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초자의 경영혁명...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퇴출 1호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이란 환골탈태는 기적이 아닙니다. 1천6백여 종업원과 가족들의 피와 땀의 결실입니다."

3일 한국전기초자의 3년간의 경영혁명 과정을 수록한 서사시인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의 출판 기념회 현장.

오합지졸의 혁명군을 초짜맨이란 정예로 길러낸 서두칠 사장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동안의 경과와 소감을 피력했다. "경영이란 목숨 바쳐서 하는 것이란 신념을 갖고 전 임직원이 남 잘때 일하고,남 쉴때 공부했다"며 "노사가 협력하고 함께하면 어떠한 일도 할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준 것에 보람을 느낀다."

당사자인 서사장 보다도 주위 사람들이 한국전기초자의 기적을 평가했다. 한국 산업화의 거목인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원장은 "오늘 우리 모두는 IMF 충격으로 경제중심체인 중견기업이 줄도산하고 자산이 외국에 팔려나가 저물어 가는 역사의 구석에서 외롭게 싸운 끝에 마침내 세계 제일로 우뚝선 기적의 현장에 서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국전기초자 사례는 기업이 어려우면 종업원 잘못인양 종업원만 해고하던 서구식 방식이 아니라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일해 기적을 창조한 거룩한 상징"이라며 "이 작품은 서두칠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한국전기초자 전임직원의 역작"이라고 강조했다.

최동섭 전 건설부 장관은 한국적 인간 경영의 살아있는 사례라고 지칭했다. 지용희 서강대 교수는 "디지털 경제의 재산은 기계·부동산 등 물적 재산,기술·경영의 지적 재산,좋은 노사·고객의 관계 재산으로 이뤄진다"며 "그중 관계 재산이 가장 중요한데 한국전기초자는 노사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한국형 경영의 새로운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출판사인 김영사의 박은주 사장은 "원고를 받고 몇장도 안읽고 감전된 듯한 느낌이 있었다"며 "초판이 발간 당일 매진이 되고 주문이 2천권 가량 밀려 있는 등 장안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전기초자의 경영혁신 종군기인 이 책의 가장 큰 의미는 살아있는 한국적 경영의 모델을 보였다는 점이다.지금까지 노동의 탄력성이 보장된 가운데 합리성 위주의 서구식 경영과 연공서열식의 일본식 경영의 짬뽕이 한국적 경영의 현주소였다.그러나 노동 시장이 경직되고,사용자의 정성과 종업원의 헌신이 조화를 이루면 신바람을 내는 한국적 특수 상황 아래서는 갓쓰고 양복입은 격으로 어설픈 것도 사실이었다.

서울대 이면우 교수 등이 신바람 이론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유행이었고,실제적인 결과물은 없었다.그러나 한국전기초자의 사례는 노사가 투명경영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꼴찌에서 세계 1위를 만들어낸 땀내가 물씬나는 살아있는 실례이다.

모델은 후학들에게 보고 배우는 하나의 표본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메디슨의 이민화 회장은 이공계 후배들에게 나도 경영자가 될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

그동안 경영자하면 경상계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가 이공계 출신인 그가 훌륭하게 경영을 하자 많은 이공계 출신 후배들이 이를 본떠 창업을 했다.오늘날 벤처붐의 커다란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두칠 사장의 노사가 일치해 기적을 이루는 한국식 경영도 분명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대덕밸리에서는 이미 서두칠 따라하기를 하는 벤처기업인도 있다. 하지만 서두칠식 경영이 쉬운 것은 아니다.

"경영이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란 그의 지론처럼 사용자의 솔선수범과 투명성,철저함이 전제되야하는데 이를 따라올 경영자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심인 것도 사실이다. 또 일부 종업원은 사장이 서두칠만큼 못하니 나도 한국전기초자 종업원만큼은 안해도 된다는 명분을 댈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두칠식 경영은 우리에게 분명히 의미가 있다.일본의 경우 교세라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경영방식은 젊은 기업인들에게 하나의 표준이 된다.

이나모리塾이란 것이 있어 그를 초빙해 그의 경영방식을 배우는 모임이 일본 전국에 걸쳐 있다.소프트 뱅크의 손정의 사장도 이나모리塾의 일원이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있어 그동안은 사표가 될 만한 경영인이 없었다. 실적을 낸 서두칠 사장은 그 자격이 있다.그러나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맡겨진 일이다.

모델을 한국 기업발전의 전형으로 만들지,불임의 일회성 사례로 만들지는 한국 기업인과 기업 풍토에 맡겨진 숙제이다.

<대덕넷 구남평 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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