수치화한 연구 생산성이 독일 프라운호퍼 등 유수의 연구기관과 비슷한 7% 정도"라며 "출연연 안정 예산 비율은 낮지만, 기술료 수익이 타 출연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생산되기 때문에 내부 자원으로 연구 공모를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ETRI는 원내 바이러스 전공자와 외부 생명·의료정책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선정된 3건을 모두 진행할지 1~2건만 진행할지를 판단할 예정이다. ETRI는 4월 중 절차를 마무리하고,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본격 착수한다. 이후 10~11월경 공개성과설명회를 통해 성과 제고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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