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모델 만들려면 실리콘밸리 네트워크와 손잡아라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21세기 산업혁명에서 한국의 설자리는 있는가. 열흘에 걸친 실리콘밸리 기행과 투자유치 설명회를 통해 얻은 결론은 '없다'이다.

몸으로 부딪힌 실리콘밸리의 벽은 한국에서 보고 들은 것과는 달리 높고 두터웠다. 1백년전 깡촌에 불과했던 실리콘 밸리가 오늘날 세계 경제를 호령하고 있는 것은 기술력이 우수하기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탈, 법률회사, 컨설팅사, 투자은행 등등의 철저한 분업시스템이 뒷받침됐다.

탄탄한 뿌리를 바탕으로 현재는 정보통신업으로 세계경제를 리드하고 있으나 앞으로 바이오,환경산업,문화산업 등에서도 주역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덕밸리는 실리콘밸리와 연계를 가져야한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실리콘밸리의 한축으로 세계경제와 연계되지 못하는한 대덕밸리의 장래는 없다고해도 무리는 아니다.

실리콘밸리와의 연계를 통한 지역성장전략의 좋은 사례는 대만의 신주,인도의 방갈로르,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등이다. 실리콘밸리와의 차별성있는 분업관계를 갖고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대만은 비메모리 반도체,인도는 소프트웨어, 이스라엘은 R&D분야에서 특화돼있다. 이들이 실리콘밸리와 수평적/수직적 분업관계를 갖게된 밑바탕은 실리콘밸리내 중국/인도인 네트워크이다.실리콘밸리에서 활동하는 중국/인도인들이 잦은 모임을 갖고 정보를 교환하며 이들은 밸리에서 자기위치를 차지할수 있었다. 현재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2분의 1에 가까우며 넘으며 이중 과반수가 중국/인도인이다. 한국의 점유율은 1990년 센서스에 따르면 3%에 불과한 현실이다.

네트워크를 통해 밸리에 뿌리를 내린 중국/인도인들은 비교우위를 찾아 고국으로 돌아갔다. 대만은 신주단지에서 비메모리칩의 장비개발 및 생산을,인도 방갈로르는 소프트웨어를,이스라엘 예루살렘은 R&D를. 실리콘밸리에서 보다 싼 비용이지만 효율적으로 생산을 해주는 만큼 양 지역의 경제는 튼튼한 성장을 이룰수 있었다. 아시아 경제 위기속에서도 대만/중국/인도가 탄탄한 성장을 했던 비결이다.

한국의 현실을 어떠한가. 밸리내에 한국계 네트워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계로 성공한 기업인도 차츰 나오고 있다. HP, 시스코, 인텔 등에 세계적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도 꽤 있다. 벤처기업인도 적지 않다. i-PARK와 같은 근거지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들을 하나로 묶을 네트워크가 없다보니 많은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하며 맨땅에 헤딩하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내 한국계 네트워크의 형성과 함께 한국내에 있는 실리콘밸리 경험자들의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하다. 이들이 가진 정보와 인맥을 공유해 우수 기술벤처를 실리콘밸리로 진입시켜야 한다.

선택과 집중전략에 따라 네트워크의 협업에 의한 성공모델이 될 기업은 기술력이 우수하면서도 지역적 파급력이 고려돼야한다. 한국 최고의 인재가 있고 기술벤처들이 집적된 대덕밸리내 기업이 일차적 대상이 돼야한다. 하지만 시간은 많지 않다.기껏해야 앞으로 2~3년이다. 벤처기업들이 창업하며 밤을 새며 연구개발한 끝에 최근 팔릴 물건이 나오고 있다. 피와 땀이 배인 이 제품들을 세계로 팔아 성공적으로 세계 시장에 진입하고 번 돈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한국의 벤처로서는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만약 2~3년내에 선순환의 흐름을 타지 못하면 밑천이 많지 않은 한국 벤처와 한국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질수 있다. 한국경제가 살고,한민족이 21세기에 세계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있는 벤처기업들이 세계를 누벼야한다. 이를 위해 실리콘밸리내 한국계 네트워크의 형성과 한국내 실리콘밸리내 네트워크, 그리고 대덕밸리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밤을 새면서라도 뛰어야한다.그렇지 않는한 한국이 21세기 실리콘밸리발 산업혁명에서 설 자리는 없다.

<대덕넷= 이석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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