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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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원 1호의 착륙선. <사진= 중국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
텐원 1호의 착륙선. <사진= 중국항천국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7월 23일, 톈원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화성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이번 임무는 과거 화성에 살았거나 혹시 살고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의 흔적을 찾고 현지 환경을 조사하는 것. 

기기 성능과 연구 수준을 1대 1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크게, NASA의 퍼서비어런스(2020년 7월 30일 발사)와 중국항천국 톈원 1호(2020년 7월 23일 발사) 로버의 과학목표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중국이 화성탐사에 시동을 건 것은 2006년. 화성탐사 5개년 계획(2006-2010)을 추진한 끝에, 2011년 러시아 포보스-그룬트 우주선에 중국 최초의 화성탐사선 잉훠 1호를 실었다. 그러나 모선 엔진이 점화에 실패하는 바람에 잉훠는 대기권에서 불타, 남태평양에 수장되는 비운을 겪는다.

텐원 1호와 제작팀. <사진= 중국항천기술집단 홈페이지 갈무리>
텐원 1호와 제작팀. <사진= 중국항천기술집단 홈페이지 갈무리>
톈원 1호는 이후, 중국이 개발한 첫 화성 탐사선이다. 화성의 표면 지도를 작성하는 동시에, 표토 성분과 얼음의 분포를 밝히고 화성의 대기, 특히 이온권을 집중 탐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그래서 이번 임무는 후속 화성탐사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중국은 10년 안에 화성의 흙을 캐 지구로 귀환하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톈원 1호는 그 기술검증을 맡았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 가는 로버는 수집한 흙을 잘 보관해뒀다가, 나중에 화성에서 합류하게 될 우주선이 가지고 온다는 시나리오가 옵션 중 하나다.

◆ 대학 참여

중국지질대학 캠퍼스. <사진=문홍규 박사 제공>
중국지질대학 캠퍼스. <사진=문홍규 박사 제공>

2019년, 행성과학 여름학교가 열린 곳은 중국지질대학. 영어로는 중국지구과학대학(China University of Geosciences)이라 부르며, 중국 교육부가 지정한 특1급 대학(Double First Class Discipline University)이다. 

이곳은 과거 아프리카와 같은 해외에서 자원공정을 주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지금도 중국의 광공업과 석유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또 중국지질대학에서는 유무인 달 탐사와 화성탐사를 지원하기 위한 행성과학 연구를 동시에 진행한다.

이 대학 출신인 오우양 지유안(Ouyang Ziyuan) 박사는 중국과학원 회원으로 행성과학 분야 권위자다. 이미 고령이 된 그는 철을 포함한 월면의 유용자원과 헬륨 3 활용의 필요성을 처음 주창한 과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는 창어(Chang'e)로 널리 알려진 중국 달 탐사 프로그램 수석과학자(Chief Scientist)인 동시에, 정부에 유인 달 탐사계획과 화성탐사 계획을 주장해 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여름학교 마지막 날, 중국지질대학의 젊은 행성과학자인 황 박사는, 본인의 연구 대상이라고 소개하면서 고맙게도 2019년 1월, 창어 4호가 세계최초로 착륙한 달 남극 에이트켄 분지의 폰 카르만 크레이터를 3D로 인쇄한 모형을 선사했다. 이처럼 중국지질대학은 국내외 지질탐사와 광산개척에 머무르지 않고 고전적인 연구 영역을 태양계로 확장하고 있다.

중국지질대학은 행성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반면에, 우한대학은 원격탐사(remote sensing)에 강점이 있다. 실제로 우한대학은 원격탐사 분야에서 미국 메릴랜드대학(2위)과 캘리포니아공과대학(3위)은 물론, 스위스 취리히대학(17위), 매사추세츠공과대학(76-100위)을 제치고 2020년 원격탐사 분야 세계 대학순위 1위(World Top Engineering Universities, Remote Sensing 2020)에 등극했다(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인터넷에 순위가 공개된 2017년부터 우한대학은 이 부문에서 내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처럼 원격탐사 분야에서 20위권 안에 5개 대학이, 100위권 안에는 22개 대학이 있다. 원격탐사는 항공기와 인공위성을 이용해 기상, 지리, 산림 정보 외에 산불확산과 환경 오염물질의 분포와 이동, 농작물 작황, 극지 해로 개척은 물론, 오래 전부터 국방과 안보에 핵심 도구로 쓰인다. 당연히 행성탐사 임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학술정보는 경우에 따라 제한적으로 밖에 접근할 수 없지만, 우한대학은 여러 분야에서 화성을 포함한 행성탐사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처럼, 한 도시에 과학연구와 응용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2개의 대학을 설립, 운영하는 것은 국가정책이 그만큼 정교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우한대학은 1998년부터 '985 사업'과 '211 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교육부가 지원하며, 특A 1급대학(Class A Double First Class University)으로 지정·운영된다. 위 2개 기관은 필자가 다녀온 우한 소재 대학이라 예로 들었을 뿐, 실제로는 더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이 중국 행성탐사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한다고 알려졌다.

◆ 재연실험

중국에서는 자국의 달 탐사를 위해 아폴로 시대 미국의 달 과학자(lunar scientist)들이 앞서 수행한 수치실험과 장치실험을 대부분 재연한다고 들었다. 분야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학 논문으로 이미 발표된 내용은 (특히 장치실험인 경우) 읽고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필요에 따라, 그대로 따라해 보기도 한다.

실제로 중국 행성과학자들이 여러 논문에 쓰인 실험 전 과정을 재연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인력이 투입된다는 것일까. 이 말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과학계가 '경쟁자'들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지,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는지, 그 단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장기계획

이즈음에서 중국의 행성탐사 계획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창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수행해 왔다. 창어 1-2호는 달 궤도를 공전하면서 3차원 월면 지도를 완성한데 이어, 3호는 '옥토끼'(로버)를 착륙시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9년 1월, 창어 4호는 세계최초로 달 뒷면 착륙에 성공했으며 통신중계위성인 '오작교'는 '옥토끼'의 명령과 자료 전송을 맡았다. 중국이 2020년 말에 쏘는 창어 5호는, 1976년 루나 24호가 마지막으로 월석을 가져온 이후 약 45년 만에 이를 재연한다. 

중국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9년 중국항천국 장커젠 국장은 "중국은 10년 안에 달 극지에 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유인탐사를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달 샘플을 보관할 장소 중 하나는 마오쩌뚱의 고향인 샤오산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다.

잘 들여다보면 중국은 과거 미국이 서베이어(무인탐사 프로그램, 1966-68)와 아폴로 계획(1961-72)에 이어, 아르테미스 계획(유인탐사 프로그램, 2017-)을 통해 이미 성취했거나, 성취하려고 하는 과학적, 기술적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10년 내에 로봇 탐사선이 화성의 흙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2040년에서 2060년을 목표로 화성 유인탐사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행성탐사 분야에서도 세계 제2위 신흥강국으로서 위치를 굳건히 다질 기세다.

◆ 미래

중국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 CAS) 학술위원인 시 파렌(Qi Faren)은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동팡홍 1호(Dong Fang Hong 1) 설계에 참여했으며, 선저우(Shenzhou) 프로젝트 수석 엔지니어다. 그가 한 말을 (영문에서 한글로) 번역해 옮긴다.

搞航天工程不是要达成升空之旅,

而是要让人可以正常在太空中工作,

为将来探索火星、土星等作好准备。

우주 프로그램의 목적은 단지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우주에서 일상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데 있으며,

나아가, 화성과 토성, 그보다 먼 곳을 탐험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다.
 

무게가 3톤이 넘는 톈원 1호의 궤도선에는 행성과학(planetary science) 연구를 위한 다양한 원격탐사 장비가 실렸다. 400km 상공에서 고해상 카메라는 2m보다 큰 물체를, 중해상 카메라는 100m보다 큰 지형을 식별한다. 또 화성 표면의 광물성분을 조사하는 분광기와 지표 아래의 물이나 지층을 조사하는 지표투과 레이더, 그밖에 이온 및 중성입자 검출기, 고에너지 검출기와, 화성의 자기장 분포를 조사하는 자력계가 실렸다. 

톈원 1호 로버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소형차보다도 작은데 놀랍게도 차량 밑 부분에 탑재된 지표 투과 레이더는 지하 100m까지 투과해서 볼 수 있다. 그밖에 온습도, 풍향, 풍속을 측정하는 기상장비, 분광 카메라와 항법 카메라, 분광기와 자력계 등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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