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리무진 버스 실망한 대전시민의 항변

출장 목적으로 북경을 다녀오는 5일 저녁의 인천 신공항, 나는 개항 후 처음으로 신공항을 이용하게 되어 나름으로 기대를 가지고 출입국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승객의 입장에서 이전의 김포공항과 비교하여 신공항을 바라보았을 때 느끼는 가장 커다란 변화라면 입출국 승객의 동선(動線)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모두 최첨단 시설과 과학적 장비 덕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항 밖만 빠져나오면 변화되지 않는 국민들의 무질서한 의식행태는 여전해서 실망감을 금할 수 없었다. 흔한 말로 정신이 기술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길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건 국민들의 지속되는 구태다.

아니 이건 국민들의 문제가 아니라 대전시민의 문제로 혐의를 좁혀야겠다. 나는 비교적 일찍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므로 인천 공항에서 7시에 출발하는 대전행 셔틀버스를 지정한 장소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그런데 얼마 후 집중적으로 도착한 항공기에 잇따라 승객들이 모여들더니 어느새 줄은 온데간데없고 버스 길이보다도 넓은 기괴한 대형이 만들어졌다. 내 뒤에 서 있던 사람의 몇은 작전회의를 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은 버스가 오면 당신은 짐만 실어! 그리고 당신과 당신은 얼른 올라가서 자리를 맡아두라는 이른바 승차작전이었던 것이다.

하여 뒤를 돌아다 보니 그리 낯이 설지 않은 지역의 유명인사였다. 아니나 다를까 차가 오자 그 사람들은 줄이고 체면이고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싸움을 하고 발을 먼저 들이미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일행을 뒤에서 마구 밀어서 완력으로 올라타기를 시도하는 등 승차장은 마치 베트남의 보트피플들을 연상케 할 만큼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앞줄에 서 있던 나는 이런 등쌀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겨우 승차는 하였으나 이미 뒷쪽부터 앞쪽에 이르기까지 빼곡한 통로에 선 채로 운전석 바로 옆에 서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서막이다. 운전기사는 이러한 행태를 한두 번 보아온 것이 아닌지 마냥 넋을 놓고 방관하고 있다가 운전석까지 가득 메운 입석승객들을 향해 한마디 했다.

"자~ 입석승객은 모두 내려주세요, 입석으로는 갈 수 없습니다"라는 김빼는 소리였다. 이때부터 차에 타고 있거나 타지 못한 사람들은 일제히 기사를 향해 원성이 섞인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주종은 "왜 예매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냐"라는 것과 "순번 대기표라도 만들어서 순서대로 승차하게 해야 할 것 아니냐", "나는 앞 차(1시간 전의 6시 발)도 놓쳤다. 이번 차도 못 타면 다음 차를 탄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라는 것이다.

운전기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자신도 어쩔 도리가 없는 일라며 원성을 피해 나갔다. 여기에 광분한 승객 몇과 삿대질이 오갔고 운전기사는 묵묵부답일 뿐 어떤 희망적인 말도 내놓지 못했다. 그 가운데는 영문을 모르고 가방을 들고 탔던 외국인도 둘이나 있었고 이 외국인은 침착하게 운전기사에게 항의를 하려는 듯 먼저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운전기사는 옹알이하듯 우물거리면서 손사래만 칠 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나서서 차분히 설명을 해주자 이런 행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자신도 "앞 차를 차분히 줄을 서서 기다렸으나 이런 식으로 놓쳤고 맨 앞에 서 있었는데 이번에도 못타게 되었다"며 한국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여 나는 다음 차도 어려울 것 같으니 서울역에 가서 기차를 타도록 조언을 해주면서도 주말이라 좌석이 없을 경우도 얘기해 주었다. 외국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면서 내렸다. 겨우 차는 출발하였고 인천공항의 두번 째 정거장인 9번 정거장의 승객들은 하나도 태우지 못하고 그대로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도 많게는 두세 시간을 거기서 기다렸던 참이었을 것이다. 나는 간신히 운전석 옆의 보조석을 타고 앉아 내려오는 동안 운전기사와 몇 마디 문제점을 놓고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운전기사도 이런 상황을 영업부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는 점을 안타까워 하면서 곧 모 업체에서 예매계약을 체결하여 이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고는 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비단 이 일만이 아니고 적절한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는 국민의 질서의식으로 완충을 해야 하고 유관기관은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의 지방행, 아니 대전행 셔틀버스 승강장에는 그 양 쪽 아무 것도 없다.

시설이 훌륭하면 뭐하겠는가 체감지수는 A급 공항이 아니라 이전의 김포공항만도 못한 C급 수준을 면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외국인이 본 한국의 관문 바로 그 앞의 아수라장을 보고 한국인을 부지런하다고 해줄 것인지 경쟁의식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승객들의 행태를 보고 연민과 함께 자조할 수밖에 없었다.

외국에 나가서도 저랬을까 싶고 한국에만 오면 왜들 저렇게 악다구니로 살아야 하는지 하는 회의감 말이다. 출장의 귀로길에 노정된 개인적인 일들이 한꺼번에 몰려와서 그 앞날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잘 하고도 일순의 광경에 피로감이 일시에 몰려오는 것이다.

아울러 이 노선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동부시외버스 터미널 주식회사에게 주문한다. 도착항공기가 집중되는 시간에는 영업부 직원을 파견(아침 첫 차로 동승해서 막차로 귀가하면 되는 어려운 일도 아니다)해서 라인업을 하게 하고 도착 순서대로 승차할 수 있도록 일정한 부분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반드시 보여주길 바란다.

만석의 쾌감을 즐길 기업 이전에 사회적 이익을 위한 일면 봉사의 기업이미지가 아쉽다 하겠다. 제도와 의식,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동반되어야 할 우리 자산이라면 시민의식 또한 갈 길이 먼 느낌이다. 月村 박병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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