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끼한 브런치는 NO!··· 매콤달콤 브런치 어때요?
브런치카페 일링, "이국적 메뉴로 시선 잡고, 담백한 맛으로 입맛 잡고"
덮밥(한국), 퀘사다오(멕시코), 리조또(이탈리아), 비빔 쌀국수(베트남)...가벼운 마음으로 메뉴판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는데, 일반 브런치 카페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메뉴에 고민만 무거워진다.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한 상차림이 오르니, 마치 세계 음식 박람회다.
이국적인 브런치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브런치 카페, 도안동 '일링(ilning)'에 왔다. 한국식 맛에 길들여진 탓일까? 느끼한 음식이 즐비한 브런치 카페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일링은 이국적 요리 속에서도 담백함과 매콤함의 조합으로 입맛을 사로잡는다.
건강 샐러드 덮밥, 일명 '건샐밥'이다. 이 안에 밥이 있긴 한걸까,을 정도로 토마토, 비타민, 치커리 등 갖은 야채와 알맞게 구워진 버섯과 고기가 수북하다. 괜히 메뉴에 '건강'이 쓰여있는게 아니었구나 싶다.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다. 너무 풀 맛만 나는건 아닐까? 나무 숫가락으로 쓱싹 쓱싹 비벼 한 입 맛봤다. 입 안에서 새콤한 향이 퍼진다. 달달한 소스 맛이 스민 밥알과 간이 잘 밴 돼지고기와 버섯이 씹는 맛을 돕는다.
일행 모두 분보싸오를 베스트로 꼽았다. 분보싸오는 베트남식 비빔 쌀국수를 말한다. 건강 샐러드 덮밥에서 봤던 신선한 야채들과 함께 소고기, 새우가 시선을 끈다. 가지런히 놓인 쌀국수에 이 곳만의 특제소스를 듬뿍 뿌려 쓱쓱 비벼준다. 톡 쏘는 새콤달콤한 향이 후각으로 먼저 전해진다. 가느다란 쌀국수 면에 소스가 금방 배어나니, 지친 입맛을 돋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뜨거운 국물의 쌀국수보단 쿨~한 비빔쌀국수가 제격이다.
퀘사디아는 멕시코 음식 중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메뉴다. 또띠아 속에 치킨과 모짜렐라 치즈를 듬뿍 넣고, 오븐에 구워냈다. 치즈가 길~게 늘어뜨려져 느끼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담백하다. 사이드에 놓인 살사소스와 사워크림 샐러드를 꼭 곁들어먹자. 맛이 배가된다.
마지막은 바질새우리조또다. 바질크림소스와 큼지막한 새우가 어우러졌다. 이쯤되니 브런치가 아니라 만찬이 아닌가, 싶다. 브런치 카페에서 이토록 포만감을 느낀 적도 거의 처음이다.
본래 카페로 시작한 곳인 만큼, 커피 맛은 꼭 보고가자. 브런치 메뉴를 시키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된다.
▲분보싸오 1만2000원 ▲그린빈오징어덮밥 7500원 ▲바질새우리조또 8500원 ▲퀘사디아 9500원, 건샐밥 8500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