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싯대 제조업부터 첨단방위산업까지 모두 우리의 '시장'

대전역에서 KTX를 타고 1시간여 만에 도착한 밀양역. 밀양역 광장에 미리 마련된 버스는 목적지인 한국화이바 제2공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늦여름 밀양의 한 개울가에는 다슬기를 잡는 아이들과 투망질에 한창인 중년 남자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창문을 열자 상쾌한 바람과 함께 넓게 펼쳐진 논밭이 수확기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렇듯 시골농촌 풍경에 취해있을 때 버스는 갑자기 급커브를 틀기 시작했다. 그러자 산 정상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보였고, 발전기 밑으로 산을 반쪽으로 가른 듯 가파르게 깎아놓은 절벽이 방문객들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일행이 도착한 곳은 바로 한국화이바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싱크탱크가 있는 곳 한국화이바 2공장. 복합재료를 이용한 성형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공장이다. 제2공장은 항공분야를 비롯해 방산분야, 민수분야로 나누어져 첨단 항공기 핵심부품에서 복합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버스는 거센 엔진 음을 토하며 아슬아슬한 경사면을 올랐다. 한참을 달려 도착한 산 정상에서는 50여명의 복합재료 전문 연구진이 한국화이바의 먹거리 창출을 위해 한창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한국화이바 2공장 ⓒ2005 HelloDD.com
80년대 복합소재를 기반으로 낚싯대 제조로 밀양 산업성장의 큰 축을 담당했던 한국화이바가 이제는 TTX차량, 20인승급 위그선, 750KW급 풍력발전기, 연료전지 등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

그 모습은 아직도 농업이 60%를 차지할 만큼 1차 산업이 주류인 밀양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화이바가 80년대에는 연간 수출액 5억 달러라는 신기록을 내며 전국에 산재한 300여 개의 업체 중에서 200여 개 업체에 소재를 납품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며 "이제는 11만 밀양시민 중 1만 여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화이바가 밀양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1972년 부산시 사하구 괴정동에서 나무베틀 두 대로 유리섬유 사업이 첫 시작이었다. 그 시작은 매우 초라했지만, 80년대 이르러 낚싯대 제조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80년대에 밀양으로 새로운 둥지를 튼 것이다.

밀양에 있는 한국화이바의 생산 공장은 유리섬유 공정에서는 혁신이라 할 만 했다. 국내외 다른 업체들은 직조(천을 짜는 것) 공정에서부터 수지를 바르는 가공까지 이어지는 3단계 공정을 분업화해 각각 다른 회사에서 작업한다.

하지만, 한국화이바는 1단계에서 3단계까지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 한국화이바 서울영업부
전경 ⓒ2005 HelloDD.com
또 방사 능력도 놀랍다. 방사공장을 안내하던 회사 관계자는 "유리섬유를 대량생산할 수 있을뿐 아니라, 원사 규격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해 다양하게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 한국화이바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산량에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대개 대기업에서 가동하는 하나의 용융로에서 뽑아내는 실의 연간 생산량은 2만톤이지만, 화이바의 경우 5천여 톤에 불과한 것.

회사 관계자는 "유리섬유 자체만 볼 때 품질 명에서 다소 뒤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어떤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소재로서 제품의 특성에 맞게 소량 다품종화시킬 수 있는 생산공정은 화이바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고 강조했다.

한국화이바의 주력인 복합소재는 활용분야가 낚싯대에서 항공, 방산, 민수분야까지 다양하며 그 일면은 여러 계열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밀양은 한국화이바, 한국카본, 한국신소재, 한국 화이바 2공장 등 거의 모든 계열사가 집결해 있는 곳으로 한국화이바의 총 본산이다.

특히 밀양시 부북면 용지리에 위치한 한국카본은 한국화이바의 계열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리더라고 할 만했다. 현재 낚시대, 항공기 부품 등의 원료인 카본프리프레그와 PCB(인쇄회로기판)를 만드는데 쓰이는 대부분의 동박적층판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한국화이바 부산영업부 전경 ⓒ2005 HelloDD.com
특히 카본프리프레그의 경우 국내 수요의 80%, 동박적층판은 20% 가량을 공급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은 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카본 프리프레그는 한국카본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1984년 설립 이후 카본프리프레그산업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고탄성, 고강도 재료인 탄소섬유는 그 용도가 다양해 지금까지는 낚시대는 물론, 테니스라켓, 골프,스키 등 주로 스포츠 레저용품에 사용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건축구조물 보강재, 우주항공용 부품, 철도 경량화사업, CNG연료용기 사업전반에 걸쳐 폭넓게 사용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선진국에서 건축물 및 교량등 구조물 보수용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는 건축보강재용 카본 프리프레그를 개발 완료하여 업체에 공급하고 있으며, 그 매출은 급신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적층판은 전자부품의 핵심소재인 인쇄회로기판(PCB)의 주원료로 페놀수지 동박적층판(가정용)과 에폭시수지 동박적층판(산업용전자기기)으로 구분되며 당사에서는 부가가치가 높은 동박적층판만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신청철 KAIST 부총장을 비롯한 20여명의 대덕클럽 회원은 조용준 한국화이바 회장의 초청으로 회사를 둘러본 뒤 본사 앞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2005 HelloDD.com

또한 절연사업부를 신설하여 절연적층판 하수처리설비, 복합재판넬 분야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LNG운반선의 신규 건조와 보수에 쓰이는 첨단 단열패널 시장에 진출해 삼성중공업이 건조하고 있는 LNG선박(MARK 3 TYPE)에 단열패널을 공급하기 위해 공장은 풀 가동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프랑스 알스톰사에서 건조하는 최신형LNG선박에 국내 최초로 단열패널을 수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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