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에 대덕밸리의원(지방의원)은 없다. 18일 대덕밸리 사상 첫 대규모 투어를 실시한 국회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을 보면서 저절로 나온 한숨이다. 최근 대덕밸리에 대한 관심이 나라 안팎, 각계에서 증폭되고 있지만 대덕밸리와 가장 관련이 깊은 조직중 하나인 대전시의회는 오히려 강건너 불구경 하는 듯하다.

불과 3-4년만에 7백여개의 벤처기업이 들어선 대덕밸리. 그리고 불과 몇 년사이에 1만여명의 고용인원을 창출한 대덕밸리다. 몇 년후에는 1천개 이상의 기업에 수만 명의 고용이 예약되어 있는데도 지방의원들에게는 딴나라 이야기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대덕밸리 선포식을 가진 이후 대덕밸리에는 국내외 인사들의 방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원광대학교 학생과 교수들이 한꺼번에 대덕밸리를 찾는가 하면 기업인, 벤처캐피털, 주부, 과학자들의 대덕행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싱가포르, 대만, 중국, 러시아 등 외국인들도 합세했다. 하지만 대덕밸리에 지방의원들이 투어 했다는 소식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대덕밸리를 폄하하기 일쑤다. 쥐꼬리 같지만 대덕밸리에 대한 예산이 서면 자치단체장의 치적사업이라고 몰아붙여 가차없이 삭감한다.

올 초 책정된 10억원 안팎의 대덕 밸리 예산이 예산 남용이라는 이유로 삭감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대덕밸리를 찾은 국회의원들은 모두 9명. 참석자들은 최근 새로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으로 선임된 김형오 위원장을 비롯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골고루 포진했다.

이들 방문단은 기업인들과 기관장을 만나면서 꼼꼼히 메모하며 대덕밸리에 대해 공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80밀리미터가 넘는 장대비와 후덥지근한 날씨에도 강행된 투어에서 참석한 의원들은 대덕밸리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벌이는 등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교의) 석사 졸업생 1백58명 가운데 벤처기업에는 몇 명이나 취업하고 주로 어디로 취업을 하나요."(허운나의원)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원들 사이 PBS제도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ETRI는 어떻습니까."(원희룡의원)

이날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대덕밸리의 문제점을 찾아내 해결해주겠다는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물론 지방의원들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대덕밸리는 굴러가게 되어 있다. 대덕밸리는 이제 대전만의 대덕밸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덕밸리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관심이 사라질 때 대덕밸리 주민들의 지방의원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대덕넷 구남평기자>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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