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쌍방 소통·연구회와 STEPI 현장 중심· 과기계 구성원 직접 변화 주도

최근 과학계의 핵심 열쇠는 '현장 중심' '솔선수범'으로 요약된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과학기술인이 직접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며 목소리를 모으고 과기계 출연연의 수장은 연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현장을 자주 찾는다.

정책을 연구하는 선배 연구자는 후배 연구자가 현장 중심의 시선을 갖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연구자 스스로 사회적 문제와 이슈에 과학기술인이 적극 나서며 인류와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과학계는 특성상 자신의 연구와 업무에만 집중한다는 인식이 컸던게 사실이다. 변화를 위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탑다운의 주어진 환경에 익숙해지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관련 관료 역시 현장 목소리보다 탁상공론으로 현장과 괴리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안된다는 문제 인식이 커지며 과학기술계 부처부터 주관기관, 구성원들이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변화를 직접 주도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커지며 긍정적인 영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현장 찾아 공부하고 목소리 들으며 '쌍방 소통'

25개의 정부출연기관을 소관기관으로 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원광연 이사장의 행보는 취임(지난해 10월 23일) 초기부터 주목됐다.

대학 교수로 재임하며 출연연과 다소 거리가 있었던 원 이사장은 현장을 알기 위해 연구 현장을 찾고 공부하는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격식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 별도의 취임식 대신 현장을 둘러 본 후 직접 쓴 취임사로 구성원과 과학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또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연구 현장을 자주 방문하며 출연연 보직자, 노동조합원 등 양쪽의 이야기를 균형감있게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문제 해결에 과학기술계가 적극 참여하기 위한 이슈별 TF 구성도 고민 중이다.

지난 24일 임명된 7개 출연연 기관장도 기관 운영 방안을 소개하는 방식의 약소한 취임식으로 대신하거나 취임사를 전 구성원에게 메일로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지나친 격식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취지로 아예 취임식을 열지 않은 기관장도 있다.

과학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기존 과기계 리더들과 다른 행보로 당황스러운 면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세금을 받는 기관장 리더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점심식사 시간도 아껴가며 공부하고 현장을 찾는 모습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유영민 장관 이후 분야별 TF를 구성해 공부하는 관료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출연연 발전 방안' 기초안을 마련, 연구현장 연구자, 정책 부서장, 연구자 모임 등에서 설명회와 간담회를 가지며 의견을 듣고 즉각 반영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과기부 관계자는 "처음에는 과기부에서 마련한 방안에 연구현장에서 여전히 탑다운 방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논의를 하려면 초안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기본적인 얼개만 짜고 현장 의견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바로 반영하며 안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적극 듣고 수렴하며 고민을 통해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생태계 마련위해 소통하며 솔선수범

지속가능한 생태계 마련을 위해 현장 중심의 환경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과학기술 정책을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이 현장 중심의 눈높이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황희 STEPI 원장은 지난달 취임(12월 23일) 후 현장을 중요시하는 연구자를 주요 보직에 발탁했다. 인사는 모든 업무 추진의 시작. 현장을 중요시하는 보직자들이 후배들을 위해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을 고민했고 25개 출연연을 소관기관으로 둔 연구회와 적극 논의가 이뤄지게 됐다.

STEPI 관계자는 "과거 연구 현장을 둘러봤던 경험이 과기정책 수립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주고 있는게 사실이다. 연구자와 정책관련자가 자주 소통해야 한다"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지속 가능한 과기 생태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회 한 관계자는 "과학기술정책을 맡고 있는 STEPI에서 현장을 알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연구회에서는 그런 소통이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같다. 적극 돕겠다"며 반겼다.

또 다른 과기계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기관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야하고 기관의 리더 역시 퇴임 후 자신의 먹거리가 아니라 리더로서 현재 역할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취임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의 양성광 신임 이사장의 행보도 소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양 이사장은 "특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특구  출범 초기 업을 찾고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강조하며 각 지역의 특구 구성원들과 활발한 만남을 갖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과학동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모임과 활동이다. 공동관리아파트가 5년 이상 흉물로 방치되며 아파트 건립안이 거론되자 과학동네 구성원들이 도시재생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선 것.

이 모임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은 대덕과학문화센터, 공동관리아파트 등 과학동네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며 선순환의 생태계를 만들어 가자는데 중지를 모으고 매주 모임을 갖고 있다.

과학계의 원로는 "과학계가 그동안 나만 피해입지 않으면 된다는 미시적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상태가 지속되며 환경이 피폐해지고 선순환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탑다운의 정책이 아니라 현장에서 문제를 찾고 바텀업의 정책 제안 움직임이 과기계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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