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대덕넷 공동주최, 30일 모종린 교수 특별강연 진행 특강과 패널토의로 '골목상권' 중요성 강조 모종린 교수 "로컬크리에이터 통해 골목상권 갖춰야"

지난달 30일 '포스트 코로나, 로컬에서 미래 그린다'를 주제로 모종린 교수의 특강이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됐다. <영상=대전MBC>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 도시에는 '언택트'에 기반한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아우르는 스마트 도시, 과학 기술 자체가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사회가 변화된 방식에 적응해가며 기존 체제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단, 기술 자체가 아닌 도시의 특색을 나타내는 그 도시만의 문화 그리고 이에 기반한 의미 있는 산업 형태가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지역 내에서의 생활이 중요해짐에 따라 특색있는 '골목상권'을 지향하며 '로컬'을 강조하는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 모종린 연세대학교 교수다.

지난달 30일 '포스트 코로나, 로컬에서 미래 그린다'를 주제로 모종린 교수의 특강이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의 주장은 명료하다. '문화를 갖춘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자는 것. 그 기반은 특색있는 소상공인을 일컫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있다. 

모 교수는 지속가능한 골목상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인, 스타트업, 소상공인 총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세 요소를 한곳에 모아야 지역이 원하는, 우리가 원하는 도시 문화를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 교수는 "대전의 도시 문화를 보면 스타트업과 예술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과 예술을 연결하는 공간이 꽤 많이 있는 듯하다"면서 "하지만 대덕의 미래 비전에는 골목상권을 만들기 위한 소상공인에 대한 내용은 극히 드물다는 아쉬운 단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30일 대전M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종린 교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
30일 대전M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모종린 교수 특강이 진행됐다. <사진 = 홍성택 기자>
모 교수에 따르면 대전의 미래 비전에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골목길이 없다. 이것은 곧 소상공인, 즉, 그가 중요시하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없다는 뜻이다. 삼 요소 중 하나라도 갖추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살고 싶은 도시로 여겨지지 않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가 강조하는 지역에 대한 중요성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부상하고 있다. 언택트 기술이 기존 기술을 대체하면서 온라인과 원격기술을 통해 집과 동네에 머무른 상태로 문화, 소비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이 기초단체, 동네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방식도 한몫을 했다. 

모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역화폐도 지역 내에서 사용하고 있고, 자신의 동네를 벗어나는 일이 드물어지면서 우리 삶에서 지역 공동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지역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서포트할 수 있는 기술도 함께 중요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 골목상권의 가치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미 골목상권의 산업적 가치에 대한 이해는 약 15년 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홍대 가로수길, 이태원, 삼청동, 한옥마을 등이 지역의 특색·문화를 살린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왜 로컬이 중요할까. 모 교수는 그 이유를 탈물질사회에서 찾는다. 그는 "개성,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으로 변화하며 탈물질주의가 퍼지고 있다"면서 "갑갑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나의 삶을 개척하겠다는 분위기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하며 코로나19가 그 분위기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 조건에는 '살기 좋은'이 붙는다. 지역에서 삶의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는 살기 좋은 지역, 즉, 일과 문화, 놀이, 소비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생활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아직까지 정부나 언론에서는 이러한 골목상권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로지 기술만을 강조한 하이테크(High Tech)에만 집중하고 기술과 감성·경험이 결합된 하이터치(High Touch)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모습"이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로컬 기술 기반으로 생활권 경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덕의 과학자들은 꿈꾸는 도시가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치이며 기술은 가치를 실현하는 도구일 뿐"이라면서 "연구단지를 봤을 때 젊은이들이 일하고 살고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방만의 '정체성'과 '스토리'로 골목상권 구축해야" 
 

 

패널토의에서 골목상권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지역 생태계 방향에 대해 토의가 이뤄졌다. <사진 = 홍성택 기자>
패널토의에서 골목상권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지역 생태계 방향에 대해 토의가 이뤄졌다. <사진 = 홍성택 기자>
행사에는 모종린 교수 특강에 이어 로컬 미래상에 대한 패널토의도 진행됐다. 패널에는 모종린 교수를 비롯해 이태호 윙윙 대표와 박한아·박지현 익선다다 대표가 참여해 각자가 생각하는 지역 생태계의 방향을 논의했다. 

그들은 모종린 교수가 말하는 골목상권의 중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위해 지방만의 특색을 갖춘 문화, 스토리와 지방 자체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박한아 대표는 소제동의 골목상권을 구축하기 위해 시도했던 방법을 소개했다. 그는 "소제동의 한옥은 일본인들이 넘어와 일을 하기 위해 기숙사 형태로 만들어 놓은 100년이 넘은 가옥들로 이뤄졌다. 한국전쟁을 피해 군락으로 여전히 잘 보존돼 있다는 것에 아름다움을 느꼈다"라면서 "도시 재생의 범주에는 각 분야마다의 역할이 있다. 익선다다의 경우 소제동의 빈집 비율이 절반이 넘었는데 소제동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보다 어떻게 채워나갈까에 관점을 두고 새로운 방식의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들어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익선다다는 가장 먼저 100년 된 철도관사촌이 세상에 알리려는 노력을 했다. 그는 "100년 된 집들이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골목상권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문화 트렌드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커피를 마시러 유명한 커피 전문점에 왔는데 이곳이 100년 된 철도관사촌이고 우리 지역에 이런 문화유산이 남아있었다'라는 것을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 나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대표는 대전을 기회의 땅이라고 봤다. 그에게 있어 대전은 충분한 인프라가 존재하지만 아직까지 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고 있지 않았다. 그는 "대전에 남고 싶다는 다른 분들 말을 들어보면 살기가 좋지만 심심하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의 재미있는 요소만 만들어도 충분히 지역에서의 재미있는 일을 만들어나가는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 것. 오히려 기회의 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전의 특색인 과학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이 지역의 문화로까지 자리는 잡지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이것 역시 기회로 볼 수 있다"라면서 "대전에는 대학교가 19개가 존재하고 따라서 청년들이 많기 때문에 무언가 시도할 때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갑천을 따라 형성된 주거지역에 많은 복지가 있어 만족도가 높고, 연구단지의 인프라가 크기 때문에 4차 산업에 있어서도 충분히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지현 대표는 역시 지방도시에서의 브랜딩 구축에 힘썼던 경험을 공유했다. 박 대표는 "서울에 문화나 상업지구가 몰려있다 보니 소도시에서는 상대적으로 집중도가 취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라면서 "소비자가 지역의 골목상권을 방문해 브랜드 소비를 하는 것들이 어느정도 높은 퀄리티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를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소제동이라는 동네를 어떻게 채울까, 소비자들을 조금 더 머무르게 하는 콘텐츠가 무엇일까 생각해봤을 때 결국 로컬리티였다"라면서 "지역이 가진 캐릭터로 음식화할 수 있는 것들, 상품화 할 수 있는 부분들, 소제동이 가진 이야기로의 정체성 등으로 상위단계 구축을 하고 이야기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기초과학연구원(IBS)와 대덕넷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대전MBC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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