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
사람이 못듣는 미세한 소리까지 사고 발생 예방
리스트럭처링 통한 음향카메라 시장 세계 1위 기업 도약

초음파 음향카메라 시장에 국내 기업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창업한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사진=이원희 기자]
초음파 음향카메라 시장에 국내 기업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창업한 김영기 에스엠인스트루먼트 대표.[사진=이원희 기자]

#.겉으로 보기엔 아무 이상이 없는 한 공장의 생산라인. 초음파 음향카메라로 촬영하니 연결부분이 붉게 표시된다. 가스가 새며 미세한 소리가 발생하고 있던 것이다. 누출부분을 교체함으로써 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사람의 귀가 인지할 수 있는 소리의 영역은 정해져 있다.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한다. 하지만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의 소리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진행에 차질이 생기거나, 혹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소리를 찾아주는 것이 바로 '초음파 음향카메라'다. 음향(청각)을 시각화하여 화면으로 보여주는 장비로 산업현장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가운데 글로벌 음향카메라 시장에 1위 기업으로서 이름을 새긴 대전 기업이 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 김영기 대표를 만나 경쟁력을 살펴보았다.

◆ 가스누출부터 미래 CCTV까지···초음파 음향카메라로 위험 감지

기존 가스 누출을 탐지하기 위해선 계측 장비로 측정대상을 훑어가며 측정해야 했다. 감지부분을 가까이 대고 흘러나오는 소리의 수치를 보고 판단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번거로울 뿐만 아니라 접근이 힘든 부분은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초음파 음향카메라는 이를 모두 화면으로 보여준다. 누설, 방전, 소음이 발생하는 영역만 다른 색깔로 표시된다. 기존보다 간편하고, 빠르다는 장점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때 경쟁력은 감도와 처리 속도이다. 특히 사람의 귀로 인지하지 못하는 영역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빠르게 시각화하여 표시해주는 것이 관건이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가장 큰 강점 영역이기도 하다.

김영기 대표는 "음향카메라 시장은 10여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으나, 시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많은 투자가 이뤄지지 못한 영역이다"라며 "이 당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R&D를 진행하고 노하우를 쌓아왔던 것이 지금의 밑바탕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에스엠인스트루먼트에서 보유하고 있는 관련 특허는 68개이며, 경쟁사들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유일한 해외특허도 다수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BATCAM 2.0으로 촬영한 가스 펌프. 테스트용으로 소량 발생시킨 소음도 정확하게 표시된다.[사진=이원희 기자]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BATCAM 2.0으로 촬영한 가스 펌프. 테스트용으로 소량 발생시킨 소음도 정확하게 표시된다.[사진=이원희 기자]

현재 가장 큰 적용분야로는 산업현장이 있다. 가스누출, 전기방전, 조립불량 등 문제점이 발생한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데 음향카메라가 사용된다. 김 대표는 "산업현장의 특성상 아주 작은 원인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라며 "음향카메라를 이용해 일반적으로 알 수 없는 문제점을 파악함으로써 사고 예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기술력이 집약된 초음파 음향카메라 'BATCAM 2.0'은 2019년 출시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의 음향카메라보다 더 작고 가벼워졌으며,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소리를 감지하는 음향센서가 112개 사용되며 현존 최고 수준의 감도와 속도를 자랑한다.

김 대표는 차세대 음향카메라 시장에 대한 준비도 단단히 하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이슈는 인공지능·빅데이터와의 접목이다. 촬영된 음향데이터들을 인공지능으로 학습해 빠르게 분석 및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는 "현재 음향카메라는 손으로 들고 측정대상 및 장소를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인공지능을 통해 학습시킨다면 CCTV와 같은 고정형태에서도 분석과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빠르게 음향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앞으로 음향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실험공간(왼)과 무향실(오).[사진=에스엠인스트루먼트 제공]
에스엠인스트루먼트의 실험공간(왼)과 무향실(오).[사진=에스엠인스트루먼트 제공]

◆ 세계 1위 도약을 위한 리스트럭처링

2006년 창업한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올해로 16년차를 맞았다. 김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전공과도 연관이 있다. KAIST에서 소음진동계측을 전공한 김 대표는 "선배와 동기들이 관련 분야 기업에 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소음진동 기술력을 자랑했다"라며 "하지만 계측분야에 있어선 특정 외국기업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이를 우리나라 기업의 이름으로 바꾸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초창기는 제품을 생산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특별한 콘셉트 없이 주문이 들어오는 제품을 일정과 수량에 맞춰 생산만 하는 기업이었다. 성과는 좋았다. 매출은 꾸준하게 상승하며 연 9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세계 1위 기업이 되기엔 한계가 있는 방식이었다.

김 대표가 선택한 건 회사를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하는 것이었다. 그는 "기존 회사 구조는 제품을 생산할 뿐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라며 "이를 포함해 회사의 기본틀 자체가 변화하기 때문에 쉬운 선택은 결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기존 회사를 한 번 리스트럭처링하면서 도약하게 된 에스엠인스트루먼트. 김영기 대표는 힘든 선택이었지만, 비로소 꿈꾸던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사진=이원희 기자]
기존 회사를 한 번 리스트럭처링하면서 도약하게 된 에스엠인스트루먼트. 김영기 대표는 힘든 선택이었지만, 비로소 꿈꾸던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사진=이원희 기자]
위기는 즉시, 성과는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주 매출원이던 생산부분이 축소되며 매출액 자체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었고, 당장이 아닌 미래를 보며 R&D에 본격 투자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마치 새로 창업한 느낌이었다"는 소회를 전했다.

에스엠인스트루먼트는 그간의 시장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문제점을 해결함과 동시에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집중했다. 어려운 가운데 대전테크노파크 스타기업으로 선정되며 전시회 참여, 시제품 제작, 특허출원 등의 지원을 받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회사는 차츰 정상궤도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에스엠인스트루먼트엔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제품과 시스템이 갖춰진 상태였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였으며, 마침내 음향카메라와 소음진동계측에 있어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김영기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특화된 기술들과의 접목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