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마을을 찾아서①]태양으로 축복 받은 빛고을 '광주'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과학마을'을 아십니까?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30년을 넘으며 전국에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특화된 과학마을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과학기술이 실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대덕넷은 최근 과학이 살아 숨쉬는 전국의 과학마을 현장을 찾아가봤습니다. 각 지역에서는 과학이 주민들 속에서 숨쉬고 있었고 이는 지역 균형발전과 내 고장에 대한 애착심을 강화하는데도 일조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과학문화재단 지원으로 '전국 과학마을 중계' 기획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우리 과학의 현주소를 알수 있고, 지역에 특화된 과학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편집자의 편지]

광주 남구 행암동 향등(香燈)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A씨(63세)는 이번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200원. 껌 한 통 값도 안되는 금액. 그런데 이것이 한달 전기요금 총액이란다. 전기를 가설한 집이라면 최저로 납부해야 하는 기본요금이기도 하다.

A씨는 '뭔가 착오가 있었겠지'하는 생각이 들어 한국전력공사에 연락해 봤다. 한전으로부터 '정확한 요금이 분명하니 200원만 납부하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아 이웃집에 물어보니, 이번 달 전기요금으로 8천원을 납부했단다. 비록 A씨 집에서 낸 200원에 비하면 많은 액수지만, 여름 평균 전기요금이 7~8만원이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싼 비용이다.

비단 A씨 집 뿐 아니다. 향등마을에는 매월 200원의 전기요금을 납부하는 집이 적지 않다. 이 모두가 지난 해 12월 정부지원금을 받아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스템' 덕분이다. 향등마을 64가구엔 모두 태양에너지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다. 태양광 발전 설비가 설치된 옥상으로 올라가 봤다. 마을 전경을 내려다보면 온통 태양광 발전 시스템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미래 도시의 느낌이다. 어느 집을 바라보아도 푸른빛의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돼 있어, 마을 전체가 '태양광 발전소' 같았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스템 ⓒ2005 HelloDD.com

진한 초록색으로 꾸며진 태양광 발전 시설은 사람 키 보다 조금 낮게 설치돼 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일조량이 가장 많은 방향으로 조정돼 있어 대각선으로 기울어져 있다. 광주 남구청은 행암마을 한 곳으로만 태양에너지 발전시스템 조성을 종료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올해 34억원의 사업비를 확보,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일반 가정에도 태양에너지 발전시스템을 보급한다는 목표다. 각 가구당 2.1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설은 총 15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총 64가구에서 사업비 전체 30% 가량을 분담하도록 하고, 정부지원금으로 대부분의 사업비를 충당했다.

때문에 행암마을에서 발전한 전기는 전량 한국전력에서 수거해, 발전량 만큼을 전기요금을 감면해 주고 있다. 정부보조금으로 지어진 시설인 만큼 사용하고 남은 전기요금까지 계산해 주진 않고 있지만, 전기요금 만큼은 톡톡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 햇빛이 강한 날이면 전력 계량기의 수치가 거꾸로 돌아가기도 한다. 밤 사이에 올라갔던 전기 요금이 낮에는 다시 내려가는 원리다.

한전에서 전기를 공수해가며 자동으로 요금을 낮춰주는 시스템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광주 남구청 관계자는 "가구당 연간 36만원 가량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전기사용이 많은 여름철 전기 절약효율이 높기 때문에 체감 효과는 그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태양에너지 보급의 '보금자리'...조선대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

광주 태양에너지 발전의 초석이 되는 곳은 광주 '조선대학교'다. 조선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태양에너지 개발과 실증시설 설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이다. 국비·시비·민자유치 등을 포함, 총 372억원을 태양에너지 연구에 쏟아 붓고 있다.

▲조선대학교 내에 설치된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 ⓒ2005 HelloDD.com

이미 남·여 기숙사를 비롯해 부설고등학교, 교내 항공우주학과 건물, 경상대학교 건물 등에 태양에너지 발전 및 급탕시설을 설치,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단독·공동주택형 실증단지'를 학내에 신설하고 있다. 이 단지는 111세대 이상 거주하는 대형 실증연구시설로, 태양에너지 관련 제품들의 실용화를 연구함은 물론, 규격화와 표준화 관련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단독·공동주택형 실증단지'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태양에너지 실증연구단지'가 보인다. 이곳에는 총 25개 업체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 실증 실험시설이 있다. 태양열을 이용한 실증실험로가 10개, 태양광을 이용한 실증로가 15개가 설치·운영중이다.

광주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시에서 진행하는 태양에너지 관련 사업에 참여하려면 반드시 조선대학교의 태양에너지 실증단지에서 '실증연구'를 마쳐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입찰 자체가 되지 않는다.

광주, 태양으로 축복받은 곳...도시 전체가 '시범지역'

광주는 국내에서 '태양으로 축복받은 곳'으로 통한다. 광주라는 이름도 고려태조(940년 경)때 '빛고을'이란 의미로 지어졌다. 실제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광주의 일조량은 하루 6.2㎾h/㎡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8월 한달간의 일일 평균 일조 시간을 비교해 보더라도 서울의 5시간에 비해 1시간 이상이 많은 6.1시간으로 조사됐다. 광주가 풍력, 조력 등 11개에 달하는 신재생 에너지 중 태양에너지에 주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에 광주시는 도시 전체를 태양에너지 혜택을 보는 지역으로 육성하고 관련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지난 2000년 8월 광주시는 태양에너지 보급 확대, 관련 산업 육성, 태양에너지 관광자원화 등을 주 내용으로 한 '태양에너지 시범도시 조성' 구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행암마을과 같은,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시범주택 단지 등이 건립됐다. 또, 10여 곳의 공공시설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도입했다.

지난 7월 역시 광주 서구청에 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태양열냉방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설치하는 등 태양에너지 관련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설치·운영하고 있다. 광주시는 2006년까지 모두 2천13억원을 투입, 시를 태양에너지의 메카로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이곳을 클릭하시면 연재중인 '과학마을 시리즈'를 한번에 보실 수 있습니다.] ◆ 본 시리즈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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