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스터디 그룹 첫째날...대덕밸리만의 문화를 만들자

"실리콘밸리는 문화입니다. 하룻밤 술값 2백만원은 아깝지 않고 한달 컨설팅비 50만원이 아까운 게 한국기업의 현실입니다." 실리콘밸리 따라잡기 첫연구 모임에서 난상토론 끝에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실리콘밸리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온다고 해서 대덕밸리가 똑같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문화를 옮겨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실리콘밸리의 장점을 정보의 개방성이라고 하지만 부러워하지만 정작 바로 옆에 있는 기업이 어떤 기술이 있는지, 어떠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지 조사하지도 않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홀로 연구만 하는 풍토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재미있게 표현하는 말 중에 3 OK가 있다. 실력있는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경영자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내용들이다. 대덕밸리라면 문제가 돼도 한참 되는 일이다. 회사의 기밀을 경쟁회사에 말해도 OK, 경쟁사로 회사를 옮겨도 OK, 실패를 해도 OK 라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기밀이 흘러나가는 것같지만 결국 기술, 상품 정보가 유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Speed와 역할분담, 공생 이라는 개념이 나오는 것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품을 먼저 내놓는 스피드가 필요한데, 정보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으면 자기가 가장 강한 분야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는 7명이 주자들이 발표했다.

세미나 내용은 차후 별도 게재키로 하고 발표후 벌어진 난상토론 현장을 중계한다.

박중무: 실리콘밸리 문화는 기업하기 편리하게 되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실패한 기업가도 쉽게 재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기업의 파산법이다. 이러한 문화는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정책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설사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정지되더라도 집-회사간 출퇴근을 위한 운전은 가능하도록 해준다. 법이 매우 현실적이고 유연한 것이다.

박선원: 미국생활을 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기업이 파산한 경우에도 기업가들은 자동차와 집은 보장된다는 점이었다. all or nothing인 우리문화와는 차이가 있더라. 우리도 이런 모임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잘못된 점은 고쳐지도록 지자체와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이세훈: 법과 같은 제도적인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리더쉽이 중요하다. 90년대부터 정보혁명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미국 인터넷 산업의 성장뒤에는 유연한 사고를 바탕으로한 클린턴의 청바지 리더십이 있었다.

권순학회계사: 실리콘밸리도 경영권 보장 방법이 있을꺼다. 소유개념이 아니라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장치는 분명이 있을꺼다 실리콘밸리의 노하우를 받아들이는 방법을 연구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박중무: 누가 리더쉽을 갖고 있느냐는 실리콘밸리는 문제가 되지 않느다. 결국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의 문제다.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 오더라도 문화와 가치관이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는 것이다. 외양을 볼 때 실리콘밸리와 가장 비슷한 조건을 갖고 있는 곳은 대덕밸리임에 틀림이 없다. 대학, 연구소 등이 있고 자본도 옮겨오고 있다. 실리콘밸리처럼 네트워크도 많다. 각종 동문회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네트워크의 상당부분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네트워크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약하다. 중요한 순간에 케미컬적인 연합이 잘 되지 않는다. 창업지원센터끼리도 네트워크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현상황은 네트워크가 잘 되지 않지만 자꾸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덕넷이 하는 역할에 대해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선원 커뮤니티가 경험자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신기단에 미국투자업체가 방문한 적이 있다. "연구원 혼자서 2년간의 혼신의 노력 끝에 제품을 개발했다"는 말을 듣더니 어이 없어 하더라. 미국 시장이라면 10명을 투입해 개발기간을 단축한다는 것이다.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상품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박중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덕밸리내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임계수준만 넘너가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임채환 결국 성공하는 대기업이 나와야 한다. 세계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하는 큰 회사들이 생기고 이쪽 벤처기업이 큰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결국 역할의 분담, 전문적인 분야에 집중투자하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구도다. 말만 공유를 외쳤지 자기 것을 내놓는(기술 공유) 경우가 없다. 대덕밸리내에 5백개 벤처기업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개발하는 상품은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는 이미 실패라고 검증된 상품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정보의 공유가 필요한 것은 이때문이다. 굴뚝과의 교류도 필요하다. 블루코드는 생산을 아웃소싱 하는데 대부분 부천 등 수도권에다 발주한다. 기업으로서는 공급자가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상식이다. 대덕밸리가 이러한 환경이 되지 않는다면 경쟁이 어렵다. 그리고 연구단지 혹은 벤처기업이라는 좁은 틀에서 대덕밸리만 보지말고 주변의 대화동 공단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 굴뚝기업들도 벤처와 협력할 모델을 찾고 있다.

유성곤 임사장님이 제시한 모델은 어느정도 스테이지에 올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냐. 초창기 창업기업에게는 좀 다른 환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파이낸싱, 컨설팅 등이 지원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구축해나가는 게 필요하다.

심규홍 회사가 비밀이 너무 많다. 상대회사 직원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안된다. 예컨데 프로그램 개발기간 동안 골방에서 개발한다. 실무자들이 경쟁업체 실무자를 자주 만난다면 필요한 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게 훨씬 빠르고 값도 싸다. 실무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문화가 이뤄진다.

박중무 모임의 문화가 중요하다. 예컨데 미국의 경우 아는 사람에게 “만나자”라고 전화를 하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1일 10시 아고라에서 모임이 있는데 그때 나와라”물론 회비는 20불정도다. 부담없이 정보의 흐름이 있는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것이다. 싼값으로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극명하다. 대덕밸리도 이러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김유숙 이 자리에 오기까지 대덕밸리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사실 90년에 미국의 개방적이고 정보공유가 일반화된 시스템으로 덕택에 논문을 빨리 끝냈는데 한국은 아직도 공유가 안되고 있다. 오늘 세미나 자료에서 이종문회장이 쓴“벤처는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전파해야 한다”는 문구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제발 오늘 나온 이야기를 전파해달라.

황범선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하겠다. 일전에 서울대에서 미국의 146개 기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성공한 기업들의 상당수는 디자인팀이 최고 경영자 직속기관이라는 점이 국내기업과 크게 달랐다는 게 결론이더라. 사내부서든, 아웃소싱이든 디자인도 독립된 기술인만큼 존중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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