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구재단 기술사업화네트워크,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 대담
기존 시도 안됐던 분야, 코로나로 가속화···"변화에 발맞춰야"
"정부, 정통·스타트업계 종사자 공존할 수 있게 조율해야"

지난 27일 기술사업화네트워크가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제로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진행됐다. <영상=대덕넷>

(왼쪽부터)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요셉 대덕넷 취재부장,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기술사업화네트워크 정기모임에 참석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부터)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김요셉 대덕넷 취재부장,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기술사업화네트워크 정기모임에 참석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코로나19로 지금껏 시도되지 않던 새로운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익숙하지 않던 비대면 일상, 바이오 산업이 활황인 반면 여행사, 항공업을 비롯해 신생벤처와 중소기업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타트업의 전반적인 생태계와 미래 방향을 짚어줄 대담이 펼쳐졌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사장 양성광) 기술사업화네트워크 정기모임이 '코로나 시대 이후의 스타트업 생태계 변화'를 주제로 27일 오후 4시 대전MBC 스튜디오에서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날 대담은  딥테크 중심의 액셀러레이터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와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가 참석해 스타트업부터 투자자, 교육, 미디어, 정부 등 코로나 이후 다양한 측면에서의 변화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다. 

두 사람은 KAIST 시기부터 조교(이용관 대표)와 학생(이준표 대표)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날 대담도 솔직하고 유쾌하게 진행됐다.

이용관 대표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스타트업에게 기회라고 해석했다. 그는 "리소스가 많이 없는 스타트업은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고 위협받을 때 기회가 생긴다"며 "이러한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만 한다면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용관 대표는 단계별로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바다 위 태풍이 불 때 떠 있는 배들은 위험하지만 심해에 있으면 태풍이든 쓰나미든 상관없다"며 "심해가 바로 얼리스테이지에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때문에 얼리스테이지 스타트업은 (바다)위 변동 상황을 지켜보며 시장에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이러한 스타트업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선도 투자하기 괜찮다"고 덧붙였다.

반면 수면으로 점점 떠오르는, 즉 시장에 막 진입했거나 시장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당장 방향을 바꾸기엔 엄청난 비용이 들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투자자들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용관 대표는 "그러나 수면 위에 있어도 태풍이나 쓰나미를 적절히 활용하는 기업이 있다"며 "바로 바이오나 비대면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기회를 잘 잡은 만큼 더 빨리 급속한 바다 환경에 맞춰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표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이 거시적 관점에서 기회를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코로나로 병원을 못 가면서 원격 의료가 열리듯, 과거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스타트업만의 기회가 마련되고 있다"며 "사람의 행동과 시간 패턴이 바뀌면서 열리는 윈도우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예측했다.

그에 의하면 현 국제적 관계도 한국과 국내 스타트업에게 기회다. 이 대표는 "미국이 중국과 정치적 블레임을 하고 있어 중국이 기술적으로 독립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을 한국으로 돌렸다"며 "이러한 상황이 향후 2~3년간은 지속될 수 있어 한국과 국내 스타트업이 갖는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미디어 분야 변화에 대해 이준표 대표는 '민주화'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유튜브와 같은 미디어 플랫폼이 모든 사람에게 소통의 장을 줌과 동시에 생존의 장을 연 것"이라며 "무한경쟁시대 안에서 대중에게 선택을 받고 소통해야 하는 상황은 공급자나 광고주에게도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정부, 진두지휘 아닌 민간에게 맡겨야"

(왼쪽부터)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사진=이유진 기자>
(왼쪽부터)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사진=이유진 기자>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용관 대표는 현재 정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미래 변화에 대해선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정부가 이렇다저렇다 앞에서 진두지휘하면 안 된다"며 "민간인들이 하나씩 부딪히면서 스스로 나아갈 길을 알아가기에, 정부는 끊임없이 소통하며 민간인을 방향타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KTX를 예로 들며 현 규제도 전향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규제를 강화하면 스타트업 생태계의 신뢰 비용이 커져 비효율성이 높아지기에, KTX 이용시 고객들을 믿고 표 검사를 안 하는 것처럼 신뢰에 기반한 규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준표 대표도 스타트업이 기존의 질서를 바꾸는 역할이기에, 기존에 있던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면서 완만한 변화가 이뤄지도록 조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기존 서비스를 제공했던 분들이 스타트업으로 인해 위협을 느낄 때, 그들이 상생하고 공존하는 법을 정부가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긴 호흡으로 지혜를 갖고 혁신과 변화를 바라보며 중계를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두 사람은 국내 모든 스타트업에 지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용관 대표는 "과거 정주영 회장님이 낙관주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남긴 어록처럼, 될 거라는 생각으로 공조자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 가장 좋은 문제 푸는 법이 아닐까 한다"며 "믿음과 긍정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표 대표는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은 굉장히 외로운 길"이라면서 "그럴 때일수록 주변 지인들과 교류하고 지식과 에너지를 얻기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남겼다.

해당 대담은 대덕넷과 대전MBC,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이 공동 주최했다.

◆ 다음은 대덕열린포럼 내용 전문.

김요셉(이하 김) : 코로나19 이후 스타트업 생태계가 긍정으로 갈까요, 부정으로 갈까요.

이용관(이하 용) : 긍정과 부정 둘 다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주역이 누구냐 하면 기술도, 사람도 아닌 코로나라고 할 정도로 여태까지 생각만 하고 과감히 시도 못 했던 부분들이 억지로라도 시도되고 있다. 그러면서 그것들의 가치도 느끼고 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이준표(이하 준) : 과거엔 출근하고 퇴근하는 정해진 일상을 살았는데 코로나로 사람이 쓰는 시간의 행태가 바뀌고 있다. 밖을 못 나가니 게임이나 온라인 커머스 기업들 매출이 오르고 있다. 특히 온라인 쇼핑앱은 6~70대 어르신들은 타겟하지 못 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들이 다 깨졌다. 개인적으로 해외 출장이 많았는데 코로나로 전부 화상으로 진행했다. 화상으로 해도 다 되더라. 그러면서 이제까지 뭐하러 해외까지 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 코로나 이후 스타트업은 어떻게 방향 전환을 해야 할까요.

: 예전 벤처시대랑 스타트업 시대랑 사업 방법론이 좀 다르다. 벤처시대엔 계획 많이 세우고 대규모 투자해서 가는 방식이었는데 최근 스타트업 방법론은 고객을 명확히 알기 어려우니 적은 비용으로 시장 알아가면서 돈 쓰는 방식이다. 코로나로 인해 일하는 방식 등을 어떻게 더 적은 비용으로 정확하게 빨리 알아내는지, 이런 건 강화될 것 같다.

: 코로나 이후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의사 결정이 어려워졌나요.

: 예측이 돼야 계획 짜고 판단하고 투자하는 건데 최근 많은 변수 속에서 예측이 어렵다 보니 지난 몇 개월 동안 보수적으로 상황을 지켜보자고 판단됐다. 코로나로 인해 옥석 가리기도 되지 않았나 생각 든다. 이번에 자본 가진 투자자들이 다시 한 번 기회를 잘 평가하면서 접근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 코로나 이후 유망 되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최근 젊은 사람들이 등산을 많이 한단 소식에 놀랐다. 등산이 클럽 수준이라고. 이렇듯 미래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로 인해 산업 쪽으로 깨끗함의 가치를 많이 느꼈다. 과거엔 강남대로가 뿌옇게 보였는데 코로나 이후로 맑은 날이 많다. 코로나를 전 지구가 경험했기 때문에 전기차나 환경 아이템이 의외로 빨리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덜 움직이고 생기는 깨끗함의 가치, 환경 분야가 앞으로 관심받지 않을까 한다.

: 최근 집에만 있으면서 우연히 VR 게임을 했는데 재밌더라. 3~4년 전에 VR 시장 볼 때 갈 길 멀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많이 발전했다. 품절됐단 소식 듣고 사람들이 집에 있으면서 나름의 방식으로 외로움을 가상의 공간에서 푸는구나 싶었다. 기술이 이 정도로 발전하면 가상이란 공간으로 실 경제서 느꼈던 가치까지 옮겨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코로나로 현실과 온라인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변화가 생길 거다.

: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하는 과정들이 어떻게 진화할까요.

: 코로나 전 대면에서 얻었던 것들이 있다. 바로 이 분야에 대한 상대방의 열정, 의지, 태도다. 이런 것들을 대면으로 느껴서 투자에 반영하고 했는데 코로나 이후 만나지 않고 상대방의 열정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했다. 이건 앞으로 해야 할 숙제다. 비대면이 발달하면 이러한 것들은 꼭 확인돼야 하기에 그 방법은 꼭 찾아낼 것 같다. 투자에 대면은 꼭 필요하다.

: 옛날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지금 보니 당연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거였는데, 어떤 게 앞으로 중요한 가치로 남고 이어졌으면 하나요.

: 사람들은 이방인을 대할 때 보수적이다. 왜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보면 꺼려할까. 이 상황이 코로나와 비슷하다. 코로나 자체가 쟤가 감염자일까 아닐까 생각하게 되면 전체적인 배경은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있는 세상이 될 것 같다. 대면을 통해 얻는 효익과 낯선 사람 만나서 얻게 되는 리스크를 항상 따질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누구나 신중해지고 보수적이게 될 듯하다. 

: 코로나로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거에 두려움이 생기다 보니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로 인해 또 다른 가치 그리고 관계 속의 발전이 있었다.

: 대덕연구단지 내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1명도 없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커뮤니티가 활발하게 될 것 같은데.

: 신뢰기반이 지역성에 더 강화될 것 같다. 온라인으로 만날 수는 있지만 실제 대면은 훨씬 더 보수적으로 갈 것 같다.

: 코로나로 나라별 제조업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고요.

: 이번 마스크 대란 일어나면서 마스크 제조 기술은 사실 대단한 게 아닌데 왜 다른 선진국은 오랫동안 마스크가 없을까 생각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제조업을 옛날 아이템이고 곧 없어질 산업이라 생각했는데 코로나를 겪으면서 스스로 재료부터 생산까지 빠르게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역량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 들었다.

: 한국이 0부터 10까지 갖고 있는 것이 코로나 속에서 엄청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대덕특구 내 출연연과 기업, 대학과의 협력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대덕특구 내 많은 기술이 나오는데 상업화나 창업으로 이어지는 수는 작다. 원인이 뭘까 하면 여전히 기술 개발하는 생산자, 연구원, 교수들이 기술에 대한 가치 비중을 너무 크게 보는 문화가 있다. 그 자체로부터 많은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시장에 대한 이해, 대응력, 실행력도 중요하다. 기술 생산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하면 더 빨리 가지 않을까 한다. 반대로 시장 사람들은 기술 나오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해해야 한다. 상호적인 이해 부족이 가장 큰 문제다. 협업으로써 서로의 성공 모델을 공유했으면 한다.

:  연구단지에 큰 희망과 미래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들이 모여있고 기술이 있다는 건 할 수 있다는 게 많다는 뜻이다. 고객은 기술이 좋고 나쁘고는 관심이 많이 없다. 기술이 좀 떨어져도 내가 원하는 가격에 내 문제를 해결해 준다 하면 쓴다. 그런 사업을 만들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역량과 생각이 기술과 합쳐지면 밝은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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