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요즘 큰 기술이 안나오는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내에서 성공한 한국인 가운데 한 사람인 마이클 양 넷지오닷컴 사장의 말입니다.

기술은 돈주고 사오면 되는 것이기는 하나 이는 돈 있는 사람한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돈도 없는 형편에는 그나마 팔 기술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최근 돈 될 기술이 안 보인다는 것이죠.

실리콘밸리는 20세기형 산업혁명의 결과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발전사를 보면 몇 개의 큰 트렌드가 있었습니다. 195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실리콘밸리에는 크게 4단계의 변화와 혁신이 이어졌습니다.

첫째는 2차대전과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 국방기술입니다.HP와 배리안 어소시에이트 등 전자 제품 회사들은 전쟁특수를 통해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1959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진 집적회로(IC)의 개발입니다.1959년에 발명된 IC는 60년대,70년대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쇼클리 반도체의 출발과 함께 페어차일드, 인텔, AMD, 내쇼날 세미콘덕터 등 최소 30개 이상의 반도체 업체가 1960년대 실리콘밸리에서 출발했습니다. 실리콘밸리란 이름이 붙여진 것도 이즈음이었습니다.

세번째는 개인 컴퓨터 시대의 개막이었습니다. Homebrew Computer Club를 통해 Apple을 비롯해 20개 이상의 기업이 탄생했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이때 설립됐습니다. 최근의 특기할 것은 인터넷입니다.90년대초 냉전 종식과 더불어 실리콘밸리는 침체에 빠졌습니다. 그때까지 실리콘밸리의 큰 물주이던 국방산업이 쇠퇴하면서 반도체와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줄기차게 성장을 계속하던 실리콘밸리의 명성이 사라지는가 하는 위기감이 감돌기도 했죠. 그러나 이를 보기 좋게 역전시킨 것이 인터넷입니다.

월드와이드웹을 통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기술은 실리콘밸리를 거꾸로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같은 닷컴이라도 실리콘밸리와 뉴욕 실리콘앨리의 기업은 근본이 다른 것으로 이야기됩니다.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은 YAHOO나 e-Bay는 단순한 닷컴이 아닙니다. 스탠포드 출신 공학도들의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뒷받침된 기술 닷컴들입니다.

일례로 Yahoo는 지난해 초 해커들의 집중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됐을 때 이를 두시간 만에 복구했습니다. 단순 닷컴이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죠. 반면 나스닥 상장과 동시에 로켓처럼 주가가 올라 한때 시가총액이 77억달러에까지 이르렀던 뉴욕의 The Globe는 이제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기술력이 없는 양복쟁이들이 머리속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애플의 설립자인 스티브 잡스와 같은 전설적 인물이 옆에서 활동하고, 야후의 제리양이나 데이빗 파일로 같은 걸물이 밤늦게까지 일하며 프로그램을 짜는 실리콘밸리는 생명력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을, 기술벤처의 중심인 대덕밸리를 보면 뭔가 답답한 마음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해외 유명 연구소 하나 없이 한국사람들만 모여 내가 한국 최고라고 말하는 연구단지와 대단치도 않는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고 쉬쉬하는 벤처기업들은 과연 이 지역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열린 마음과 같이 살아야한다는 생각으로 가진 정보를 내놓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대덕넷 이석봉 대표>factfind@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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