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중심 대전 근대화 역사, 과거-현재-미래 잇는 스토리
먹거리와 문화예술, 색다른 공간 창출 '핫플레이스'
오피니언 리더들 "관사촌 철도 중심 도시 대전의 문화유산"

100년 소제동 관사촌 골목에 문화예술이 더해지며 뉴트로의 성지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 이에 관사촌은 철도도시 대전의 오래된 미래로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전시가 시작되는 관사16호.<사진= 길애경 기자>
100년 소제동 관사촌 골목에 문화예술이 더해지며 뉴트로의 성지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상태. 이에 관사촌은 철도도시 대전의 오래된 미래로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야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전시가 시작되는 관사16호.<사진= 길애경 기자>
울퉁불퉁 보도블록, 그 틈으로 자란 이름모를 풀과 나무. 한여름 초록빛 축제가 한창이다. 무심한듯 자란 풀과 나무지만 자세히 보면 묘하게 조화롭다. 소제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무 70여종을 작가가 식물학자의 도움을 받아 심었단다. 마당을 활용한 설치미술 '소제도감'이다. 관사 16호. 외벽의 돌출된 창문이 이채롭다. 안으로 들어서면 높은 천장, 드러난 서까래가 시선을 끈다. 실내로 처음 들어온 화장실, 온돌과 다다미를 사용한 방바닥 등 근대시기 한국의 주택 변화를 볼수 있다. 뒤로 연결된 대문을 나서면 또 다른 골목길로 이어져 흥미로움이 배가 된다.

소제동을 찾는 이들에게도 눈길이 간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층이 친구들과 골목길을 누빈다. 장맛비와 후덥지근한 불편한 날씨 속에서도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전역 동광장을 지나 마주하는 첫동네 '소제동'. 대전역 뒤편에 있어 그동안 존재감조차 없었던게 사실이다. 그런 100년 골목길 소제동이 긴잠에서 깨어나 새롭게 호흡하고 있다. 낡고 볼품없는 동네에서 음식점과 카페, 문화예술이 접목되며 뉴트로(New+Retro, 새로움과 복고) 공간으로 재탄생 했다. 근대문화와 예술, 멋스런 맛집을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소제동은 젊은층과 장년층 모두가 찾는 뉴트로의 새로운 명소로 급부상 중이다.

소제동은 30여개의 골목길로 이어진다. 골목마다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인근 대동천변 산책길은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어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럽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오늘날 도시 환경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풍경이다. 철도 종사자들이 거주했던 관사의 옛모습을 살린 멋스런 공간의 맛집, 이색 카페들이 들어서며 골목길을 따라 돌아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소제동 관사촌은 1905년 경부선, 1914년 호남선이 개통되며 형성됐다. 족히 100년 넘게 대전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 때문에 이곳 관사촌의 근대 가옥들은 철도 교통의 중심지 대전의 정체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곳으로도 알려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신도심이 개발되고 주민들이 하나둘 거주지를 옮겼다. 소제동은 무관심 속에 황량해졌다. 낡고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소제동의 변화는 골목길이 주목되면서부터다. 삶과 이야기가 머무는 공간에 젊은층이 관심을 가지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룬 남다른 맛집과 카페들이 속속 들어섰다. SNS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활용하는 맛집, 로봇이 직접 커피를 추출하는 카페, 하늘 높이 곧게 뻗은 대나무 숲길 집 사진이 속속 올라온다. 평일에도 이곳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거기에 예술이 더해졌다. 지난달 12일부터 '소제동 아트벨트_ 오늘 꾸는 꿈'을 주제로 복합문화예술행사가 시작됐다. 기존 전국단위로 생겨난 골목길이 음식과 카페만의 거리로 식상함을 남겼다면 소제동은 예술문화가 더해지며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의 명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근대 문화 유산을 자산으로 지속가능성의 기반을 갖춘 셈이다.

◆ 복합예술 문화행사, 소제동 아트벨트

(사진 위)마당을 전시 공간으로 소제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물을 심은 설치미술 '소제도감'.(사진 아래) 핑크집과 두충나무집 전시 공간.<사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사진 위)마당을 전시 공간으로 소제동에서 자라는 풀과 나물을 심은 설치미술 '소제도감'.(사진 아래) 핑크집과 두충나무집 전시 공간.<사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소제동 아트벨트 첫번째 프로젝트는 국내외 14개팀 32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오는 23일까지 열리며 전시와 설치, 공연, 퍼포먼스, 관객 참여 프로그램 등 시각예술과 공연예술을 아우른다. 아트벨트는 대전의 대표 청년문화재단인 CNCITY마음에너지재단(이하 CNCITY에너지재단)에서 후원한다.

전시공간은 관사를 개조해 마련됐다. 관사16호를 시작으로 마당집, 핑크집, 두충나무집으로 이름표도 달았다. 1920년대, 1930년대 지어진 관사 등 각 건물의 특징을 살린 전시관은 전시도 보고 근대문화유산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된다. CNCITY에너지재단은 대전의 역사와 미래 가치를 고려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 소제동 일대를 생활과 문화가 공존하는 복합문화예술타운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 출신인 CNCITY에너지의 황인규 대표는 대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장소를 찾다가 소제동 관사촌을 우연히 알게 됐단다. 그는 "100여채까지 있던 관사가 현재 30여채 조금 넘게 남았다. 대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근대문화 유산"이라면서 "관사의 원형을 보존하고 개보수해 시민들이 향유하는 문화 예술의 장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제동 아트벨트를 기획한 신수진 디렉터(한국외국어대 교수, 전 문화역서울284 예술감독)는 "예술은 일상에 쫓기느라 잊고 있었던 질문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면서 "소제동 아트벨트는 100년의 시간을 간직한 골목길에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활력을 더해 미래로 나가게 하는 동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오늘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한 현재의 의미를 질문한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는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의미가 더해져 만들어질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전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김이환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총장,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이광섭 한남대 총장, 윤환중 충남대병원장, 최병욱 한밭대 총장(이름순)이 소제동을 찾았다. 이들은 "관사촌 곳곳을 둘러보니 문화유산으로 보존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대전의 장태산, 대청호, 선교사촌(한남대) 등과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철도 중심으로 도시 발전한 대전, 근대문화 보존 필요 

소제동은 30개의 골목길로 이뤄져 있다. 골목마다 1920년대, 30년대 지어진 관사와 근대가옥이 남아 있어 대전의 변화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사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소제동은 30개의 골목길로 이뤄져 있다. 골목마다 1920년대, 30년대 지어진 관사와 근대가옥이 남아 있어 대전의 변화상을 알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사진= CNCITY마음에너지재단>
대전은 철도 중심 도시다. 1905년 1월 1일 경부선, 1914년 1월 11일 호남선이 개통되며 대전은 철도 교통의 요지가 됐다. 역무원, 철도 기술자 등 철도 관련 인력의 거주지 등 관사촌이 대전역을 중심으로 지어졌다. 관사가 들어서며 마을도 형성됐다. 광복이후에는 대전시민들의 살림 공간이 됐다.

철도는 오늘날 대전이 교통의 중심지가 되는 시작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대 무성하고 거주가옥 수십호에 지나지 않았던 황량한 벌판 대전에 사람이 모이고 도시가 형성되는 중심이 됐다.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이후 대전역 주변에 1910년대 남관사촌, 북관사촌, 1920년대 동관사촌이 들어섰다.

지금은 소제동 동관사촌만 남아있다. 남관사촌과 북관사촌은 거의 흔적이 없다. 한국전쟁시기 폭격을 받아 대부분 파괴됐다. 동관사촌만 폭격을 피해 원래 모습이 잘 남아있다. 동관사촌은 당시 소제호를 메워 생겨난 곳으로 일본침략시기 잔재로 보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관사16호의 내부를 보면 근대시기 한국의 주거양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전통 생활습관과 맞추는 과정에서 화장실 위치가 실외로 나가기도하고 온돌이 접목된 방을 볼 수 있다. 한국식 벽장구조와 거실과 연결되는 평면 구성의 변화 등 오늘날 주거공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근대문화 유산 관사촌을 통해 대전의 역사 흐름과 상황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시계획에 의해 관사 일부가 철거되며 지금은 30여채가 남아있다. 더욱이 관사촌 일부가 삼성 4구역 재개발 사업에 포함돼 철거될 예정이다. '소제동 관사촌 살리기 운동본부'를 비롯한 주민 일부와 상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시의회에서도 전국의 주요 도시들이 근대문화 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 활성화 사업에 나서는데 비해 대전시는 근대문화 유산 보존과 활용에 매우 소극적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전시는 일부 관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내 놓은 상태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10년전 대전에 오면서 근대건축물을 돌와봤던 기억을 공유했다. 그는 "지인의 추천으로 옛 충남도청, 문화공간 산호여인숙, 대전역 동광장,  관사촌까지 보게됐다. 대전을 알게되는 계기가 돼 무척 좋았다"면서 "대전역을 이용할때마다 그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된다.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은 대전시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섭 한남대 총장과 최병욱 한밭대 총장은 학생들이 참여해 문제를 찾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광섭 총장은 "한남대 인근에 선교사촌이 대전시 문화제로 등록돼 있다. 한남대 인근 재생사업 과제를 진행 중인데 학생들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인다"면서 "기존 도시를 유지하면서 함께하는 아이디어들이 기상천외하다. 한밭대 학생들과 같이 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이 총장은 "학교내에 대전학 과목을 개설했다. 독일에는 골목마다 역사를 지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우리는 잘 모른다며 대전학 책을 쓰신 분이 강의를 맡고 있다"면서 "유학생들에게 이 강의를 꼭 듣게한다. 대전을 알고 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최병욱 총장은 "대전역을 이용하면서 소제동을 보게되는데 언젠가 개발되겠지 생각해 왔다. 어느날 보니 멋집들이 하나둘 생기더라. 관심이 갔다"면서 "서울 몇몇 곳이 개발되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주민들이 떠나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런데 소제동은 관사촌이 있고 거기에 문화예술이 접목되고 있다. 철도문화와 대전의 근대문화 역사를 접목해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이환 총장은 대전은 근대 이후 형성된 도시라고 보았다. 그는 "전주, 청주 등 여러 도시를 가보면 근대이전부터 형성된 역사가 담겨있는데 대전의 역사는 근대시점부터로 인식된다"면서 "때문에 대전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근대시점부터의 역사 이미지를 부각하는게 중요하다. 교통의 요지 대전의 가치를 잘 알리면 좋겠다. 이런 역사들이 유지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현대 문명에 감탄하지 않는다. 역사, 문화에 감흥이 일어난다. 도심의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아파트만 들어선다면 다음세대는 아파트만 알고 자라게 된다"면서 "기성세대들이 다음세대를 위해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사마을주식회사에 의하면 재개발로 사라질 관사는 20여채에 이른다. 관사촌 자체가 유명무실해 질수 있다. 관사마을주식회사는 소제동에 복합문화예술행사를 주도하고 있으며, 지역주민들로 결성된 관사촌살리기운동본부와 같이 근대문화 유산 관사촌 보전을 대전시에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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