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낮 12시 대덕밸리 표석앞에서 대규모 집회 ... 올빼미 족 등 다양한 형태의 근무 선보여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합니다. MS 서버를 리눅스 기반으로 아예 교체했어요. 완전히 안 쓸 수는 없지만 MS 소프트웨어는 가능한 수를 줄여나갈 계획입니다. "(KAIST 신기단 입주 벤처기업 사장)

대덕밸리에서 MS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인 단속이 시작되자 MS가 그동안 관행으로 여겨지던 AA계약(협회임대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직접 구매 방식을 강요하는 등 얄팍한 상혼을 드러내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MS는 지난 1일 윈도 어드밴스 서버 2000의 가격을 대폭 인상했고 다음달부터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가격을 올릴 예정인 것으로 보도되면서 대덕밸리 벤처기업인들이 분노하고 있다.

MS SW 불매 조직화 반발 역시 조직화되고 있다. 대덕밸리 최대의 벤처기업 모임인 21세기 벤처패밀리(회장 이경수)는 20일 낮 12시 대전엑스포 과학공원 대덕밸리 표석 앞에서 정품소프트웨어 사용 및 MS소프트웨어 불매 결의대회를 갖기로 이사회의 의결을 마쳤다. 이번 대회에는 21세기 벤처패밀리 소속 2백70여개 회원사 뿐만 아니라 대덕밸리의 벤처기업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주최측은 이번 행사에 대전 충남북의 벤처기업인 2백-3백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사에서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다짐하고 최근 구매관행을 변경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MS사에 공개 항의 서한을 발송할 계획이다. 이경수 회장은 "정품소프트웨어 사용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면서 "하지만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MS사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올빼미 족, 배째라 족 등 출현 불법 소프트웨어 집중 단속으로 벤처기업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가운데 올빼미 족, 재택 근무 족, 오피스텔 족, BJR(배째라) 족 등 변형된 형태의 대응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빼미 족은 낮에는 일하지 않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회사에 출근해 밤을 새워 일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창립 6년차인 A기업은 낮에는 회사의 셔텨를 내리고 빈둥빈둥 놀다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7시쯤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택근무 족은 일의 특성상 라인만 깔려있으면 어디에서나 작업이 가능한 벤처기업이 사무실을 당분간 폐쇄한 뒤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으로 소식을 주고받으며 일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벤처기업인은 일부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업종에서 이런 식으로 회사 운영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오피스텔족은 재택 근무의 발전된 형태. 자금 여유가 있는 벤처기업으로 이런 유형은 기존 사무실은 그대로 유지하되 불법소프트웨어 단속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말까지 일부 프로젝트 진행팀이 개발에 필수적인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컴퓨터를 가지고 사무실을 옮겨 작업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BJR 족은 정품 소프트웨어 구입을 완전히 포기한 채 평소와 같이 당당하게 근무하는 벤처기업군이다. 단속이 무서워 사무실을 비우자니 개발이 진행이 안되고 불법 소프트웨어인줄은 알지만 돈이 없어 구입을 포기한 기업이 이런 부류다. 자본금 1억원 미만의 상당수 벤처기업들이 이같은 처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한 벤처기업인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 하는 원칙에는 이해가 가나 밤을 새워 제품을 개발해도 시간이 모자랄 벤처기업들이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난다"고 처지를 하소연했다.

불안감 씻지 못하는 표정 대덕밸리 벤처기업에 대한 단속이 4일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때 닫혔던 문은 열렸지만 불안감을 씻지는 못하고 있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일부 벤처 집적시설에서는 겉으로는 정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나 어느 업체가 단속됐다느니, 어느 회사는 언제 단속이 된다느니 하는등 소문이 퍼지면서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했다. 장영실관에 입주한 한 벤처기업의 임원은 "어제는 이곳에서 한 업체가 단속에 적발 된것으로 알고있다"면서 "설마 어제 왔는데 또 오지는 않을 것 같아 일단 사무실 문을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단속반 노이로제를 호소하기도 했다.

KAIST신기단에 입주한 모 벤처기업 사장은 단속반이 옆건물에 들이 닥쳤다는 소식이 들려 일단 컴퓨터 하드를 빼네 피신을 한뒤 나중에 들어보니 잘못된 소식이었다며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중기종합지원센터에 입주한 한 벤처기업인은 "정품 소프트웨어에 대해 구매 신청을 한뒤 문은 열었지만 언제 단속반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정상적인 업무는 당분간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단속을 위한 단속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쓰도록 장려하는 단속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덕넷 구남평기자>flint70@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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