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기정 나르마 대표, 항우연 1호 연구소기업
세계 최초 틸트로터 기술 소유 "전인류 동일 복지 목표"
"상용화는 연구 열매∙∙∙기획∙실험 쳇바퀴에서 철들어"

권기정 나르마 대표. 권 대표는 "세계 최고 성능의 배송 드론과 운영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인류가 동일한 복지를 누리게 하는 것이 나르마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권기정 나르마 대표. 권 대표는 "세계 최고 성능의 배송 드론과 운영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인류가 동일한 복지를 누리게 하는 것이 나르마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사진=이유진 기자]
국내 드론업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 기업. 우리나라 항공우주 기술을 책임지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호 연구소기업이다. 세계 최초 미국 벨연구소와 항우연만이 개발한 전동식 듀얼 틸트로터(Dual Tilt-rotor)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 국내 1300여개 드론기업 중 소수만이 해당되는 '드론직접생산증명'도 갖고 있다. 드론의 겉부터 속까지 전범위를 개발하는 '나르마'다.

나르마는 드론 중에서도 '배송 드론'에 특화된 기업이다. 2018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두 종류의 배송 드론, AF100과 AF200을 개발했다. AF100은 자동심장충격기(AED) 배송에 특화돼있다. 위험 상황인 만큼 빠른 배송이 특징, 5km 반경 내 3분 내 전속력 배송을 제공한다. 최근 이를 제어하는 키오스크도 개발했다. 심장마비 환자가 발생했을 시, 시작-위치 선택-출발 버튼만 누르면 드론을 원하는 목표지점까지 이동시키는 원리다.

AF200은 구급품, 혈액 등을 비롯한 상품 배송에 최적화돼있다. 5kg가량을 탑재한 채 시속 70km로 40km를 이동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우수연구개발혁신제품에 지정된 기체이기도 하다. 내년부턴 AF200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 150km까지 장거리 비행 가능하게끔 한다는 계획이다.

이 모든 기체엔 세계 최초 전동식 듀얼 틸트로터 기술이 들어간다. 배터리로 하여금 비행기 형태의 날개로 고속비행함과 동시에 제자리비행∙수직 이착륙까지 가능한 기술이다. 일반 멀티콥터 드론보다 약 3배 장거리 비행하며, 현존 수직이착륙기 중 최고의 내풍성을 자랑한다.

권기정 대표는 "내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해 20kg급 200km 비행 가능한 AF300 개발 예정"이라며 "세계 최고 성능의 배송 드론과 운영 플랫폼을 개발해 모든 인류가 동일한 복지를 누리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사량도 총 1400km 시범비행
 

지난 10월 한 달간 진행된 나르마의 통영 사량도 왕복 비행 시험 영상. [영상=나르마 제공]

나르마는 드론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을 아우른다. 권 대표는 "중국 기체를 따라갈 수 있냐는 주변의 의문이 있긴 하지만, 기체만 만들어선 비즈니스 연결이 작다"며 "우선적으로 나만의 기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르마는 드론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배송 노선 허가에 주력하고 있다. 배송 드론의 경우 상용화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로부터 기체 안전기준 검사를 통과한 뒤 허가를 받아야 한다. 나르마는 이미 해당 검사를 3번 통과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나르마는 지난해 10월 한 달간 통영 육지와 사량도를 오가며 시범비행을 진행했다. 통영 육지와 사량도의 거리는 약 12.7km. 총 110번의 횟수를 드론이 자동비행하며 오갔다.

지난해 12월 16일 '제2회 대한민국 드론박람회' 개막식을 맡기도 했다. 나르마는 이날 국회의사당부터 여의도공원까지 3km 비행을 선보였다. 여의도 한복판, 한강 위를 지나는 비가시권 자동비행이다. 해당 드론은 시속 60km 속도로 약 3분 만에 비행을 완료했다.
 

지난 12월 진행된 '제2회 대한민국 드론박람회' 개막식 영상. 나르마의 드론이 여의도 한복판을 비행하고 있다. [영상=나르마 제공]

 '제2회 대한민국 드론박람회'에서 나르마의 드론이 한강 위로 비가시권 자동비행을 하고 있다. [영상=나르마 제공]

권 대표는 "글로벌 드론 시장에서 한국의 비율은 1.7%에 불과하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재 코트라(KOTRA) 사업을 지원받아 일본 나고야, 베트남 다낭,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등 지사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스위스를 유럽 거점으로 삼기 위해 스위스투자청과 논의 중이다. 2025년까지 물류 드론을 표준화하고, 2030년까진 UAM(도심항공모빌리티)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희망했다.

◆ "진정한 연구 성공은 상용화∙∙∙철 들었다"

권 대표는 POSTECH(포항공과대) 2기 출신으로, 기계공학 유체역학 분야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94년도 항우연에 발을 들였다. 이후 KAIST에서 항공우주공학과 공기역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공기역학이란 유체역학의 한 부문으로, 기류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음속과 기류의 속도 비율에 따라 공기 압축성을 연구하기 때문에 항공기와 직결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약 30여년에 빛나는 비행체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 그가 나르마를 창업한 이유엔 연구자로서의 결실을 맺기 위함이었다.

"2014년도 우연히 미국을 갔는데 전부 혁신, 스타트업, 창업 얘기만 하더라고요. 그러고 한국으로 와서 기획업무를 하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내가 이태까지 했던 연구가 과연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사회에 환원은 되고 있는지∙∙∙. 기획, 실험, 보고서 쳇바퀴에서 철들기 시작한 거죠."

권 대표는 연구 성공이 연구자로서 꽃을 피우는 거라면, 상용화 성공은 열매를 맺는 것이라 표현했다. 물론 장미, 백합과 같이 열매가 중요하지 않은, 기초과학 분야는 예외다. 하지만 그가 본 항우연의 틸트로터 기술은 열매가 중요한 사과고 배였다.

그렇게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당시 항우연엔 연구소기업 관련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설립에만 6개월이 걸렸다. 연구원과 제도를 같이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초반엔 따가운 눈초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나르마의 가능성을 봐주고 격려해준다는 입장이다.

권 대표는 "연구과제 평가는 평가위원이라는 정해진 인원에서 받는다"며 "과연 그 평가가 얼마만큼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 반면 사업은 불특정 다수로부터 받는다. 불특정 다수가 열광해야 진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론 실패도 수도 없이 많았다. 대중들 앞에서 드론이 몇 차례 떨어졌을 때 좌절도 하고 그만큼 많이 배웠다. 할 수 있다고 믿으면 이뤄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대로 세상은 돌아간다. 나르마는 소외되는 이웃 없이 모든 인류가 같은 복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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