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 확보

창립 3년된 벤처기업이 골리앗 첨단의료기기 업체 에 도전장을 던지고 나섰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생산하는 카이(CHI 사장 장용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MRI는 자기공명으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단층 촬영한 뒤 이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시켜 컴퓨터 모니터로 신체의 이상 상태를 손바닥 들여다 보듯 체크할 수 있는 장치. 대당 가격이 15억원을 넘지만 정확도가 높아 정밀검사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 의료기기로 꼽히고 있다.

카이에서 MRI를 개발하면서 직원들이 자신도 모르는 축농증을 발견, 뒤늦게 병원을 찾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현재 GE, 지멘스 등이 연간 6백억원 규모인 국내 첨단의료기기 시장의 80%이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RI 분야에서만큼은 안방시장을 내줄 수 없습니다." 張사장은 현재 국내 MRI시장은 연간 1백2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의료보험 적용대상이 되는 2002년부터는 연간 40%이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거대기업들과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카이의 가장 큰 무기는 품질은 손색이 없으면서도 외산에 비해 20~30% 저렴한 공급가. 지난해 말 벌써 1.5T(텔사)급의 전신MRI 3대는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다.

카이의 경쟁력은 MRI의 두뇌라 할 수 있는 스펙트로미터(Spectrometer)를 생산할 수 있는 자체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96년부터 과학기술원 의료영상연구센터에서 MRI 상용화 국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장사장, 김경한박사 등이 주축이 된 15명의 연구인력이 5년간의 연구 끝에 얻은 결과다.

최근에는 MRI의 품질을 결정하는 촬영기법(Pulse Sequence)과 운영소프트웨어도 자체기술로 해결했다. "세계에서도 MRI를 조립생산하는 업체는 많지만 자체적으로 두뇌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GE, 지멘스, 필립스 등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러한 핵심기술 덕분에 카이는 일찌감치 아시아 시장을 겨냥했고, 지난해 이미 중국의 민딧(minit) 사에 올해부터 3년간 스펙트로미터 1천2백만 달러어치 수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기술력에서 자신이 있다는 張사장은 MRI 생산업체는 두뇌부분에 해당하는 스펙트로미터는 한번 사용하게 되면 쉽게 바꿀 수 없는만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GE, 지멘스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고 있다.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상품들도 개발을 이미 끝내놓고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張사장은 "초기에는 자본력과 마케팅력에서 열세인만큼 GE 등 골리앗이 진출하지 않은 미니 MRI와 MRI 리모델링 등 틈새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미국 지사도 지난 99년에 이미 설립을 끝마쳤다. 팔꿈치, 무릎, 어깨 등 신체의 일부를 단층 촬영할 수 있는 하는 초소형 MRI의 시장규모는 연간 2억달러 정도. 아직까지 뚜렷한 경쟁자가 없으면서도 정형외과· 스포츠 메디칼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는만큼 착실히 기반을 다져 가자는 것이다.

중고 MRI의 자석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을 리모델링하는 상품도 준비하고 있다. "MRI의 수명은 5년 정도인데 스펙트로미터, 증폭기, 에어컨 등의 부품들만 바꾸면 절반정도의 가격에 새 것처럼 재활용할 수 있는만큼 충분히 시장성이 있습니다"

카이는 리모델링 시장규모는 향후 2~3년내에 세계적으로 20억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시장 진입을 준비중이다. 張사장은 스스로를 국내 벤처붐의 최대 수혜자라고 말한다. 과기원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독립한만큼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46억원의 자본금을 손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전신MRI, 미니MRI 등 해외의 골리앗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개발도 끝마친 상태다. 그러나 GE ·지멘스·필립스 등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보한 기업들과 경쟁해야하는 상황에서 카이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높다.

"총 50억 달러 규모의 MRI시장에서 GE, 지멘스 등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지난해까지 상품개발 등에 투자한 준비기간이었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전쟁터에 나가야 할 때입니다." 張사장은 올해를 세계무대에서 카이의 성장가능성을 가늠하는 첫해로 보고 있다.

<헬로우디디 유상연 기자 ehow@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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