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우리 몸의 어느 신체 부위도 나이가 들면 기능이 쇠퇴하게 마련이다. 눈도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늙으면 노안(老眼)이 온다. 눈이 늙으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이 수정체의 노화현상에서 오는 시력 저하.

우리 눈 속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하는 수정체와 그것을 움직이는 근육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빛의 통과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물이 흐리게 보인다.

시력이 가장 좋을 때는 17세이다. 이 때의 시력은 20/20으로 눈의 근육이 최고의 탄력을 갖고, 눈동자도 최대로 커져서 최대한의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20세가 되면 벌써 쇠퇴 현상이 일어나고, 70세가 되면 원거리 시력이 심하게 약해진다.

색깔도 달리 보인다. 파랑색은 더욱 진파랑으로 보이나 노랑은 화려함이 줄어 보이고, 또 보라색을 보는 능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늙은 화가들은 짙은 파랑색과 보라색을 잘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수정체만 늙는 게 아니다. 눈동자도 늙는다. 사람의 눈을 들여다보면 가운데 투명한 부분인 까만 눈동자, 그리고 그 주위로 반투명한 결막으로 덮여 있는 희고 불투명한 눈의 흰자위(공막)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이 흰자위와 까만 눈동자도 나이 들면서 노화 현상을 겪는다.

젊은 시절 티 없이 맑고 투명했던 흰자위는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누렇게 변해 간다, 흰자위가 혼탁한 색상을 띠는 것은 공막에 칼슘이나 지방, 콜레스테롤의 침착이 점점 늘어나기 때문이다.

까만 눈동자 역시 투명도가 떨어지고 색깔도 다르게 변한다. 동양인과 달리 서양인의 눈동자 색은 각양각색이다. 청색, 녹색, 갈색, 등등. 눈동자 색은 피부색과 마찬가지로 홍채 안에 있는 갈색 색소인 멜라닌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인종을 망라하고 멜라닌이 가장 집중된 곳은 눈동자이다. 토끼의 눈이 붉은 이유는 홍채에 색소가 없어서 혈관이 그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채에 멜라닌 색소가 많으면 검정 혹은 갈색 눈이 되고, 적으면 청색 또는 녹색 눈을 갖게 된다. 따라서 짙은 색의 머리카락과 피부를 가진 사람일수록 멜라닌 보유량이 높아 갈색 눈을 갖게 되는 경향이 있고, 머리와 피부색이 밝을수록 멜라닌 양이 적어 보통 밝은색의 눈을 갖게 된다.

홍채의 색은 대개 유전적인데, 갈색 계통의 눈은 푸른색 계통의 색에 대하여 우성으로 작용하므로 세계적으로 볼 때 갈색 계통의 눈이 많다. 특히 눈동자 색에 해당하는 유전자는 성염색체에 존재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이는 남자아이냐 여자아이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눈동자가 붉거나 푸르다고 해서 사물이 빨갛거나 푸르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홍채는 눈의 조리개 역할을 하여 빛을 통과시키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초롱초롱 빛나는 아름다운 색깔의 눈동자가 나이 들면서 변색이 되는 것은 멜라닌 색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멜라닌 색소가 빠져나가면 눈동자의 색 농도 또한 옅어져 까만 눈동자는 갈색, 갈색은 청색, 청색은 녹색, 녹색은 에머랄드빛에 가깝게 변해 간다. 하지만 눈에 확 띌 만큼 변색되는 것이 아니고 원래 색깔보다 다소 옅은 색을 나타내는 정도이다.

눈동자의 색깔이 변했다고 해서 수정체처럼 기능상의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선가게에서 생선을 사더라도 눈빛을 보고 사라”는 말이 있듯, 눈동자의 색을 나타내는 홍채는 우리 몸의 건강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감각기이므로, 눈동자 색이 변했다는 것은 홍채의 기능이 떨어지고 그만큼 우리 몸도 늙었다는 의미다.

이것은 마치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하얗게 세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흰머리는 남성은 34세, 여성은 35세쯤부터 생기기 시작하지만 유전에 의한 것이므로 나이가 들어도 흰머리가 생기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세포가 노화되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흰머리가 생긴다.

이처럼 자연적인 현상과는 반대로 담배연기나 매연, 장시간의 콘택트렌즈 착용과 같은 여러 환경 자극에 눈이 노출되면서 각막에 염증을 겪어 검은 눈동자가 변색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검은 눈동자가 하얗게 변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외상이나 눈 수술 부작용, 각막염 후유증 등이다. 각막에 염증이 생기면 균이 각막을 침투, 파괴되는데 이런 과정에서 투명한 각막이 하얗게 변한다. 염증이 치유돼도 하얗게 변한 부분은 투명해지지 않고 흰 자국을 남겨, 환자들은 ‘하얀 눈동자’로 인한 대인관계 기피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지장을 받게 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눈동자 문신’이라는 미용수술을 실시하여 안정을 되찾아주고 있다.

눈동자 미용수술은 각막 혼탁 환자에게 간단히 국소 마취를 한 후 하얗게 변한 각막 중간층에 염색약을 주입하여 각막을 염색하거나 염색된 조직을 이식하는 방법이다. 비록 시력을 상실한 사람에게 시력을 되찾아 줄 수는 없지만, 미용적 효과만을 기대한다면 눈동자 문신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눈만큼 나이에 따라 변화가 심한 신체기관도 드물다. 수정체의 노화 현상에서 오는 노안과 달리, 눈동자 색은 몸 관리를 잘못하여 빨리 늙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술이나 과다한 흡연으로 잘못 간수하여 맑고 투명한 눈동자가 젊어서 변색되지 않도록 소중히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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