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
읽는 재미가 쏠쏠한 과학서평집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사진= 대덕넷DB]
최병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홍보실장·'과학자의 글쓰기' '방탄 독서’ 저자.[사진= 대덕넷DB]

2019년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1인당 7.5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들은 대체로 독서를 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책을, 특히 과학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와같은 사람들에게 읽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 있다. 과학책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진화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다윈의 서재』다.

『다윈의 서재』는 서술방식도 이채롭다. 일반인들에게 결코 쉽지 않는 과학책 읽기에 대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장 교수가 선택한 방법은 '가상 대담'과 '가상 북토크'다.

흔히 서평집하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과학서평집은 더욱 그렇다. 기존 서평을 대충 주제별로 묶고 다듬은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다윈의 서재』는 다르다. 기존 서평집과는 완전히 다르다.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딱딱한 과학책이 아니라,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기사단장 죽이기』, 『1Q84』 등을 읽는 것처럼 푹 빠져들 수도 있다.

『다윈의 서재』에는 과학계에서 내노라하는 46명의 저자가 쓴 56권의 책이 소개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부터 에르빈 슈뢰딩거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차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 제러미 리프킨의 『3차 산업혁명』 등이 포함됐다. 

책 이름만 들어도 설렌다. 그동안 과학 고전이라 평가받았지만 읽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다윈의 서재』를 통해 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 책은 '다윈의 서재'(1부)와 '장대익의 서재'(2부)로 나뉜다. 먼저 '다윈의 서재'는 "만약 다윈이 지금 살아 있다면, 과연 그의 책장에는 어떤 책이 꽂혀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다윈은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비롯해 식물학, 동물학, 육종학, 박물학, 지질학, 화석학, 발생학 등 각 분야의 전문서뿐 아니라 당대의 수많은 소설까지 섭렵한 다독가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다윈의 서재에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꽂혀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책을 구성했다.

가상 대담을 이끌어 가는 사회자는 인지철학자 대니얼 데닛이다. 장 교수는 데닛을 미국공영라디오(NPR)의 '다윈의 서재'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등장시켜 날카로운 질문과 깊은 통찰로 대담을 이끌어 간다. 책을 읽다보면 가상의 대담이 아니라 실재 라디오를 듣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기서는 데닛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 칼 세이건, 에드워드 윌슨, 토머스 쿤, 리처드 파인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업적을 이룬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데닛은 이름만 들어도 재미있듯 '도발적인 책' '우아한 책' '경계가 없는 책' '배후의 책' '내밀한 책'이라는 다섯 가지 분류에 따라 저자를 초대해 인터뷰를 진행한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쓴 올리버 색스와 데닛이 나눈 가상의 대화는 흥미롭다. 색스는 그의 책 제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언젠가 한번은 그 환자가 검사를 마친 뒤 집에 가려고 자기 모자를 찾고 있었어요. 옆에는 그의 아내가 서 있었는데, 손을 뻗어 아내의 머리를 잡고서 자기 머리에 쓰려고 하는 거예요. 제 책 제목이 그 기이한 광경 때문에 지어졌죠. 나중에는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 자신의 몸도 알아보지 못해 옷 입는 것도 힘들어했어요.(43쪽)

'장대익의 서재'에서는 저자가 주인공으로 직접 나온다. '인간과 자연' '생명과 우주' '문화와 역사' '종교와 과학' '과학과 사회'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17회에 걸쳐 북토크가 펼쳐진다.

장 교수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문명을 이룩하게 된 이유는 '공동 주의집중'과 '문화 전수'라는 독특한 능력 덕분이라고 말한다. 공동 주의집중이란 제3의 대상을 가리킴으로써 타인과 관심을 유발하는 행위이고, 문화 전수는 남들로부터 배운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소개해주는 책들에 함께 관심을 기울이고(공동 주의집중), 그 책의 내용들을 자신의 언어로 타인에게도 이야기해주는 것(문화 전수)은 가장 적극적인 독서행위라고 얘기한다. 장 교수의 독서관일까?

독자들은 책의 내용을 단지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용어와 문장으로 저자의 핵심 논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다윈의 서재』는 장대익 교수의 다윈 3부작 시리즈 중에서 첫 번째 책이라는 것이다. 이어 『다윈의 식탁』, 『다윈의 정원』등이 있다. 

다윈 3부작은 모두 흥미롭다. 재미있다. 강력추천! 여러분들이 짐작하듯 필자는 다윈 3부작을 모두 읽었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에 빠져들었다. 이렇게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삶의 큰 기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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