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고 후회없이 노력했습니다. 몸은 가지만 마음은..." 황해웅(64) 한국기계연구원장이 지난 6년 동안 연구원 수장 생활을 접으며 밝힌 퇴임의 변이다.

IMF 금융위기로 출연연 구조조정 등 한창 어려움을 겪던 지난 98년 취임한 그는 2001년 연임에 성공하면서 올해까지 6년 동안 기계연구원장직을 수행해 왔다. 황 원장이 임기를 맡은 기간동안 기계연과 대덕연구단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금년 연구원 상반기 결산 결과 재무구조가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연구진척도 역시 과거보다 확실히 앞서갑니다." 이러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 황 원장은 연구원 경영개선에 전력투구해 왔다.

기관 경영에 있어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온 황 원장은 특유의 친화력 있는 리더십으로 연구원들이 알아서 연구하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노력보다도 연구원과 직원들의 고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공을 후배들한테 돌린다.

또 황 원장은 해외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직접 해외 현지를 돌아다니면서 인재 영입을 적극 추진했다. 우수한 인재가 우수한 기관을 만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황 원장은 지역의 대소사에 약방 감초격 으로 참가하는 등 지역밀착 경영을 해왔다.

대덕밸리의 가능성을 알고 지난 2002년 말부터 대덕밸리벤처연합회 고문을 맡아오며 지역 벤처기업과 과학자 네트워크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01년 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대덕연구단지 기관장들의 모임인 기관장협의회 회장을 맡는 동안에도 겸손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기관장들간 친목에 기여했다는 평이다.

이어 황 원장은 '원장 3선 연임 생각은 없었느냐'라는 질문에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용퇴라기보다 후배들에 대한 예의를 지킨 것 뿐"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퇴임 이후의 소박한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우선 그는 "지난 6년 동안 기관경영을 하면서 벌인 일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원 경영의 중요한 시점마다 선택한 길을 '왜 그렇게 선택했나'를 분석해 잘못된 것과 잘한 것에 대한 성과평가 자료를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일종의 연구원 경영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달하려는 셈이다.

또 황 원장은 정형화된 연구 프로젝트 성공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정형화된 모델을 따라가게 되면 낭비를 막고 실패가능성도 훨씬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성공한 연구성과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지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대덕은 정신적 고향입니다. 이곳에서 20년 생활을 하며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황 원장은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던 것은 정부와 국민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연구원을 떠나더라도 기계연구원의 발전과 과학기술계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황 원장은 오는 30일 퇴임식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