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고수 중 고수들 패널토론자로 나와...한국벤처의 미래 진단

"벤처 부흥, 벤처 몰락 등의 한 사이클이 돌고 나서 국내 벤처기업들의 '내공'이 많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시련을 겪으면서 쌓은 '내공'을 국제화, 지방화를 통해 밖으로 분출해야 할 때다."(한글과 컴퓨터 전하진 사장)

'벤처'하면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24일 대덕밸리에서 21세기 대덕밸리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토론회를 벌였다. 서울 벤처리더스클럽과 대전의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회원들은 24일 오후 6시 대전 유성의 계룡스파텔 무궁화홀에서 만나 '한국벤처의 미래를 말한다'는 주제로 워크숍을 가졌다.

이날 워크숍의 패널토의에는 사회를 맡은 이장우 경북대 교수를 비롯해 전하진(한글과컴퓨터 사장)벤처기업협회 부회장,구본탁(인바이오넷 사장) 대덕밸리벤처연합회 수석부회장,이영남(이지디지털 사장)여성벤처협회장, 송재빈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조신형 바이오메디아 사장 등 6명이 참석했다.

패널토의는 짧은 시간동안 진행된 관계로 다소 깊이있는 논의가 부족했지만 지정토론자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벤처의 나아갈 길과 문제점'등을 적절하게 짚어나갔다.

<다음은 패널토의의 주요내용>

이장우 경북대 교수 우선 대덕밸리를 보고 느낀 소감부터 말하면 대덕밸리에 좋은 기술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줄은 몰랐다. 대덕밸리가 급성장하는 만큼 부족한 부분도 있고 넘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참석자들의 다양한 의견 개진을 부탁드린다.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지난 3-4년전부터 벤처기업은 투자를 등에 업고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또한 이 때는 코스닥 주가가 엄청나게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속에서 벤처기업들은 나름대로 내공을 많이 키울 수 있었다. 한글과컴퓨터만 하더라도 1999년에 쉽게 생각하고 추진하던 일들을 이제는 심사숙고하며 진행하고 있다. 요즘의 고통과 어려움들은 벤처기업인들에게는 좋은 약이 된다.

이런 영약(靈藥)들을 먹고 좀 더 내공을 다진다면 가까운 시일내에 모두들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 전제되어야 할 부분은 있다. 먼저 좀 더 거대하고 규모있게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대기업과의 먹이사슬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며 이런 대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 또한 지금의 벤처기업들에게 절실한 펀드도 장기펀드로 운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이영남 여성벤처협회장 우리나라 여성들은 고학력임에도 불구하고 육아, 살림 등으로 실력을 마음껏 표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의식들이 많이 바뀌고 있다. 이런 축적된 에너지의 여성 잠재력이 돌출되는 시기다. 여성벤처협회도 이런 시기에 설립 3주년을 맞이했다. 그간에는 인프라 구축에 주력했지만 이제부터는 정책적 대안마련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여성들이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만드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다. 아직도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긴 하지만 남성의 경쟁력만으로 세계 시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분들도 여성기업과 동반자 관계를 맺어보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이미 여성전용 펀드도 100억원이 조성됐으며 내년 1월에는 여성벤처타워도 설립될 예정이다. 여성기업들의 경우 자금, 기술이 어느정도 갖춰지더라도 마케팅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물론 해외시장 진출도 마찬가지다. 그 해결책으로 대기업과의 로드쇼를 계획 중이다.

올해는 이와 관련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지역활성화와 해외진출을 병행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북측, 중국 등으로의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끝으로 여성기업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동료 벤처인들의 도움을 부탁드리며 여성기업인들은 협회를 통한다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당부를 하고 싶다. 

조신형 바이오메디아(경북 경주 소재)사장 바이오메디아는 상토라는 특화된 제품을 이미 20여년부터 만들어 온 벤처기업이다. 20년전부터 벤처기업이었지만 정작 벤처지정은 2년전에야 받았다. 지방벤처의 비애는 이를 포함해 하나, 둘이 아니다.

돈 빌리는 것도 지방벤처는 어려움이 있다. 92년도에 돈을 빌리기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녔지만 문턱이 너무 높았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이 있다. 벤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기업을 살리려면 마케팅, 경영 등에 복합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방은 이 부분이 열악한 게 현실이다.

때문에 바이오메디아의 경우 모든 것을 서울에서 해결하고 있다. 물론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구본탁 인바이오넷 사장 1년 반 전만 해도 대덕밸리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에게 대전에 벤처생태계를 만들어 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컨설팅, 재무법인, 회계법인 등 벤처생태계에 필요한 회사들이 대전에 와 주길 바랬다.

그동안 갈구했지만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기다린 것이 아니라 서울을 뻔질나게 오가면서 나름대로 이곳에 대해서 홍보를 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서울을 오가다 보니 일부이기는 하지만 대덕밸리에서 서서히 생태계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안 오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덕밸리에 변화가 생겼다. 코스닥 기업도 6개로 늘었고 올해안으로 10개는 될 것 같다. 또 이제는 반대로 서울 업체들이 대덕밸리 벤처연합회 특별회원으로 가입하려고 하는 실정이다. '지방벤처기업의 서울화'가 이제 지방벤처기업들의 최대 화두가 되리라 본다. 

송재빈 중기청 벤처정책과장 작년에 비해 올해 벤처기업들이 많이 성숙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작년엔 벤처기업들이 자기 능력은 보지 못하고 정부탓만 하는 경향이 많았지만 올해는 스스로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거나 수익모델을 찾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은 벤처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정부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의 마인드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많은 CEO들이 기업을 상품으로 보지 못하고 자기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M&A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회사간 주식교환방식의 M&A등을 유도하는 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연계도 매우 중요하다. 아웃소싱 디렉토리 구축, 금융권과 평가기관이 협력해 나가는 벤처평가제도, 해외거점을 통한 진출, 인터넷 방송을 통한 정보교류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니 이러한 제도들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이장우 교수 참석자들도 다양한 의견을 보여줬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대덕밸리와 그리고 한국벤처에 대해 의견이 있으면 말씀을 해달라.

조동혁 한솔그룹 부회장 21세기는 '윈-'의 세기다. 'Sleeping of enemy'(적과의 동침)란 말도 있듯이 벤처와 대기업은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하다. 네트워크와 국제화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쫓아다니며 협력해야 할 입장이다. 자금은 있어도 기술이 없는 것처럼 서러운 것도 없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기술개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얼마든지 벤처기업과 좋은 관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승률 중국연변과학기술대학 이사 한국벤처의 미래를 말하면서 한국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일본, 중국 등과의 관계, 세계와의 관계도 전제해야 한다. 국가적 벤처의 미래상 구축을 위해 인재양성이나 국제적 관계, IT-BT융합도 시간이 된다면 논의했으면 한다.

성창모 메사츄세츠 대학 교수 한국벤처의 미래라면 글로벌화다. 한국인들이 좋은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에서 자신들이 직접 마케팅할 경우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럴 때 미국 사람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해외마케팅능력은 한국벤처의 미래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의 기술을 미국인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이런 좋은 기술이 있었느냐며 그런데도 왜 못파는 지 의아해 하더라. 이처럼 한국의 기업들은 너무 국내에 오리엔트되어 있다. 해외마켓에 대해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 한국벤처들이 살 길은 글로벌리제이션과 로컬리제이션(현지화)밖에 없다.

전하진 사장 나는 순수 토종이다. 한국에서 학교를 나왔고 직장도 한국에서 다녔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외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글로벌화를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다.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이 교수 벤처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두각되는 시기에 미래에 대해 간략하나마 얘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시간을 따로 내어 벤처의 국제화와 현지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대덕넷 김영중기자>happynews@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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