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대전행 승강장이 난리판입니다.몸싸움을 해야지만 탈수 있습니다.줄서서 기다리다 차만 오면 북새통을 이루는 판에 차를 몇대나 놓쳤습니다.대전까지 오는데 6시간이 걸렸습니다.도쿄에서 한국이 겨우 1시간 30분인데.외국인들 한테 부끄러울뿐 아니라 이래가지고 무슨 경쟁력이 있습니까."

해외출장이 잦은 대덕밸리 사장들로부터 인청공항의 지방행 버스정류장이 아수라장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무더위로 땀을 비오듯이 흘리며 1일 오후 5시쯤 도착한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지은 건물답게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갓 입국한 사람의 입장에서 물어물어 찾아간 지방행 버스 승강장의 풍경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긴 여행의 여독에 지친 승객들이 빵빵하게 에어컨이 돌아가는 공항 안을 뒤로하고 짐을 의자삼아 길바닥에 삼삼오오 앉아 있는 모습은 60-70년대 시골 버스 승강장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했다. 왜 이런 모습이 연출되어야 하는가를 차근 차근 따져가 보았다.

우선 지방행 승강장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조그만 시골 버스정류장도 관리하는 사람이 있고 매표소가 있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공항에서 관리자도, 매표소도 없다는 점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게다가 대전 충남을 운행하는 리무진 버스 운행을 담당하는 충남도나 리무진 버스를 운행하는 버스회사 등 관계자들 모두가 승객들의 불편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고 있었다. 특히 '매표소가 왜 없냐'는 질문에 '버스회사들이 알아서 할일'이라고 모르쇠를 되풀이하는 공항공단측 관계자로부터는 승객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서비스부재의 현실이 이해됐다.

안내 시스템 역시 엉망이었다. 리무진 버스 승강장을 안내하는 게시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승객수에 비해 너무 작은 입간판(지방행 2B)과 안내전광판(지방행 3번 승강장)도 서로 맞지 않을 정도였다. 천편일률적인 배차시간도 문제다. 리무진 버스는 대부분 꽉차게 운행이 되지만 때로는 텅빈채로 출발하기도 한다.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이 일정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이 조금만 신경을 써 비행기가 많이 도착하는 시간대에 집중배차하면 상황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한국 방문의 해이다. 한국 방문이 서울 방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방도 한국의 일부일진데 과연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가. 내년에는 수도 서울을 비롯한 지방 대도시에서 세계 최대의 스포츠 제전인 월드컵이 열린다. 외국인들의 대규모 국내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인천공항만의 망신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국제망신을 당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참고로 기자도 취재하느라 몸싸움에 끼어들지도 못한 채 마지막 버스를 떠나 보냈다. 그리고는 버스를 놓쳐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의 치부를 보였다는 부끄러운 마음에 그를 택시타는 곳으로 안내한 뒤 그와 함께 대전으로 향했다.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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