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향 대덕밸리 투어...살기좋은 동네 만들기에 의기투합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과학과 예술이 만났다. 처음에 서먹서먹해 하던 둘은 곧 한 지역에 산다는 것에 공감하고, 서로 나눌 다른 것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곧 의기투합했다.

이질적인 과학과 예술의 힘을 합쳐 대덕밸리를 국내에서 가장 살기좋은 동네를 만들겠다고. "미국에서 인공위성을 조립할 때였습니다. 기술을 안가르쳐 주더군요.우리 과학자들이 꼭 인공위성을 국산화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며 당시로서는 가장 큰 가로 3m,세로 2m의 태극기를 샀습니다.애국심이 저절로 생기더군요.저기 걸린 대형 태극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4일 항공우주연구소내 우주시험동.아리랑 2호가 조립되고 있는 현장이다.제작 총책임을 맡은 이주진 단장이 기술 이전 과정의 에피소드와 2호가 완성되면 세계 5위의 기술력을 갖추게 된다고 설명하자 가벼운 탄성과 함께 큰 박수소리가 쏟아진다.

이날 항우연에 온 특별 손님은 다름 아닌 대전시향 단원들. 70여명의 단원 전원이 오전부터 열린 대덕밸리 투어에 참석했다. 대전시향이 고객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고 수준높은 음악을 서비스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간 것이다.

참고로 현재 대전 시향 정기회원 2백50여명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대덕밸리인들이다. 단원들은 세계적인 실력을 자랑하는 전자통신연구원에 이어 항공우주연구원, 대덕벤처 협동화 단지, 한밭벤처파크, 대덕 아고라 등을 둘러보며 대덕밸리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땡볕에 다소 귀찮은 듯한 반응을 보이던 단원도 일부 있었지만 다들 시간이 가면서 대덕밸리가 가진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특히 ETRI의 첨단 통신기기와 항우연의 인공위성과 같은 첨단기술을 보고 대덕밸리를 새롭게 느낀듯 호기심을 보였다.

연구소에서 나온 기술들을 바탕으로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모인 대덕벤처 협동화 단지와 한밭벤처파크를 보고는 대전에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기업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며 대덕밸리에 사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학자와 벤처인들도 대전 시향 단원들을 '접대'하며 상호 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진 항우연 우주사업단장은 "우주를 연구하면 결국 창조와 예술로 연계된다"며 "예술하는 분들의 연구원 방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송규섭 에이팩 사장은 "서울 인력을 스카우트하려고 할때 꼭 트집잡는게 대전에는 별다른 문화가 없다는 것"이라며 "대전 시향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돼 서울 사람은 물론 세계적 인재를 이곳으로 끌어오는 견인차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5시간에 걸친 대덕밸리 투어를 마치고 대전 시향 단원들은 "가기전 별볼게 있을까하고 생각했던 대덕밸리가 우리의 보물임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더 좋은 연주를 통해 대덕밸리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대전시향 단원들의 대덕밸리 투어를 후원한 한밭벤처파크의 백종태(CIJ대표) 회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카라얀의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녹음한 도이치 그라모폰의 CD를 사왔다"며 "앞으로는 대전 시향이 세계적 연주단체가 돼 대전에서 제작한 CD를 해외 바이어에 자랑스럽게 내놓을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 시향은 이번 대덕밸리 투어를 계기로 연구소 순회 음악회 개최와 대덕밸리인들에게 대전시향의 변화와 비전을 설명할 마케팅 음악회를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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