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고 법석 떠는데 옆에서 보면 우습다.위기라고 수선 피우는게 위기이다." "기업가는 사회를 변혁하는 선봉자이자 혁명가이다." "중국/ 인도의 대시를 보라.무섭다."

"벤처가 서식할수 있는 IT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한국 벤처는 버전 0.9로 출시 이전의 수준이다." "비행기 납치범과 대학 정교수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는가.비행기 납치범은 협상이 가능하지만 정교수는 협상이 안된다.현장에 강한 전문가를 기르지 못하는 것은 한국의 불행이다."

성공한 재미교포로 손꼽히는 이종문 회장이 5일 세계 한민족 기업가 연합에서 행한 강의 내용이다. 이 회장은 7순 나이에도 불구하고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기업가들에게 때로는 신랄한 비판을,때로는 호소를 하며 네트워킹을 강조했다.

예정시간을 배나 넘겨 1백분동안 진행된 이날 이 회장의 강연에 대해 많은 기업가들은 공감을 표했고,불투명한 앞길을 헤쳐나가는 용기를 얻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의 강연 초록을 싣는다.

"한국 벤처의 현실을 보면 답답하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문 인력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고 그나마 있는 사람을 올바르게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를 보면 무섭다. 중국의 권력순위 1위에서 5위까지는 모두가 테크노크라트이다. 기술이 국가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다. 인도는 더하다. 현재 인도에서 배출하는 IT전문가는 매년 20만명이다. 2005년에는 40만명으로 늘어난다. 앞으로의 정보통신은 결국 소트프웨어에 의해 좌우된다.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의 부속물이다. 일본이 가전제품에서는 최고이다. 하지만 일본은 1억2천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전문가도 줄고, 결국 숫적으로 인도와 중국에 밀리게 돼있다. 흔히 중국과 인도를 보며 범하는 오류의 하나는 문맹률이나 하층민들을 보고 그들을 전체인양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중국/인도를 볼때는 상위 10%만을 보아야 한다. 우리는 답답하다. 전문가도 없지만 국가 단위에서 정보산업을 키위기 위한 마스터 플랜과 액션 플랜이 있는가. 위기라고 소란을 피우는데 옆에서 보면 우습다. 한국의 냄비 기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내 사업하면서 30분 동안 4가지 절체절명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겪었다. 1988년10월21일의 일이다.오후2시30분 테스터 부서에서 인건비를 안올려주면 나가겠다는 말을 들었다. 2시40분 물건을 납품한 IBM으로부터 반품 통보가 왔다.2시 50분 중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경쟁업체로 옮기겠다고 통보했다.2시57분 8천6백 달러를 3시까지 막지 못하면 부도라는 은행의 연락이 왔다. 불과 30분동안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경영자는 여기서 좌절하면 안된다. 우선 은행 부도를 막는게 중요하므로 은행으로 달려갔다. 폐점을 앞두고 정문은 닫혀서 뒷문으로 들어가 다짜고짜 지점장을 찾았다. 돈 받을 거래처에 전화해 돈을 나한테 보내지 말고 은행 계좌로 보내달라고 말한뒤 지점장을 바꿔주었다. 지점장이 거래처의 전화 번호를 묻더니 끊고 다시 전화를 걸어 확인한뒤 "은행 생활 23년 동안 당신 같은 사람 처음"이라고 말하더라. 살기위해서는 끝까지 대책을 찾아야 한다. 잘안된다고 정부비방하지만 대개 잘못을 스스로에게 있다.

이런 일을 겪으며 경영자가 받는 보수는 노동의 보수가 아니라 공포의 보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벤처 위기론이라고 말하는데 살다보면, 경영을 하다보면 항상 위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맑은 날을 바란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1년 3백65일 맑은 날이 계속되면 어떻게 되는가. 사막이 된다. 눈도 오고, 비도 오고, 태풍도 불어야 자연도, 인간도 살아갈수 있다. 경영이 항상 순풍에 돛단듯 가는 것은 있을수 없다. 오히려 어려움이나 고통받는 것은 정상적 경제의 일부이다. 진정한 경영자는 그 리듬을 타면 된다. 벤처라는 말자체가 리스크를 뜻한다. 1985년 완전히 쪽박을 차고 맥도널드 햄버거 집에 가서 감자튀김만으로 배를 채운 적이 있다. 사흘 동안 내리 라면만 먹기도 했다. 알거지가 돼서 모든 수모를 받아도 좋으니 회사를 살려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고, 죽는 방법과 시간을 정한뒤 장소만 선택하면 된적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 결심한 것은 내가 가진 화력과 정력을 모두 쏟아붇고 장렬한 최후를 맞자는 것이었다. 성경에 보면 죽은뒤에 지옥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살아서 지옥을 갔다왔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서는 지옥에서 도망쳐온 사나이라고 제목을 뽑은 적도 있다. 이 각오로 하니 사업은 최악은 벗어났다. 위기라고들 말하지만 아니다. 사업에서의 어려움은 항상 있는 일이다. 위축되지 말고 냉철하게 현실을 판단해라. 기업가는 사회를 개혁하는 선봉자이자 혁명가이다. 앞으로의 가장 강력한 매체는 인터넷이다. 이를 통해 정보가 자유 유통되면서 권력자들의 정보 독점과 통제는 이제 더이상 소용이 없게됐다. 인터넷은 비지니스의 산물이고 매개체이다. 이처럼 사업가들은 사회/경제/정치를 바꾸는 혁명가적인 일을 한다. 이 점을 알아두기 바란다. 실리콘 밸리 벤처 펀드를 만들었지만 아직 한국에는 투자하지 않고 있다. 현 정권 초기에 김대중 대통령한테 한 이야기가 있다. 정부로부터 어떤 특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 재임기간중에는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이 원칙은 지킬 계획이다. 한국 대학에 대한 기부도 아직 여건이 되지 않는 만큼 나중에 하겠다. 한국에 IT관련 전문 인력이 부족한게 아쉽고 칼자루를 쥔 정부가 현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게 가장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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