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농진청 '미생물 중앙은행' 이원화 운영
미생물 보존, 기업·연구자에 맞춤형 제공
"대학·출연연·민간연 엮을 네트워크 필요"
#2. 농촌진흥청이 운영하는 농업미생물은행에는 균주 2만5000여 주가 있다. 대표적으로 곰팡이, 세균, 버섯, 효모, 식물 바이러스 등이다. 연평균 170편 연구 논문에서 미생물은행 균주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농업·식품 특화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어 식품 미생물 산업에 기반이 되고 있다.
정부의 '미생물 중앙은행' 운영으로 바이오산업에 새로운 싹이 트였다. 미생물 은행은 기업, 대학,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발굴한 미생물을 보존해 수요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우리나라는 미생물 5만6000여 주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산학연 전문가들이 미생물 중앙은행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도모하기 위해 중지를 모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는 지난달 28일 우송정보대 테크노미디어센터에서 미생물 클러스터 선진화 전략을 논의하는 '미생물 소재 자원 클러스터 간담회'를 개최했다.
◆ 농진청 '농업 특화 미생물'로 차별화
홍승범 농진청 농업미생물 연구관은 "현재 농업·식품 특화 미생물 은행을 운영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세균보단 곰팡이 분야에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면서 "기업 등 미생물 수요자를 대상으로 식물 오염 미생물이나 발효 곰팡이 등에 관한 교육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농진청 농업미생물 은행은 곰팡이, 버섯, 식물 바이러스 등 균주 2만5000여 주를 보유하고 있다. 농진청은 향후 한국식품연구원, 재단법인 발효미생물산업진흥원 등과 협력에 나서며 식품과 농업 분야 미생물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농업 식품 미생물 산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작물용 미생물 세계 시장 규모는 3조원에 이르고, 연평균 17%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도 작물용 미생물 연구 분야에 매년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홍 연구관은 "수요자 맞춤형 미생물 정보를 제공해 미생물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농진청 농업미생물은행은 국가생명연구자원 계획을 통해 농업관련 실험 균주와 한국식물 병명 등 응용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진청은 '미생물 대중화'를 위해 액체질소보존탱크, 초저온 냉동고를 활용해 미생물의 보존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미생물 보존 비용은 무료이고, 보존 기간은 미생물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10년 이상 장기간 보존된다.
현병환 대전대 바이오아이코어사업단장은 "미생물 자원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면서 "미생물 자원을 분양받는 일련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때 각종 연구와 산업적 활용이 촉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생명연 3만1000주 미생물 확보···연구자 편의 도모
정부가 운영하는 미생물 클러스터 운영체계는 크게 중앙은행·거점은행·협력센터으로 나뉜다. 미생물 중앙은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생명연과 농촌진흥청이 이원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거점은행은 그린바이오(농업·식품), 레드바이오(의약·건강), 화이트바이오(산업·환경) 분야에서 미생물 자원 정보를 구축하고, 미생물 배양·분양·분석 자료들을 협력센터, 연구자들에게 공유한다. 협력센터는 중앙은행과 거점은행만으로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운 분석서비스, 연구지원과 같은 부분에서 협력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김성건 생명연 생물자원센터장은 "중앙은행 역할의 핵심은 미생물 자원 정보의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미생물 자원 활용 방안을 알려주는 원스톱 검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또 "미생물 클러스터 내 중앙은행과 거점은행, 협력센터가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자원 정보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면서 "다른 소재 클러스터와 연계해 활용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생물 자원 활용 제고와 인프라 강화를 통해 바이오 경제 강국 실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생명연 생물자원센터는 향후 ▲수요자 중심 미생물 정보체계 구축 ▲수요자 미생물 자원 활용 제고를 통한 경쟁력 강화 ▲미생물 클러스터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와 함께 '마이크로 게놈 프로파일러' 프로그램으로 유전자 서열을 분석해 항생제 내성이나 병원성 유전자 여부를 확인·제공하는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 미생물 관리 컨트롤타워, 중장기 계획 필요
미생물을 활용하는 기업인들과 현장 연구자들은 미생물 관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미생물 관리와 활용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정아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단장은 "미생물 관련 네트워킹을 구축해 은행이 원활하게 운영돼야 한다"면서 "대학, 출연연, 민간연구소를 엮고 이끌 수 있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단장은 이어 "여러 산업체에서 균주를 내놓을 수 없는 조건이라 하더라도 연구하는 사람들이 끌어내서 미생물 관련 자료들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우 풀무원기술원 센터장은 국가생명연구자원 관리·활용 기본계획에 중장기 계획이 담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센터장은 "미생물 분야는 성과 지표를 수치로 지향하기 좋다"면서 "기업에선 3년 단위로 단기·중기 전략을 세우고 연간 사업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정부도 이런 수요를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개선을 통해 사람과 환경에도 안전하고 산업적으로도 새로운 역할과 규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형종 과기정통부 사무관은 "미생물 협력센터를 늘리는 등 국내 미생물 연구자들의 성과는 모두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무관은 "중앙은행장들이 미생물 분야에서 사장되는 부분이 있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미생물 자원의 다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미생물 소재 자원 클러스터 간담회'는 바이오아이코어 사업단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담회 토론에 앞서 김성건 생명연 센터장과 홍승범 농진청 연구관이 각각 '미생물 클러스터의 비전과 전략'과 '농업·미생물 자원 발전 전략에 대해 강연했다. 다음 간담회는 10월 28일 '천연물 클러스터'를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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