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
알츠하이머 RNA 기반 치료제 및 전달체 기술 개발
치료 물질 전달기술 통해 기존 뇌-혈관 장벽 전달 문제 해결

현재 전 세계에선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각각의 대상 질환에 치료효능을 갖는 후보물질들이 비임상시험 및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지만 실제 승인을 받는 경우는 극소수다. 기본적으로 효능을 갖는 후보물질들이지만 실제 인간 대상 시험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하고, 반대로 효능이 미비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효능이 사라지거나, 독성이 발생하진 않는다. 문제는 해당 성분이 인체 내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효능을 가진 성분이라 할지라도 우리 몸에겐 낯선 대상이다. 때문에 이를 공격하거나 차단시키며 결과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치료제를 안전하게 타깃에 전달하는 것이 모든 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의 고민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줄 해결사로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전 세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를 만나 독주(獨走)할 수 있는 합주(合奏)의 비결을 들어보았다.

◆ 인류의 난제 알츠하이머, BBB를 넘어라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의 핵심기술은 치료물질을 효과적으로 타깃에 전달하는 데에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의 핵심기술은 치료물질을 효과적으로 타깃에 전달하는 데에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바이오오케스트라가 주목하는 분야는 '뇌'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치료제와 전달체를 개발함으로써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중에서도 주목해야할 기술은 바로 전달체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세계에는 좋은 치료물질을 가진 기업들이 많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치료물질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보내고자 하는 곳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주사를 이용한 침습적 전달이라는 방법도 있지만 깊숙하거나 국소적인 부위일 경우 전달이 어렵고, 주사 특성상 오염의 위험도 존재한다. 때문에 대부분 구강 투여 약물 형태로 전달하는 비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를 제어하기란 어렵다.

특히 뇌의 경우 인체의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에 일종의 '출입관리'가 이뤄진다. 뇌로 향하는 물질들은 '혈액-뇌 장벽(Blood-Brain-Barrier, BBB)'을 거쳐 뇌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해로운 물질은 BBB를 넘어가지 못한다. 

문제는 인체가 치료물질을 해로운 물질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류 대표는 "현재까지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투여해도 실제 뇌로 전달되는 양은 0.1%에 불과하다"라며 "전달량을 늘리기 위해선 투여량도 늘려야 하는데, 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다른 바이오기업들은 항체를 잘라 BBB에 붙이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BBB를 넘어간 이후에도 치료물질이 BBB에서 떨어지지 않아 염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치료물질을 코팅해 전달하는 전달 시스템(Drug Delivery System, DDS)을 독자 개발했다. BBB를 통과하는 영양분들과 같은 성분을 코팅막에 두름으로써 이로운 물질로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때 단순하게 감싸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치료물질이나 단백질의 3차원 구조에 맞게 코팅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 'BMD-001'. 현재 FDA의 IND 준비 중에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 'BMD-001'. 현재 FDA의 IND 준비 중에 있다.[사진=이원희 기자]
류 대표는 "DDS를 이용해 BBB를 통과 후 기존에 접근하지 못했던 뇌의 심층부까지 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도달 후 치료용 RNA가 타깃 단백질을 분해하는 결과 역시 확인함으로써 전달과 치료 모두 기존 대비 탁월한 효능을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소적인 시점이 아니라 전체적인 뇌의 맵을 보고 부위별로 분석 및 연구가 이뤄진다면 파킨슨, 루게릭병과 같은 다른 뇌질환에 해당하는 부위에도 치료물질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치료물질을 전달하는 플랫폼 기술은 척수와 같이 전달이 어려운 다른 부위에도 적용이 가능해 다양한 질환의 치료물질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로 뻗어나가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합주

2016년 10월 설립된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성장세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다. 탁월한 기술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리즈 B에서 종근당홀딩스, 데일리파트너스, CKD창투 등으로부터 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으며, 지난 2020년 12월엔 IMM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로부터 추가로 120억 원 투자(시리즈B 연장)를 유치했다. 올해 말 시리즈 C가 진행될 예정이며 많은 투자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올해 6월엔 미국 존슨앤드존스(J&J)의 '퀵파이어 챌린지' 신경과학 분야의 수상기업으로 선정되며 2만5,000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J&J가 운영하는 JLABS@NYC WET 실험실에 1년 사용, Community 참여, J&J 석학들의 전문적 조언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JLABS는 글로벌 바이오기업 인큐베이팅(보육) 공간으로 세계적 J&J 석학들과의 컨설팅 및 733개 파트너 기업들과의 연계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며 성장이 이뤄지는 곳이다.

뉴욕 JLABS와 보스톤 JLABS 사무실이 오픈하며 미국에서 네트워크 확장을 본격적으로 이어가는 가운데 새롭게 맺은 인연이 있다. 바로 모더나 최고의학책임자를 역임한 루이스(Louis O'Dea) 박사가 합류한 것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세계 최정상급 전문가 루이스 오데아 박사.[사진=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
바이오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세계 최정상급 전문가 루이스 오데아 박사.[사진=바이오오케스트라 제공]
류 대표는 "루이스 박사가 우리를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모더나 입사 당시의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오다가 전면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라며 "미국 FDA의 신약승인신청(New Drug Application, NDA)을 14건이나 성공시킨 세계 최정상 전문가가 합류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기 어렵다. 앞으로 협업을 통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바이오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제 'BMD-001' 역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영장류 단계의 비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FDA의 IND(임상시험계획)를 준비하고 있다. 승인이 이뤄지면 빠르면 2023년 초 임상시험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가고자 하는 길은 혁신신약 기업이다. 기획부터 연구, 생산, 판매까지 신약의 전주기를 총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섭외하고, GMP 및 사무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야말로 하모니를 위한 오케스트라로 거듭나는 것이다.

류 대표는 "시리즈 C, 임상시험 등 굵직한 이벤트가 예정되어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로선 처음 맞는 상황이지만, 함께 하는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달려나가고자 한다"라며 "우리의 치료제와 전달체 기술은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이를 통해 고통받는 많은 환자분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대전테크노파크 BIO융합센터와 함께 준비한 기사로 센터 뉴스레터 및 오프라인소식지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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