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단상]대덕밸리 연구소 및 기업 교류 활성화 '가속'

대덕이 느리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덕R&D특구 설치 등과 관련해 긍정적인 조짐으로 주위에서는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주 대덕밸리에서는 많은 행사가 열렸다. 대덕밸리 4주년 기념 주간 및 과학기술 부총리 출범 축하 행사 등등. 다나카 고이치 일 노벨상 수상자도 대덕을 찾았다.

일련의 행사에서 주목할 만한 내용의 하나는 그동안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여겨졌던 연구소와 벤처기업이 벽을 낮춘 것. 각종 행사에 서로 참여하며 명실상부하게 한 솥 밥 식구가 되기 위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혔다.

지난 20일 열린 소재/화학 클러스터 국제 회의에는 기업과 함께 화학연에서 대거 참여했다. 최길영 화학연 선임연구부장은 “지역의 화학 관련 기업들의 발전에 연구소가 앞장서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이 모임을 계기로 화학연과 기업은 구체적인 교류 방안들을 마련할 계획이다. 다음날 특허를 주제로 열린 ‘대덕ES포럼’에서는 기업 관계자 보다 과학자들이 더 많이 참여했다. 이들은 특히 수준 높은 질의를 많이해 이날 강사로 나온 수그레 마이온의 존 캘러한/ 이선희 변리사로부터 “역시 대덕은 다르다”는 말이 나오게 했다.

하지만 모든 행사에서 연구소와 기업이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지난 19일 열린 전략산업 혁신클러스터 구축방안 심포지엄. 대덕밸리가 가진 연구소와 기업의 첨단 기술을 활용해 지역은 물론 한국의 먹거리를 마련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자리이다.

이 자리에서는 한밭대 한남대 충남대 등 지역의 3개 대학교수들이 연합해 지역의 IT BT NT 등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안으로서 클러스터 방식을 제안했다. 그동안 많은 지역 산업과 관련된 연구가 있었지만 대개 외국의 모델에 한국의 현황을 끼어맞추는 식이었는데, 이날은 지역의 현황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한결 구체성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 클러스터의 주축 가운데 하나가 빠진 아쉬운 자리였다. 연구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것. 한 참석자는 “대덕밸리의 주류는 무엇이라해도 연구원”이라며 “연구원들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좀 더 정확한 이해를 해야 진정한 클러스터 형성이 가능할 것인 만큼 이들의 참가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강남훈 산자부 지역산업진흥과장은 “연구소와 산업이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다”며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산업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야한다는 주장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구소는 참석했는데, 기업이 안나온 반대의 사례도 있다.

유비쿼터스와 관련돼 22일 열린 간담회에는 ETRI를 비롯해 KISTI와 표준과학연구원 등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참가했으나 정작 실수요자로 볼 수 있는 기업들은 볼 수 없었다. 이 자리의 한 참석자는 “먹거리가 있어야 덤빌 수 있는 기업들의 처지를 이해한다”며 “그럼에도 지역의 자원을 활용하는 지혜도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24일 열린 과학부총리 출범 기념 단축 마라톤 대회는 연구원과 기업, 대학, 지역민 등 대덕밸리인들이 하나가 된 축제였다. 이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뛰며 서로를 격려했고,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완주했다. 연구는, 사업은, 인생은 모두 장거리 레이스이다.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것과 안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무리 연습을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어도 패자이다. 남보다 스스로가 먼저 인정하고, 패배를 가슴에 안고 살아간다. 절뚝 거렸고, 너무 힘들어서 걷기도 했지만 지친 몸을 이끌고 골인 지점을 통과하면 승자이다.

고난은 씻은 듯 사라지고, 새로운 도전의 기운이 샘솟는다. 대덕밸리가 한국의 과학기술 중심에서 이제는 기초 및 산업기술의 중심지로 업그레이드 돼야한다. 그 결과치를 내놓아야 대덕밸리는 존재 이유가 있고 더 발전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내기위해 과학계와 기업들은 뭉쳐야한다. 더 자주 교류하고, 공동의 관심 영역을 바탕으로 윈-윈 게임을 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교류 움직임은 과거에 비해 볼 때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대덕밸리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할 때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