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함신익씨 태풍의 눈...29일 연주회 주목

대전시향이 변하고 있다. 시민과의 거리를 좁히며 클래식을 감상의 대상에서 친구로 만들고 있다. 지난 5월30일 엑스포 아트홀.자연과 음악이라는 주제의 가족음악회가 열렸다.

조지 거쉬윈의 그랜드캐니언 조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갑자기 림스키 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린다. 왕벌에 쫓기다 지쳐 잠을 자자 부드러운 멘델스존의 한 여름밤의 꿈이 들려온다. 지휘자와 연주자는 음악을 단순히 들려주는게 아니라 서로 대화와 몸짓을 주고 받으며 관중을 음악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인다.

특히 어른 보다도 아이들이 마치 친구와 노는듯 음악에 빨려들어가며 플룻 소리 하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이같은 일은 이에앞서 5월25일에도 있었고 앞으로 7월7일과 8월10일에도 있을 예정이다.

다음달 7일에는 오케스트라 게임이라고 하여 악기들의 올림픽을 연다.가장 긴 음을 내는 악기,고음을 내는 악기,저음을 내는 악기 등 악기들의 특색을 한 눈에 알수 있다. 8월10일에는 댄스, 댄스, 댄스라는 주제로 클래식 음악에 맞춰 연주자, 지휘자, 관객이 하나되어 춤추는 춤판이 벌어진다.

국내에서는 사상 첫 시도인 실험무대. 이같은 변화의 한가운데에 독특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지휘자 함신익. 그의 이름은 아직 대전 사람들에게는 낯설지만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신예로 이미 귀에 익었다.

흔히 신예하면 20대나 30대초의 인물이지만 그의 나이는 40대중반. 늙은 오빠인 셈이다. 그는 대전에 혁명을 일으키려 왔다. 서울 위주의 문화 풍토에 반역을 일으켜 대전이 한국 문화는 물론 아시아,세계의 중심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왔다.

살아온 역정 자체가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는 벤처인들의 삶과 똑같다. 혹자는 한국 벤처의 중심인 대덕밸리에 음악 벤처인이 등장해 대덕밸리가 한층 역동성을 띄게 됐다며 양자의 만남을 찰떡 궁합이라고도 이야기한다. 그에 대해서는 대전의 언론은 그다지 다루고 있지 않지만 서울에서는 관심을 갖고 있다.(<<중앙일보 기사참조>>)

이런 그가 29일 또다시 일을 낸다. 29일 대전 시향 정기연주회에 세계적인 마림바의 거장을 불러와 시민들에게 신비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것. 이날 솔리스트로 나오는 로버트 반 사이스는 함신익씨의 예일대 음대 동료. 유럽, 미국,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클래식 음악가들의 꿈의 무대인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에서 솔로 독주회를 갖기도 했다.

2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음악 공연을 갖기도 했다.서울에서도 모시기 어려운 사이스가 대전에 오는 것은 순전히 함신익씨 개인과의 친분 때문. 뛰어난 한 사람의 혁명아가 있어 주변 사람들은 단순히 박수를 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음악을 아는 대전 일부의 사람들은 벌써 그의 동지가 돼 혁명에 가담하고 있다.때로는 정규군으로, 때로는 게릴라로 함신익의 활동을 지원해준다. 음악회의 관객이 지난해만해도 5백여명이 오면 성황을 이룬 것이었으나 이제는 1천5백명 정원의 객석에 2천4백명이 올 정도이다.

시향이 대전시의 시향이 아니라 대전시민의 시향이 돼야한다며 정기 회원을 늘리기 위해 회원 가입 팜플렛을 개인적으로 갖고 주위에 권하는 사람들도 있다. 29일 오후 7시30분 엑스포 아트홀에서는 대전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느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함신익을 지켜본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29일 대전시향 정기 연주회 연주곡 번스타인: 캔디드 서곡 케이코 아베:道 호바네스:일본 목판화의 환상 쇼스타코비치:교향곡 제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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